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혜교지현이> vs <밥 줘!>

<태희혜교지현이> MBC 월-금 오후 7시 45분
지나치게 많은 캐릭터들의 산만한 등장과 뻔한 에피소드 등으로 지지부진하게 전개되고 있던 <태희혜교지현이>는, 대한민국의 중산층이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아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빵집을 중심으로 하여 아줌마들의 수다에서 비롯되는 에피소드들을 이어가고 분산된 캐릭터의 힘을 주요 등장인물 몇몇에게 실어주면서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빵빵한 지원 속에서 결혼을 준비하게 된 미선에게 배 아픔을 느끼는 아줌마들을 보여준 어제의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 에피소드들은 여전히 바로 다음 내용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태희혜교지현이>는 모험을 택하기보다 이러한 식의 뻔한 내용을, 친숙한 소재를 통해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한다. <태희혜교지현이>에는 기존의 MBC 시트콤들이 시도해 온 독특한 시도들은 보이지 않는다. 낯선 배경도, 신기한 캐릭터도, 일상의 재발견도 없다. 대신 그보다 익숙한 풍경,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쉬운 유머코드가 있다. 한 회에 복잡하게 에피소드 두세 개를 겹쳐 놓지 않고 하나의 에피소드만 충실히 따라가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서, 편안한 마음으로 TV를 보기 원하는 그 시간대의 주 시청층에게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점차적으로 오르고 있는 시청률로도 증명되고 있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알 수 없지만, 최근의 <태희혜교지현이>는 시트콤이라기보다 웃음의 포인트가 조금 많은 일일드라마에 가깝게 느껴진다.
글 윤이나

<밥 줘!> MBC 월-금 저녁 8시 15분
도입부가 제법 산뜻하다 싶었을 때, 잊지 말았어야 했다. 어디까지나 는 서영명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비양심적일 뿐 아니라 뻔뻔하기까지 한 인물 묘사도 문제지만, 이 드라마의 가장 나쁜 점은 이른바 군중심리에 아부하는 전개방식이다. 영란(하희라) 일행이 남편의 내연녀 화진(최수린)을 응징한 32회가 그 전형적 예다. 선우(김성민)에게 “이혼하면 당신 죄를 인정하는 꼴”이라며 현 상태를 유지하자고 부추기는 화진의 대사는 사랑하지만 책임지기 싫다는 의사표현이다. 영란은 화진을 덮치러 가는 와중에도 딸(하승리)의 안부를 살뜰히 챙긴다. 정의의 사도 영미(오윤아)와 정희(홍충민)는 영란을 대신해 화진에게 손찌검을 퍼붓는다. 이 줄거리에 깔린 전제는 분명하다. 불륜 피해자인 조강지처는 원래 우아하고 성실한 주부다. 가해자인 불륜녀는 남편의 뒷바라지는 외면하고 단물만 취하는 존재다. 누구라도 불륜녀의 잘못을 알면 분노할 것이며, 이는 즉각 단죄해야 마땅하다. 불륜극의 선배격인 SBS , 이 그나마 불륜 당사자들에게 이혼 요구와 재혼 등으로 교통정리를 시킨 데 비해, 는 남편과 불륜녀를 한층 더 뻔뻔하게 묘사하여 보는 이의 분노를 자극하고, 대중의 공분을 대리 표출한다는 명목으로 영란 주변인들의 집단폭행 장면을 빈번히 활용한다. 화진을 향한 영미의 하이킥과 정희의 손놀림이 그 상황을 즐기는 듯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리라. 종국에는 몰염치한 남편 선우도 ‘밥’의 소중함을 깨닫고 영란 앞에 무릎을 꿇겠지만, 그의 회개를 면죄부로 삼기에는 지금 의 잘못이 너무 크다.

글 김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