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이별한 최수영, 현실에서 만난 판타지 ‘막다른 골목의 추억’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 스틸컷/ 사진제공=영화사 조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태규(안보현)가 이상해졌다. 장거리 연애라지만 점점 더 만나기가 힘들어졌고, 연락도 뜸해졌다. 정작 4년 동안 그를 만나온 유미(최수영)는 그러려니 하는데 동생 등 주변 사람들이 더 극성이다. 어느새 불안함이 엄습해 온다. 유미는 ‘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본으로 향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유미는 태규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긴 것을 알고 절망에 빠진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을 땐 분노만 치밀었다. 호텔 방에 돌아와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는 오열했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연인과의 이별.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동생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을 게 뻔하다. 불난 집에 부채질해서 마음은 더 타들어 갈 것이다. 유미는 쉽사리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낯선 도시를 방황하던 끝에 막다른 골목에 있는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 ‘엔드포인트’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갑내기 니시야마(다나카 순스케)를 만난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이별 후 실의에 빠진 여자가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남자와 사람들을 통해 치유 받고 상처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다. ‘키친’ ‘도마뱀’ 등으로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한일 합작영화다. 2009년 단편 영화 ‘그 후…’로 다마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최현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이별’을 현실감 있게 담아내면서 공감을 선사한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엔드포인트’는 현실에서 존재할 법한 공간이며, 그 곳의 주인 니시야마도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엔드포인트’는 판타지처럼 묘하다. 니시야마와 주변 인물들은 판타지 영화 속 마법사들 같다. 며칠 동안 이불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던 유미는 어떻게 미소를 찾을 수 있을까.

이별한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지만, 영화는 로맨틱한 멜로 대신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과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스크린에 처음 도전한 최수영의 연기는 훌륭하다. 특히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눈길을 끈다. 소녀시대로 데뷔하기 전 열두 살 때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그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일본어를 접했다고 한다. 역시나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주연을 맡은 다나카 순스케는 신선하다.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연기로 최수영과 남다른 호흡을 보여주며 시종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오는 4일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