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미성년’ 김윤석 “충격적인 결말? 그랬다면 성공이죠”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미성년’으로 감독에 데뷔한 배우 김윤석. / 사진제공=쇼박스

배우 김윤석이 데뷔 30여 년 만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각본과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배우 김윤석 너머의 감독 김윤석은 섬세하고도 치밀했다. 인물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함과 동시에 느물느물한 유머와 능청을 더했다.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성년(11일 개봉)’에서다.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마주한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김윤석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감독으로서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김윤석: 배우일 때보다 10배 정도 더 떨린다. (웃음) 신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10. 창작극 발표회를 보고 선택한 작품이라 들었다.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김윤석: ‘미성년’은 부모들의 불륜을 두 여고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어른들이 저지른 일을 아이들이 수습하려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공연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작가를 만나 시나리오화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게 2014년 12월이다.

10. 3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원작과 내용이 많이 달라졌나?
김윤석: 희곡에서는 두 여학생이 아니라 한 남학생과 한 여학생이 극을 이끌어간다. 그래서 작가님께 두 사람 모두 여학생으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남자와 여자로 묶이면 의도와 달리 불필요한 느낌이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희곡에서는 아이들의 비중이 70% 정도였는데 시나리오로 발전시키면서 어른들의 비중을 키웠다. 주제는 바뀌지 않았다.

10. 연출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김윤석: 이 영화는 사건보다 그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 진행되는 영화다. 그래서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효과적인 장면 구성과 섬세한 캐릭터 연기, 그 연기를 받쳐줄 수 있는 힘 있는 대사에 신경 썼다. 나는 각각의 캐릭터들로 승부 거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작품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볼 때마다 새롭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그렇다. 기교가 없다. 이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다.

10. 진지한 영화일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유쾌했다. 의도된 코미디였나?
김윤석: 연극을 처음 봤을 때 고등학생 2명이 나와서 “너희 엄마가 우리 아빠 꼬셨어. 불륜 중이야.” “알아. 왜 모르냐? 배가 부르는데”라고 말한다. 이 대사를 들으면 경악하면서도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른들은 숨기는 이 상황을 너무 당당하게 말하니까. 나는 대놓고 웃기는 것보다 상황이 주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그런 코미디가 영화 속에 많이 들어가 있다.

김윤석 감독은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사건을 마주한 인물의 감정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쇼박스

10.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김윤석: 힘들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 하하. 무엇보다 체력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배우들은 자신이 나오는 장면만 찍고 가면 되지만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쉬지 않고 집중해야 되기 때문이다. 늘어져 있을 시간이 없다. 새벽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삼시세끼 꼬박 꼬박 챙겨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10. 바람을 피고도 무책임하게 구는 남편 대원 역을 직접 맡았다. 연기까지 병행한 이유가 있을까?
김윤석: 대원의 사전적 의미는 ‘집단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이다. 나는 이 인물이 익명성을 띄길 바랐다. 한 개인이 아니라 약해서 옹졸해지고 치사해지는 인간의 가장 약한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힘들었다. 누군가에게 맡기고 싶어도 맡기기 힘든 배역이라 내가 직접 연기하면서 조절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10. 어떤 부분을 조절하고자 한 건가?
김윤석: 대원을 적대자로 만들어 강조하게 되면 나머지 인물들의 감정이 오염된다고 느꼈다. 대원의 등장은 극의 숨구멍을 틔워 주되 튀지 않게 하는 조절이 필요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장면 외에 대원은 대부분 포커스가 나가거나 옆모습, 뒷모습만 보인다. 처음 대본이 나왔을 때는 대원의 대사가 ‘미안하다’ 외에는 거의 없었을 정도다. 사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하하.

10. 지금까지 선보인 역할들과는 너무 다른 캐릭터다.
김윤석: ‘완득이’나 ‘거북이 달린다’ 등에서도 가볍고 코믹한 역할을 했다. 최근 작품들이 워낙 강렬해서 기억을 잘 못하시는 것 같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얼마나 실없는 사람인지 다 안다.(웃음) 좋은 작품과 캐릭터라면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는다.

10.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들지 않았나?
김윤석: 내 비중이 많지 않다. 단독으로 나오는 장면은 거의 없고 다른 인물들과 같이 나오다보니 내 개인적인 연기보다 장면 전체를 보게 됐다. 딸 주리가 내 등을 때리는 장면에서도 엄청 세게 때리라고 했다. 처음에 긴장해서 세게 안 때리더라. 세게 때려도 카메라 위치에 따라 강도가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등짝을 엄청나게 맞고 나서야 오케이를 했는데 하나도 아픈 줄 몰랐다. 얼마나 잘 찍혔느냐만 생각하게 됐다. 집에 와서 샤워할 때보니 등이 새빨갛더라.

10.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는 선배다. 도움 되는 말을 해줬나?
김윤석: ‘형, 많이 힘들 거예요.’ 딱 한마디 했다. 그 안에 모든 의미가 담겨있었다. 하하. 사실 하정우 씨는 영하 ‘허삼관’ 주연배우를 하면서 연출을 하지 않았나. 심지어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오더라.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힘들다.(웃음)

10. 첫 연출작의 성인 주연배우로 염정아와 김소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윤석: 염정아 씨는 2017년도에 이미 캐스팅 했다. 그 때는 ‘완벽한 타인’ ‘SKY캐슬’ 모두 시작도 하지 않았을 때였다.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의 모습을 인상 깊게 봤고 저 배우와 꼭 작업하고 싶어 대본을 보냈는데 하루 만에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김소진 씨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연극계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다. 단역 시절부터 지켜봐왔는데 그만이 가진 분위기가 있다. 목소리도 매력적이라 아이 같은 이면이 공존하는 미희 역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영화 ‘미성년’의 한 장면 / 사진제공=쇼박스

10.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인 두 여고생을 신인 오디션을 통해 발탁한 건 모험이었을 것 같은데?
김윤석: 처음부터 신인을 발굴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을 원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람을 캐스팅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500명의 지원자 중 두 배우보다 기량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철저히 영화 속 이미지와 앙상블에 초점을 맞췄다.

10. 결말이 다소 충격적이라는 평이 많다.
김윤석: 시나리오 작업 당시 30번 정도 고쳐서 완성된 결말이다. 사건을 회피하는 어른들은 사건을 해결하려는 두 여학생에게 어떤 말도 할 자격이 없다. 관객도 그들과 같은 위치에 놓인다. 이들의 행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까. 어른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 될 거라는 일종의 고문 같은 거였다. 충격 받았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거다.(웃음)

10.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윤석: 이 영화의 제목은 ‘우리는 모두 미성년이다’의 줄임말이다. 만 19세가 넘었다고 모두 성년이 되는 게 아니다. 진정한 성년이 되기 위해서는 죽는 날까지 노력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책임감 등을 가져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미성년, 성숙하지 못한 인간으로 사는 것이다.

10. 두 번째 연출작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김윤석: 아직 당 떨어진 게 회복되지 않았다. 하하. 언제든 좋은 작품을 찾게 된다면 하게 되지 않을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