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동네변호사 조들호2’ 잡음도 물리친 연기력

[텐아시아=우빈 기자]

‘동네변호사 조들호2’ 고현정 / 사진=KBS2 방송화면

배우 고현정이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에서 연기력, 포스 어느 것 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이하 조들호2)이 지난 26일 최고 시청률 9.3%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조들호2’는 방송 내내 위태로웠다. 주연 배우와 제작진 간의 불화설과 계속된 작가 교체설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박신양이 허리디스크 수술로 2주간 결방했고 조달환, 이미도 등 조연 배우들의 하차를 둘러싼 배우와 제작진의 이견도 불거졌다. 무허가 촬영 중 스태프 5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논란은 꼬리를 물었다.

반복되는 잡음에도 불구하고 ‘조들호2’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가 있었다. 메인 작가 없이 에피소드별로 작가가 바뀌었기 때문에 대본은 들쑥날쑥했다.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상황과 대본에도 캐릭터의 성격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연기하기란 베테랑 연기자에게도 어려운 일. 하지만 고현정은 연기력이면 연기력, 포스면 포스 강력한 존재감으로 악(惡)을 대표하는 연기로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는 악랄함과 교활함을 보이면서도 비열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야 했던 이자경. 연기력에 포스가 더해진 이자경은 고현정이라 가능했던 인물이었다.

고현정은 매 회 소름을 안겼다. 경직된 얼굴과 매서운 눈빛 하나로 극의 긴장과 공포를 유발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 뚱하게 보이는 표정, 뭉개는 발음으로 지적하기도 했지만 이는 이자경 캐릭터가 가진 이야기를 본다면 공감과 연민이 느껴지는 설정이었다.

이자경은 어린 시절 학대를 받고 목숨처럼 귀하게 여겼던 동생의 죽음을 겪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죽음이 아닌 장기 적출이라는 끔찍한 현실을 마주한 이자경에게 남은 것은 복수와 무(無)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래서 이자경은 ‘조들호2’에서 감정을 분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복수가 삶을 버틸 수 있는 이유였고 그 외의 것엔 무심했다.

그러다 감정의 변화가 찾아오는 사건이 생기면 고현정은 미세하게 떨리는 표정과 초점을 달리하는 눈빛으로 이자경이 가진 캐릭터를 좀 더 드마라틱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모든 복수를 끝낸 마지막회에서 긴 시간을 함께한 한민(문수빈 분)과 바닷가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이자경의 참았던 감정이 터져나온 장면이었다. 크게 웃었던 또 울었다. 처음으로 이자경이 ‘평범’해 보였던 모습. 감정을 숨기며 살아온 오욕과 원한의 세월을 지나 평온을 찾은 이자경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더 슬펐고 마음 아파했다.

이처럼 고현정은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역에 힘을 빼면서 ‘선덕여왕’ 미실, ‘디어 마이 프렌즈’ 박완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