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나의 작은 시인에게’…심장까지 울리는 매기 질렌홀의 파열음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포스터.

뉴욕의 스태튼 섬. 20년째 유치원 교사로 일해온 리사 스피넬리(매기 질렌홀)는 시인을 꿈꾼다. 리사는 평생교육원에서 문학강사 사이먼(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으로부터 시(詩) 수업을 듣고 있지만, 그녀의 진부한 습작시에는 남편 그랜트(마이클 체너스)만이 호응할 따름이다. 어느 날, 리사는 자신의 학생인 다섯 살 소년 지미(파커 세바크)가 읊는 시를 듣게 된다. ‘애나는 아름답다/ 나에게는 충분히 아름답다/ 태양이 그녀의 노란색 집을 두드린다/ 마치 신이 보낸 신호처럼.’

시 수업에 간 리사는 지미의 시를 마치 자신의 작품인 양 발표하고 주목받는다. 그리고 리사는 지미의 하원까지 책임지는 베이비시터 베카(로사 살라자르)에게 지미의 놀라운 재능을 언급하며 시를 기록할 것을 당부한다. 머잖아 지미의 또 다른 시가 리사를 찾아온다. ‘황소가 뒤뜰에 홀로 서 있다/ 캄캄한 어둠 속에/ 문을 열고 한 걸음 다가갔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스쳐가고/ 소는 푸른 눈을 들어 나를 봤다/ 살기 위해 몰아쉬듯 계속 숨을 뱉었다/ 그런 소는 필요없다 난 어린 소년이니/ 그렇다고 말해 줘/ 어서 그렇다고 말해 주렴.’

자식들과도 대화가 뚝뚝 끊기는 리사는 지미의 한마디에는 귀를 쫑긋 세운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들처럼 낮잠을 자려는 지미를 깨워서까지 영감을 주려고 힘쓴다. 리사는 지미의 시를 놓치지 않으려고 나름 최선을 다하는 베이비시터 베카도, 아들의 재능에 무지한 지미의 아빠도 마뜩잖다.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스틸컷.

지난 4일 개봉한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시인 요아브’(2014)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사라 코랑겔로는 ‘나의 작은 시인에게’로 제34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사라 코랑겔로는 이 영화를 “시인이 되고 싶은, 충족되지 않는 열망을 가진 ‘리사 스피넬리’라는 여성에 관한 심리 스릴러 영화”로 소개했다. 사실 리사가 지미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문득 시가 떠오르면 넌 시를 읊고 난 받아 적는 거야.” 자신에게는 무한한 애정이지만, 상대에게는 무모한 집착으로 읽히는 뒤틀린 욕망은 일상을 무너뜨리고 파국을 맞는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매기 질렌홀이 넘실거리는 영화다. 그녀이기에 복잡다단한 캐릭터에도 감정의 결이 새겨졌다. 사실 매기 질렌홀은 ‘다크나이트’(2008)에서 배트맨의 사랑을 받던 레이첼보다 ‘어웨이 위 고’(2009)의 이상야릇한 LN이나 ‘프랭크’(2014)의 까칠한 클라라처럼 특유의 파열음을 빚는 연기가 일품인 배우다. 이번 작품에서도 매기 질렌홀의 파열음은 심장을 울렸다.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