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딕펑스 “12년째 동고동락…장수밴드 비결은 무관심이죠”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딕펑스,인터뷰

밴드 딕펑스./이승현 기자 lsh87@

김태현(보컬), 김재흥(베이스), 김현우(피아노), 박가람(드럼). 네 명의 동갑내기 친구는 2007년 밴드 딕펑스로 뭉쳤다. 12년을 함께하며 미운정 고운정 다들어 이제는 ‘가족’이 됐단다. 2012년 Mnet ‘슈퍼스타K 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존재감을 알린 그들은 2013년 발표한 ‘비바 청춘’을 통해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016년 7월 김재흥을 시작으로, 한두 달 간격으로 멤버들이 줄줄이 입대했고, 지난해 전역해 다시금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장수밴드가 되고 싶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딕펑스를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

10. 지난해 10월 제대 기념 콘서트 ‘제대로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다시 만났다. 공연하면서 처음 눈물을 흘렸다고?
김태현: 군대를 포함해서 2~3년여의 공백이 있었다. 전역 이후 첫 콘서트였다. 우리를 잊은 줄 알았는데 1500석 규모의 공연장이 꽉 찼다. 감동했다. 떼창을 할 때 우리도, 팬도 함께 울었다. 팬과 눈이 마주쳐서 더 울었다. 공연하면서 운 건 처음이다.

10. 지난 1월 디지털 싱글 ‘스페셜’을 발매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태현: TV, 라디오, 공연 등을 하며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군대에 있을 땐 ‘내가 사회에 있을 때 뭘 했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원래 밴드를 했던 사람이구나’ 라는걸 실감하고 있다.

10. 비슷한 시기에 입대했다가 전역했다. 계획하고 입대한 건가?
김태현: 나라가 계획한 대로 입대했다. (웃음) 서른이 다 돼가는 나이였기 때문에 연기하거나 계획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재흥이가 먼저 가고, 영장이 나온 순서대로 갔다.
김재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갔다. 군대에 있을 때 함께 활동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났다.
김태현: 군대에 있을 때 ‘당연히 다시 만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사람이 ‘딕펑스 안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더라. 어느 순간 ‘진짜 안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멤버들을 형제라고 생각했기에 (만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 말을 듣고 나니’아, 남이었구나’라고도 생각했다. (웃음)
김현우: 사실 별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우린 형제 맞다. 형제가 군대에 갔다 왔다고 해서 형제가 아닌 건 아니지 않나. 자연스레 다시 뭉쳐서 활동을 시작했다.
김재흥: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은 느낌이다. 하하.

10. 팀을 결성한 지 얼마나 됐나?
김태현: 2007년에 결성했으니 12년 정도 됐다.

10. 네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김태현: 현우, 재흥이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06학번 동기다. 우리끼리 스터디 형식으로 만든 밴드였고, 가수로 데뷔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드럼을 맡을 멤버가 필요해서 고등학교 동창인 가람이를 데려왔다. 가람이는 동아방송예술대 영상음악과였다.

10. 딕펑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된 건가?
김현우: 홍대 클럽들을 다니면서 공연을 시작했다. 클럽에서 밴드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더라. 토끼띠여서 ‘래빗스’로 할까 했는데 가람이가 빠른 87이라 용띠다. 그래서 안 됐다. ‘DICK’ 이라는 이름을 가진 외국사람이 많은데 왠지 어감이 좋았다. ‘펑크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 ‘딕펑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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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 다시 만나 활동 중인 딕펑스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이승현 기자 lsh87@

10. 밴드로서 오랜 시간 한 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형제’까지 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비결은?
김재흥: 비결은 무관심이다. 비즈니스로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사적인 곳에서 웬만하면 안 만난다. 하하. 원래 가족끼리도 집에서 빼고는 뭘 잘 안 하지 않나. 우린 친구를 넘어선 가족이다.
김태현: 비즈니스로 만나긴 하는데 어쩌다 보니 매일 본다.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웃음) 오랜만에 봐도 ‘오랜만이야’가 아니라 ‘왔어?’라고 말한다. 그게 더 자연스럽다.

10. 형제처럼 친해도 다툴 수 있다. 가장 크게 싸웠던 때는?
김현우: 2009년쯤이었나? 공연하기 전 당구를 치고 있었다. 어쩌다 만화 ‘나루토’ 얘기가 나왔다. 나와 태현, 가람은 이미 다 봤고, 재흥이는 정주행 중이었다. 우리가 장난을 치면서 스포일러 하겠다고 했고, 재흥이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그러다 은연중에 스포일러를 했다. 재흥이가 듣자마자 당구채를 던지고 나갔다. ‘아이씨’라고 하면서 나가더라.

10. 화날 일인가 싶은데 이해도 된다. 어떻게 풀었나?
김현우: 재흥이한테 연락하려고 했는데 휴대전화를 놓고 갔더라. 씩씩거리면서 다시 들어오는 모습이 웃겨서 웃다가 풀렸다.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싸웠다.

10. 함께 술자리도 자주 갖나? 주량은 어떻게 되고, 주사가 있는 멤버가 있나?
김태현: 재흥이는 혀가 잘 꼬인다. 술이 좀 취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박가람: 나는 취하면 힘이 쫙 빠지고 방전된다. 급격하게 노쇠해진다.
김현우: 주사는 없는 것 같다. 다들 귀가 본능이 생긴다. 태현이가 늘 2차 가자고 하는데, 모두 다 같이 2차까지 가 본 적이 없다.

10. 태현 씨는 얼마나 마시나?
김태현: 평소에는 두 병, 잘 받으면 세 병 마신다. 세 병 마시면 나도 혀가 꼬인다.

10. 군에 있을 때 위안을 준 가수는 누구인가?
김태현-김재흥: 레드벨벳!
박가람: 나는 라붐이다. 라붐이 군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다. 음악방송 할 때 다들 레드벨벳과 트와이스에 집중하는데 나는 라붐만 기다렸다.
김현우: 워낙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나는 러블리즈다. 예전에는 에이핑크를 좋아했다.
김태현: 내 기억에 현우는 에이핑크가 뜨기 전부터 좋아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영상이 떠 있는 걸 봤다.
김현우: 이유가 있다. 에이핑크 윤보미 씨가 유치원 때 짝사랑했던 선생님과 닮았다. ‘몰라요’가 나왔을 때였나, 홍대에서 공연하다가 사인받은 적도 있다.

10. 협업한다면 어떤 팀과 하고 싶나?
김재흥: 저희는 보이그룹이니 레드벨벳이랑 하고 싶다.
김현우: 우리가 무슨 보이그룹인가. 아니다.
김재흥: 정정하겠다. 맨 그룹이다.
박가람: 볼빨간사춘기와 해보고 싶다. 태현이 목소리랑 잘 어울릴 것 같다.

10. 라이벌로 생각하는 밴드가 있나?
김태현: 홍대에선 사람들이 로맨틱 펀치랑 라이벌이라고 했다. 사실 기획성으로 자주 묶였다. 함께 공연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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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펑스는 오랫동안 밴드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무관심”이라고 했다./이승현 기자 lsh87@

10. 각자 언제 어떻게 밴드를 시작한 건가?
박가람: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태현과는 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였지만 서로 다른 밴드에 있었다. 나는 고1 때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김태현: 어릴 때는 R&B 음악이 좋아서 많이 듣고 따라 불렀다. 또 김건모 선배님도 좋아했다. 중3 때부터 밴드 하는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김현우: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정말 하기 싫어서 스트레스받으면서 다녔는데, 그걸로 먹고 살고 있다. 어머니께 감사하다. 나는 고2 때부터 밴드를 시작했다.
김재흥: 중학교 때 교회 누나의 시선을 받고 싶어서 베이스에 관심을 가졌다. (웃음) 그러다 베이스 자체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때 음악을 전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0. 음악을 안 했다면 뭘 했을 것 같은가?
김재흥: 대장장이? 도구, 가구 등을 직접 만들고 싶다. 그런 걸 좋아한다. 공방 같은 걸 차려야 하나? 내가 보기보다 섬세하다.
김태현: 어렸을 때 꿈이 PD였다. 신문방송학과 같은 델 가고 싶었다. 음악을 하면서 접었지만, 그 꿈을 계속 꿨다면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현우: 화가? 만화나 그림을 좋아했다. 어릴 때 색칠공부 같은 걸 취미로 했다. 그런데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웃음) 어릴 때 바지로 가방을 만들어서 상을 받은 적이 있다. 청바지 같은 걸 찢어서 리폼하는 것도 좋아한다.
박가람: 어릴 때 꿈이 발명가였다. 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서 다 뜯어 본 적도 있고, 게임기 같은 것도 다 뜯어봤다. 초등학교 때 발명대회에 나가서 3등을 했다.

10. 그간 예능이나 라디오 등에 출연했던 걸 보면 ‘예능감’도 남다르다. 특별히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
박가람: 재흥이는 앞서 말한 대로 대장장이처럼 뭐든지 잘 만들어낸다. 리얼 관찰 예능 같은 걸 하면 잘 할 것 같다.
김현우: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보고 싶다. 방송을 보면서 나도 한 번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이 들면 시골에 가서 살 생각도 있다.

10. 밴드와 관련한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나?
김태현: 시사회 때 봤다. 음악영화라 잘 안 될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퀸을 워낙 좋아해서 커버도 많이 했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100%는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재미있었다.

10. 퀸이 공연했던 ‘라이브 에이드’처럼 큰 무대에 서게 된다면 꼭 선보이고 싶은 곡은?
김태현: ‘비바청춘’ ‘그 일’ ‘좋다좋아’로 공연하고 싶다. ‘비바청춘’은 딕펑스에게 ‘청춘’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의미 있는 곡이다. ‘그 일’이라는 곡은 중간에 화음이 들어간다. 3화음으로, 공연 때 팬들과 저음, 중음, 고음으로 나눠서 합창한다. ‘라이브 에이드’처럼 큰 무대에서 한다면 소름 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좋다좋아’는 우리 공연에서 항상 엔딩곡이다. 중간에 어깨춤도 출 수 있는 신나는 곡이다.

10. 군대에 가기 전과, 지금 달라진 건 뭔가?
김태현: 군대 가기 전에는 조급했다. ‘슈퍼스타K’ 때부터 군대가 주는 중압감이 있었다. ‘최소 2년 공백이 생길 텐데 뭘 좀 해놓고 가야 하지 않을까’라며 고민했다. 늘 조급했던 것 같다.
박가람: 임펙트가 없다면 까먹지 않을까? 터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김현우: 군에 가기 전엔 우리 모두 줏대가 없었다. ‘슈퍼스타K’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인기를 얻었다. 우리가 잘 한 것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만들어 준 것도 있다. 그래서 그들이 얘기하는 것이 다 정답인 줄 알았다. 나쁜 결과만 있던 건 아니지만 아쉬운 결과도 있었다.
김재흥: ‘군대 갔다 왔느냐’라는 이야기를 10년 가까이 들었다.
김태현: 큰 장애물이 없어진 것 같아 지금은 아주 편해졌다.

10. 새 앨범 계획은?
김태현: 지금 작업 중이다. ‘벚꽃엔딩’ 같은 시즌송은 아니지만, 시즌이 담겨있다. 하하. 시즌과 관련 있는 어떤 물건에 대한 노래다.
김현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웃음)
김재흥: 상반기 안에 나올 것 같다. 기대해 달라.

10. 딕펑스의 ‘꿈’은 뭔가?
김태현: 10년 넘게 음악을 하면서 ‘내가 왜 음악을 하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회사원들도 이직이란 걸 하는데 나는 계속 같은 걸 하고 있다. 좋은 음악을 들려 드려야 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음악을 하는 이유는 내가 좋아서다. 그리고 내가 재미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음악을 하고 싶다. 그것이 꿈이다.
김현우: 꿈이라기보다 ‘장수밴드’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누구 하나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래 하고 싶다. ‘한국의 퀸이되자’ ‘비틀즈가 되자’, 이런 건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오래 하자!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