이다윗, “나는 얼마나, 어디까지 깊게 갈 수 있을까?”(인터뷰)

배우 이다윗

배우 이다윗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본 사람이라면 이다윗이 누군지 궁금했을 것이다. 영화의 꼬리에 등장해 긴 여운을 남기는 배우는 그리 흔치 않을 터. 이다윗은 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KBS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했고 그 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인상을 남겼다. 2년 전 인터뷰 때만 해도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듣는 고등학생이던 그를 스무 살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났다.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과거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배우가 될 것인지에 대해 지금은 대답해줄 수 없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하게나마 미래에 대한 윤곽을 그리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이 안고 있는 연기에 대한 고민을 아낌없이 털어놓으며 앞으로 자신이 그려갈 그림에 어떤 색을 칠하게 될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았다.

Q. 아직도 팬 카페에서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들을 것 같다.
이다윗:이제는 귀엽지가 않나 보다. 예전보다는 많이 못 듣게 되는 것 같다. (웃음)

Q. 3월 3일, 스무 번째 생일이었지. 그 날 지나고 나서 가장 먼저 뭘 했나?
이다윗:지하철 탈 때 개찰구에 교통 카드를 대면 (청소년 요금제이기 때문에) 원래 ‘삐빅’ 소리가 났다. 그런데 생일날인가, 다음날인가, ‘삑’ 소리가 나는 거 듣고 충격을 받았다. 생일 지나고 나서 처음으로 한 건, 친구들이랑 PC방 갔다. 열 시 넘어서! 그거 진짜 하고 싶었거든. (웃음)

Q. 난 복권이랑 담배를 샀었다.
이다윗: 아, 맞다! 복권 살 수 있구나. 로또 해봐야겠다.

Q. 전에 빅뱅의 대성과 유닛으로 음악 활동해도 좋을 거 같다고 말 한 적 있었다. 둘이 트로트를 불러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다윗: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 장르가 트로트는 아니고. (웃음) 힙합이나 록을 좋아한다. 하나씩 배워서 언젠간 내 노래를 만들어 앨범을 낼 거다. ‘이다윗’이라는 이름 말고 다른 닉네임으로.

Q. 생각해 둔 이름이라도 있나?
이다윗: 아직 구체적으로 이걸로 해야겠다는 건 없는데, 내 영어 이름이 ‘David’다. 그래서 ‘D’를 되게 좋아한다. ‘D.A.V.I.D.’에서 따와 ‘DD’나 ‘D’? 뭐, 이거랑 관련된 뭔가가 나올 것 같다.

Q.같이 일해보고 싶은 가수를 꼽자면?
이다윗: 래퍼분들께 배우고 싶고, 그분들이랑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데 그렇게 되려면 내가 연습을 많이 해서 그 수준이 되어야겠지. 어느 순간 내 활동이 뜸하다 싶으면 앨범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웃음)

Q.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예능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이다윗: 동생이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좋아해서 가끔 옆에서 같이 보고 그런다. ‘무한도전’이나 ‘아빠! 어디가?’ 요새 재미있게 보고 있다. 출연하는 건 잘 모르겠다. 아직 사진 찍는 것도 잘 못해서, 예능 프로에 나가면 말 한마디도 못하고 병풍처럼 있을 것 같다. 사진 찍는 건… 할 때마다 긴장된다.

Q. (웃음) 영화 얘기를 해보자. ‘더 테러 라이브’의 반전 때문에 홍보할 때 당신은 부각 되지 않았다. 섭섭했을 것 같은데.
이다윗: 영화 많이 보라고 직접 주변에 얘기를 할 수 없는 게 아쉬웠다. 나중에라도 이렇게 (홍보)하니깐 속이 시원하다.

Q. 혹시 영화에서 통화할 때 목소리가 욕심나진 않았나? 
이다윗: 원래는 직접 하려고 생각했었다. 촬영은 5일분밖에 안 되었는데, 한 달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 연기 때문에 현장에 있었다. 그런데 너무 어린 목소리가 나는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못 하게 됐다.

Q. 영화 ‘명왕성’에 이어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사회의 소수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혹시 작품을 고를 때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건가?
이다윗: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이 작품은 기준에 맞고 이건 아닌 거고, 이렇게 고르진 않는다. 일단 첫 번째는 대본을 읽고 뭔가 딱 끌리는 게 있을 때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내가 맡은 역할이라든지, 영화 자체의 흐름과 특성의 색다른 모습에 빠져들면 선택을 하게 되는 거 같다.

배우 이다윗

배우 이다윗

Q. ‘명왕성’을 찍었을 때, 실제로도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는데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이다윗: (‘명왕성’의) 준과는 많이 달랐다. 준처럼 고3 때 전학을 갔으면 친구를 쉽게 사귈 거 같진 않다. 아무래도 공부하는 분위기니까.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요리나 예체능같이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는 친구들이 되게 많았다. 수능이나 입시에서는 조금 빗겨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Q. 연기자로서, 학생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이다윗: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 좀 힘들었다. 학교생활도 해야 하고, 연기도 해야 하고. 내가 머리가 컸었나 보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힘든 시간도 분명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보상 심리가 든 거다. 한동안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연기가 좋고, 계속 연기를 할 건데, “내가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고, 성적을 올려야 하지?”라고. 원래 이런 고민은 공부 잘하는 애들이 하는 건데. (웃음)

Q. 연기자 생활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신 편인가.
이다윗: 처음에는 아버지가 반대하셨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무인시대’로 공중파에 출연하게 되면서 아버지가 옹호해 주시긴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이 다녔던 어머니가 몸이 안 좋아지셔서 반대하셨지. 사극도 많이 해서 버스 타고 지방을 왔다갔다했으니까. 중학교 때는 진짜 혼자 다녔다. 방송국도 혼자 다니고, 영화 찍으러 가방 메고 혼자 돌아다니고, 스태프 형들 따라 버스 타고 촬영하고 자고.

Q. 스태프 형들한테 귀여움 많이 받았겠다.
이다윗: 미움을 받진 않았던 거 같다. (웃음)

Q.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이다윗: 대학교는 이번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 일단은 연극 쪽으로 들어갈 거 같다. 거기서 공부하다가 기회가 된다면 연출이나 촬영 쪽으로 영화를 배우고 싶다.

Q. 만약 대학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이다윗: 일단은, 음악 영화?

Q. 영화 ‘원스’ 같은?
이다윗: 음악이 매개로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예를 들면, 밴드를 하는, 어느 정도 음악에 대한 꿈을 가진 친구들이 나오는데 잘하는 건 또 아니다. 그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개개인의 사정과 인간관계 속의 갈등 때문에 밴드는 해체된다. 그런데 다시 음악으로 만나게 되는, 그런 이야기. 본격 음악 영화라기보다는 친구관계나 인간관계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Q.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이후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고 들었다.
이다윗: 감독님이 대본 주실 때 말씀하셨다. “힘 빼고 자연스럽게” 하라고 하셨는데 “힘 빼고 하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어떤 장면이나 연기에 대해서 설명도 거의 없으시고. 모든 장면에 내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니까 촬영장 가는 게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

Q. 끝까지 칭찬을 못 받았으면 정말 허무했을 거 같다.
이다윗: 마지막에 집에서 찍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정해진 건 되게 잘하는데, 쓸데없는 건 못한다. 쓸데없는 거에 노력을 해봐” 그러시는 거다. “의미 없는 무의식적인 행동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힘 빼고 하는 걸 스스로 생각하게끔 알려주신 거 같다. 새우깡 먹는 장면을 찍을 때,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었다. 리허설 때, 리모컨을 가지고 일어났는데 과자를 그냥 한 번 더 주워 먹고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그때 처음으로 감독님, 촬영 감독님, 피디님한테 칭찬받았다. “진짜 잘했다“고. 이제 뭔가 알 것 같다 싶은 찰나에 모든 촬영이 끝나서 여운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슬럼프는 뭔가 배우다 만 거 같은 느낌 때문에 그 뒤로 계속 찾아왔다. 배운 걸 해보자니 확실하지 않고, 나를 지도해 줄 사람이 없어서 다음 영화를 촬영하면서 혼란스러웠다.

배우 이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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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린 나이에 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본 적은 없었을까?
이다윗: 나이보다는 “내가 온 이 길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모르는 거고, 어려운 거라면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Q. 그럼 언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얻었나?
이다윗: ‘로맨스 조.’ 그때 이광국 감독님이랑 만났다. 연기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영화가 주로 롱 테이크로 갔는데 전에는 이창동 감독님한테 배우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쉽게 써먹을 수 없었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나오는 대로 연기를 했던 거 같다. 뭔가 속에서 나온 느낌? 내가 잡고 있다가 ‘쏴’ 하고 올라온 게 아니라 나조차 잡지 못할 만큼 뭔가가 그대로 나와 버리는 느낌이었다.

Q.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이다윗: 제대로 준비해서 소름 돋을 정도의 사이코패스 아니면 발랄한 거 하고 싶다. (웃음) 피 안 나오고 그런 거.

Q.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항상 일찍 죽어서 아쉬웠다.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비중을 늘리고 오래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다윗: 피 나오는 영화를 일단 피해야 한다! 항상 영화를 찍으면 내가 죽던지, 피를 보던지 둘 중 하나인 거 같다. 최근에 끝난 드라마 ‘구가의 서’에서도 목매달려 죽고. (웃음)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계속 고민했을 텐데, 성인이 된 지금 감이 오나?
이다윗: 구체적으로 보이진 않는데, 바라고 있다. 20년 뒤, 30년 뒤 나는 얼마나, 어디까지 깊게 가고, 얼만큼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고 그림을 그려 가는 거 같다. 나도 궁금하다. 그거 알 때까지는 계속 연기를 할 거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