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다시 마주하는 ‘덤보’, 신사·숙녀·어린이를 꼬옥 끌어안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덤보’ 포스터.

1919년. ‘메디치 브라더스’ 서커스 단장(대니 드비토)과 단원들은 공연 준비로 분주하다. 근처 기차역에서 남매 밀리(니코 파커)와 조(핀리 호빈스)는 전쟁에서 돌아오는, 그리운 아빠 홀트(콜린 파렐)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다가 부상으로 잃은 아빠의 왼쪽 팔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홀트는 자신이 전쟁터에 있던 시기에 아내, 즉 아이들에게는 엄마인 애니를 잃은 슬픔을 겪은 아이들을 어루만진다. 부모의 뒤를 잇기를 바라는 홀트의 바램과 달리 밀리는 서커스의 볼거리보다는 과학에 마음이 끌린다. 반면 조는 서커스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영 재능이 없다.

단장은 왕년의 서커스 스타였던 홀트에게 공석인 코끼리 조련사를 맡긴다. 홀트가 맡게 된 코끼리 중 하나인 ‘점보’가 몸보다 훨씬 큰 귀를 가진 아기 코끼리 ‘덤보’를 낳는다. 엄마인 점보 눈에는 사랑스러운 아기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놀림거리에 웃음거리일 따름이다. 우연한 사고로 서커스 텐트가 무너지고, 이 일이 빌미가 되어 점보는 다른 곳으로 팔려간다.

밀리와 조는 슬픔에 찬 덤보를 위로하러 찾아갔다가 깃털에 반응하며 하늘을 나는 덤보의 놀라운 재능을 발견한다. 그렇게 덤보는 기울어가는 서커스단의 희망이 된다. 은행에서 막대한 자본을 끌어와서 ‘드림랜드’를 건설하려는 사업가 반데비어(마이클 키튼)가 이 소식을 듣자마자 프랑스 출신의 공중 곡예사 콜레트(에바 그린)와 함께 서커스단을 찾는다.

영화 ‘덤보’ 스틸컷.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 ‘덤보’(1941)는 헬렌 애버슨, 해롤드 퍼가 쓴 ‘덤보 더 플라잉 엘리펀트(Dumbo the flying elephant)’를 원작으로 하는 64분 길이의 작품이다. 78년 만에 돌아온 ‘덤보’는 라이브 액션으로 재탄생했다. 책임자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로 라이브 액션을 연출한 경험도 있고 ‘비틀쥬스’(1988) ‘가위손’(1990) ‘빅 피쉬’(2003)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처럼 작품마다 특유의 인장을 남기는 팀 버튼 감독이 낙점되었다. 늙지 않는 상상력을 가진 그는 이번 작품으로 뭉클한 순간도 빚어냈다.

팀 버튼의 오랜 파트너인 작곡가 대니 엘프만은 디즈니 클래식의 ‘베이비 마인(Baby mine)’을 매만져서 풍부한 감성을 선사한다. 또한 덤보를 비롯해서 엄마 코끼리 점보, 원숭이, 아프리카 비단뱀, 코브라, 쥐, 늑대, 악어처럼 CG로 탄생한 동물 캐릭터들은 자연스레 극에 스며든다. ‘메디치 브라더스’ 서커스단은 빛바랜 시절의 향수를, ‘드림랜드’는 54명의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일명 ‘인간 케이크’의 칼군무나 비눗방울 쇼처럼 눈부신 볼거리를 제공한다.

고전으로 사랑받는 작품들에는 다 까닭이 있다. 여리디여린 심성을 가진 아기 코끼리 덤보는 자신의 결점을 장점으로 극복한다. 그래서 덤보의 비상은 단순히 하늘을 나는 것 이상의 성장을 담고 있기에 저릿하다. 디즈니 클래식과 달리 이번에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이라는 시간축을 끌어왔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기에 덤보의 존재가 더 애틋하다. 또한 덤보를 독려하던 생쥐 친구 티모시를 대신하는 밀리와 조가 등장한다. 덤보의 이야기이기에 이번에도 인간들은 피상적으로 다뤄진다. 자동차 경적음을 엄마 점보의 소리로 착각할 만큼 애타게 엄마를 그리워하는, 눈물이 그렁한 덤보는 애련하다. 그 감정들이 눈빛만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한 주요 메시지도 덧붙여진다. 쇼에 끌려나온 덤보의 흔들리는 눈빛을 마주하면,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동물을 혹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극 중 “신사 숙녀 어린이 여러분”이라는 대사가 두어 번 등장하는데 심장이 마구 뛰었다. 숙녀의 분류에 들어갈 나이임에도 유독 어린이라는 단어에 말이다. 다시금 마주하는 우리의 ‘덤보’는 신사, 숙녀, 어린이를 꼬옥 끌어안을 듯싶다.

3월 27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