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황우슬혜 “언제나 떨리는 연기…도망치지 않고 혼자 싸우면서 가요”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썬키스 패밀리’의 배우 황우슬혜./사진제공=영화사 두둥

맑고 또랑또랑한 눈동자로 엉뚱한 행동을 쏟아낸다. 그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청순하거나 독특한 이미지로, 누군가에겐 천진한 매력으로 다가간다. 이처럼 규정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배우가 있을까. 황우슬혜 얘기다.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년) 때부터 그랬다. 너무 예뻐서 주인공 양미숙(공효진)을 화나게 하는 이유리 선생님 역을 맡았던 그는 러시아어로 ‘라이터'(좌지까까)를 외쳤고, 현재 상영 중인 코미디 영화 ‘썬키스 패밀리’에서는 직접 앵무새 목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다. 서른 살 늦깎이 데뷔로 주목받았지만 나이가 많다는 두려움과 함께 연기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는 황우슬혜.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재미있어졌고 적당히 나이 든 지금이 편하단다. 멀리서 봐도 매력적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더 편안한 매력이 있는 황우슬혜를 만났다.

10. ‘썬키스 패밀리‘ 시사회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고 들었다.

황우슬혜: 내 연기를 보고 웃은 건 아니었다. 오빠(박희순)랑 언니(진경)가 연기하는 걸 그때 처음 봐서 크게 웃었다. 촬영할 때는 박희순 오빠가 나를 보면서 막 웃었는데, 그 사람이 화면에서 연기하는 걸 보니 웃겼던 거다.  내가 너무 크게 웃는 바람에 사람들이 다 들었다고 해서 좀 부끄러웠다. 그런데 오빠랑 언니가 진짜 웃기지 않았나?

10. 극 중 미희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에 빠져있는 인물이다자신과 닮은 점이 있다면

황우슬혜: 나도 그처럼 하나에 빠지면 푹 빠져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미희는 눈치를 안 보지 않나. 나는 눈치를 많이 본다. 미희는 예술에 빠져서 남들 눈치도 안 보고 정면으로 달려간다. 사실 난 눈치를 보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해줘야 할 것 같아서 좀 망설여진다.

10.  그럼에도 눈치 보지 않고 빠져드는 순간이 있다면?

황우슬혜: 연기에서 슛 들어갈 때. 카메라가 슛 들어가면 눈치를 안 보려고 한다. 돌진하는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사실 내가 연기한 모습을 잘 못 본다. 연기할 때는 눈치를 안 보는데, 거기서 빠져나오면 쥐구멍에 숨고 싶은 거다. 이번에 ‘썬키스 패밀리’도 내 모습을 보고는 웃음이 안 나왔다.

10. 화가인 미희를 연기하기 위해 그림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특정 직업을 연기할 원래 노력을 많이 하나?

황우슬혜: 그런 편이다. 선생님 역할이면 실제 선생님을 만나보기도 하고, 직업에 대한 책을 보거나 계속 가까이 있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그림을 배우면서는 특히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미술과 접하고 있다는 게 그냥 좋았다. 그림도 많이 그렸는데, 누드화부터 그냥 내가 상상하는 것들을 그렸다. 돌아가신 할머니 모습, 지금은 만나지 않는 옛날 친구들의 모습, 그런 것들을.

영화 ‘썬키스 패밀리’에서 화가를 연기하기 위해 그림을 배웠다는 황우슬혜. /사진제공=영화사 두둥

10. 데뷔 10년차가 넘었는데 일주일에 5, 여섯 시간씩 연기를 배우고 있다고 들었다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

황우슬혜: 연기할 때 긴장을 많이 한다. 많이 해놔야 안 떨리니까 계속 연기를 생각하고 있으려고 한다. 사실 예전에는 연기가 공포였다. 연기가 재미있어진 게 한 2~3년밖에 안 됐다. 드라마 ‘혼술남녀’ 시작하면서 ‘이제 재미있네’ 했다. 그전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하면 재미있어진다는 걸 알고 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그런데 지금도 많이 떨려서 영화 ‘레슬러’를 할 때는 분장해주는 분이 내 걱정을 많이 했다. 바들바들 팔을 떨면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랬으니까. 내가 안 그렇게 보여도 뒤에서는 혼자 많이 싸우고 있다. (웃음)

10. 서른에미쓰 홍당무 주목받으면서 데뷔했다연기가 공포인데 어떻게 지금까지 연기를 계속 하고 있나?

황우슬혜: 오디션을 봤을 때는 스물 여덟이었다. 이경미 감독님의 디렉션도 좋았고, 신인 때의 버티기 하는 마인드도 있어서 유리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좀 힘들었다. 감독님들이 안 좋았다는 게 아니다. 어쩌다 이전에 좋은 감독님과 나랑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났던 건데 그 후에는 연기 실력이 탄로 난 기분이었다. 그래서 계속 연습했다. ‘혼술남녀’ 때부터 재미를 알았던 게 ‘황진이’를 연기하면서다. 개인적으로 나는 결혼도, 아이 낳을 생각이 별로 없는데 걔는 아이 낳는 것에 엄청 집착하는 인물이었다. 너무 다른 캐릭터라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걔가 이해가 되고 편해지는 순간이 생겼다. 그때부터 연기는 공포가 아니었다. ‘노력하면 할 수 있구나’ ‘내가 편하게 하면 사람들도 편하게 봐주고 공감해주는 구나’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연기가 재미있어졌다. 얼마 전에 어떤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다. ‘혼술남녀’ ‘레슬러’부터 인생에 변화가 생겼느냐고. 하하.

10. 힘들어도 연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가 있나?

황우슬혜: 그냥, 연기자가 내 직업인데 이제 그만 힘들어야 할 것 같아서다. (웃음) 연기를 계속 할 건데 내가 즐거워지면 관객들도 즐거워질 것 아닌가? 물론 이번에도 화면을 보고 자책을 많이하긴 했지만…. 나는 60대, 70대, 80대에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 마음으로 쭉쭉 나아갔다. 여기에는 내 성격 영향도 있다. 별명이 황소다. 끈적하게 계속 묵묵하게 간다. 오늘 좀 안 되면 좌절하긴 하지만 ‘안 되면 또 해보면 되지, 뭐’라면서 또 한다. 무서워서 도망가는 것보다 부딪치면서 뭐라도 배운다. 지금도 그러면서 계속 헤딩하고 있는 중이다.

황우슬혜는 “내 별명이 황소”라며 “도망치기보다는 부딪쳐서 뭐라도 배운다”고 말했다./사진제공=영화사 두둥

10. 배우로서 이상형이 있다면?

황우슬혜김혜자 선생님이 될 가능성은 없겠지만 그 분을 생각한다. 선생님이 연습하는 모습을 TV에서 봤는데, 그 경력에도 연습을 하시는 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많았다. 나도 선생님처럼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10. 70, 80대에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거나 할머니가 되면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나?

황우슬혜: 따뜻한 할머니. 그건 실제로도 연기로도 힘들다고 생각한다. ‘황우슬혜가 할머니 연기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진짜 우리 옆에 있는 할머니같은 모습으로 카메라에 담기고 싶다. 내가 할머니를 진짜 사랑하고, 할머니들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10. 배우로서 나이가 듦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걱정이 없는 편인가

황우슬혜: 없다. 나이 걱정은 오히려 어렸을 때 많이 했다. 내가 스물여덟 살에 캐스팅돼서 서른 살에 데뷔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나이가 정말 어린데, 그때는 나이가 정말 많다고 생각해 두려워했다. 당시만 해도 스물일곱 살이면 ‘회사 오디션을 봐야 할까?’ 망설이던 때였고, 주위에서도 나이가 많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말에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도 다 어렸을 때라서 그랬던 것 같다. (웃음) 지금은 나이는 뭐 다들 먹는 거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그때 스트레스 받았던 시간들이 지금은 너무 아깝다. 스물네 살만 되어도 옆에 스무 살이 있으면 어떤 사람이 와서 스물네 살한테는 괜히 ‘아줌마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지않나. 그러면 걔는 스물일곱 살에도, 그  후에도 또 나이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20대 초반부터 계속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듣는 거다. 그래서 지금은 내 옆에 스물아홉 살이 있으면 ‘아. 짱짱하네. 충분해 충분해. 나 서른 살에 데뷔했어’ 일부러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더 편하다.

“적당히 나이 든 지금이 편하다”는 황우슬혜. 자신처럼 늦게 데뷔한 사람에겐 일부러 ‘충분해, 충분해’라고 말해준다”고 설명했다./사진제공=영화사 두둥

10. 앞으로 해보고 싶은 다른 역할이 있다면?

황우슬혜하고 싶은 게 많다. 스릴러도 하고 싶고, 정의감을 위해 싸우는 경찰과 검사도 해보고 싶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인물들 말이다. 싸이코 연기도 하고 싶다.

10. ‘썬키스 패밀리에서 미희는 ‘사람들의 숨겨져 있는 표정 포착해서 그린다고 말한다. 자신의 모습 중에서 숨겨져 있는 모습을 포착한다면 어떤 표정을 그리고 싶나?

황우슬혜되게 못된 모습. (웃음) 아니면, 정말로 좋아서 아기 같이 활짝 웃는 모습. 나의 장난기 많고 아이 같은 모습을 그려보고 싶다. 해맑고 아무 생각 없는 모습이다. 그런 상반된 모습을 언젠가 작품을 통해서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