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생일’ 남겨진 이들의 이별 치유법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생일’ 포스터. /제공=NEW

2014년 4월 16일, 아들 수호(윤찬영)가 세상을 떠난 날 엄마 순남(전도연)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아빠 정일(설경구)은 해외에서 몇 년간 일을 하다 아들이 떠난 2년 후에야 돌아온다. 둘째 딸 예솔(김보민)도 아빠의 얼굴을 한눈에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예솔과 정일은 그래도 금세 다시 가까워지지만 순남은 마음을 굳게 닫았다. 순남은 항상 신경이 곤두 서 있다. 돌아온 정일에게 준비해놨던 이혼서류까지 내민다. 순남은 밤늦게 제멋대로 켜지는 현관 센서등을 보며 혹시나 아들이 찾아온 것은 아닐까 그리워한다. 정일은 순남의 마음을 열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수호의 생일이 가까워지는 어느 날, 옆집 사는 우찬 엄마(김수진)와 한 시민단체 대표가 집으로 찾아온다. 순남이 없는 사이 정일이 그들을 맞는다. 그들은 수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수호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생일 모임’을 갖자고 제안한다. 정일은 순남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지만 순남은 “그냥 싫다. 이유 없이 싫다”고 딱 자른다. 그러다가 정일과 주변 사람들의 설득으로 생일 모임에 나가기로 한다.

영화 ‘생일’ 스틸. /제공=NEW

영화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하지만 직접적으로 사건을 보여주진 않는다. 극 중 인물들의 대사에서도 세월호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이들을 떠나보낸 사람들을 비롯해 사건과 조금은 떨어져 있는 ‘남들’의 생각도 담아낸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인물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겨내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거나 상처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회피할 수도 있다. 한발 떨어져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고, 혹은 그냥 외면해 버릴 수도 있다. 그건 오로지 관객의 선택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선택을 비난하지 않고 묵묵하게 있는 그대로 여러 입장의 사람들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극 중 수호의 동생인 예솔이 학교에서 갯벌체험을 갔을 때 예솔은 갯벌에 차마 들어가지 못한다. 정일이 데리고 들어가려고 돕지만 예솔은 기겁하며 공포에 질려 눈물을 터트린다. 해맑아 보이던 아이도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됐을 때 마음이 욱신거린다.

30분여 분간 롱테이크로 찍었다는 마지막 ‘생일 모임’ 장면에서는 마치 그 모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같은 슬픔을 겪지 않고 감히 그들의 심정에 공감했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픔을 함께 나누며 덜어내는 것이 위안을 건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전한다.

3일 개봉.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