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썬키스 패밀리’ 박희순 “남자영화 전문 배우?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도 좋아해요”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썬키스 패밀리’의 배우 박희순./사진제공=영화사 두둥

‘VIP’ ‘남한산성’ ‘용의자’… 한동안 이른바 ‘남자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박희순이 가족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다. 아홉 살 어린이의 시선으로 본 어른들의 성(性)을 그리는 이 영화에서 박희순은 아빠 준호 역을 맡아 배우 진경과 ‘사랑꾼 부부’로 호흡한다. 박희순의 이번 선택은 마냥 낯선 일만은 아니다. 선 굵은 대작에 출연하는 중간 중간 작은 영화에 힘을 보태온 그는 “강한 연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예쁘고 아기자기한 영화들을 좋아한다”며 “다양한 영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희순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완성된 영화를 어떻게 보았나.

박희순나는 계속 영화를 지켜봐왔다. 이번 언론시사회 때 배우들이 크게 웃는 걸보고 덩달아 기뻤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성 세계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표현될까 했는데, 환상적이었다.  현장성도 더 살아났고, 음악도 좋았다.

10. 촬영 현장에서 배우의 아이디어도 많았다고 들었다

박희순: 진경 씨하고 같이 만들었다. 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춤을 출 때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오프닝에서 뮤지컬 같은 구성은 안무가 선생님이 짜 주신 것이지만 나머지는 막춤이었다. 그런 (이상한) 춤을 누가 가르쳐 주겠나. 하하하.

10. 성적인 주제를 아이의 시선에서 풀어 가족영화로 만든 인상적이다.

박희순그렇다. ‘평범한 가족영화였다면 굳이 내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발칙한 점이 마음에 들고 너무 재밌었다. 가족극과 섹시 코미디가 결합된 게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정선을 유지하면 모두가 불쾌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영화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본을 보고도 좋았는데, 감독님을 만나니 더 확신이 들었다. ‘어느 선을 넘지 않겠다. 아이의 시선으로 간다. 15세 관람가’라는 게 딱 있었다. 신뢰감이 생겼다. 남자 감독이 그렇게 말했으면 안 믿었을 것 같다. 현장에 가서 또 변화가 생길지 모르니까. 여성 감독이라서 믿음이 생겼고, 아이의 시선으로 간다고 했기 때문에 흔쾌히 하게 됐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 스틸컷/사진제공=(주)영화사 두둥

10. 언론시사회 때 보니  역할을 맡은 이고은과 계속 대화를 나누더라. 현장에서 조언을 해준 게 있나?

박희순조언은 안하는 편이다. 나나 잘해야 한다. (웃음) 그냥 아이들이 궁금한 게 많으니 같이 대화를 나눴다. 아역과 연기할 때도 동료와 똑같다. 특히 아이들은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하면 오히려 연기가 굳는다. 보통 성인 배우와 하는 것처럼 연기하거나 더 정성들여 제대로 연기하려고 한다. 내가 카메라에 안 담기는 부분도 더 열심히 표현하려고 하는 그런 거 말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면 아이들한테서는 더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디렉팅도 보통 성인들과 하는 대화처럼 ‘고은아. 너 어떻할 거야? 나 이렇게 할 건데’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시키면 안된다. 고은이는 연기도 잘하지만 현장에서부터 따뜻하고, 스태프를 위로할 줄 아는 아이였다. 아역 계의 김연아가 아니었나 한다. 프로 정신이 있었다.

10. 사랑에 목마른 장성범의 연기도 발군이었다. 

박희순그 나이 또래에서 가장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진짜다. 저평가된 느낌이다.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는데 실력에 비해 주목을 못 받은 건 저평가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회자 될 거 같은데 해병대를 갔다. 

10. ‘썬키스 패밀리’ 가족들과 촬영하면서 휴식같은 느낌이 들었을  같다.

박희순그렇다. 가족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다. 모난 사람 하나 없는 현장이었다. 이제까지 남자들이 많은 영화만 하다가 이곳에만 오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본의 아니게 제작기간이 길어져서 항상 단체대화방에 소소한 자기 얘기들을 올리며 근황을 나눴다.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박희순은 “아역, 후배들과 연기할 때 조언을 안하는 편”이라며 “꼰대 기질이 올라오면 참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영화사 두둥

10. 결혼한  오래됐는데 아직도 통금시간이 있다고 들었다실제로 준호처럼 가정적인 남편인가?

박희순순종적인 남편이다. 통금은 아직도 풀어 주지를 않는다. 옛날에는 술자리에 오래 있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도 빨리 먹고 빨리 취해서 집에 가는 게 좋다. 그렇게 해도 다들 그러려니 해준다.

10. 결혼이 배우 생활에 주는 장점이 있나?

박희순당연히 있다. 예전에는 내 고집이 셌다. 예술,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 강했다면 지금은 다방면에 열어두는 것 같다. 과거에는 자존심이 셌는데 지금은 유해지고 넓어졌다. 오히려 다양한 작품을 하게 된다.

10. 이번 영화는 부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내(박예진)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없다.

박희순: 언론시사회 때 같이 봤는데 많이 좋아했다. 이미 시나리오를 보고도 ‘오빠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응원해줬다. 

10. 아내이자 동료인데 서로 모니터를 하고 조언해주는 편인가?

박희순: 나는 그에게 조언해 줄 게 없다. 왜냐하면 그는 프로니까. 냉정하게 작품이 재미있다, 없다는 말해주지만 서로의 연기에 대해 지적은 안 한다. 선을 지키려고 한다. 사실, 그는 내가 자신 없어하는 걸 잘 아는 사람이다. 개봉을 앞두고 많이 떠는 모습을 지켜보니까. 오히려 위로가 되는 얘기를 하려고 한다.

10. 연극을 시작으로 수없이 연기를 해왔는데, 개봉을 앞두고 떨리나?

박희순매번, 매번 떨린다. 주연 말고 멀티 캐스팅인 작품도 떨린다. 개봉 후 반응도 다 보고 극장에서 관객 반응도 확인한다. 사람들이 날 잘 못 알아봐서 그냥 좌석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된다. 코미디 영화는 관객 반응을 지켜보는 게 더 재밌어서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웃는 장면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조금씩 터지는 부분이 다른 걸 지켜 보는 게 재밌다.

10. 최근까지 선 굵은 영화에서 더 많이 만난 것 같다. 밝은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박희순남성성이 강조되는 역할은 평소의 나와는 다르기 때문에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그 위주로만 작품이 들어오니까 다른 작품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거다. 사실 개인적인 성향만 두고 보면 밝고 코믹한 것이 더 잘 맞기는 하다. 작지만 밝고 행복한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연극할 때는 이런 걸 많이 했는데, 요즘은 센 영화만 많이 나오니 갈증이 생긴다.

박희순은 “작품이 센 영화만 들어오니 작고 다양한 영화에 대해 당연히 갈증이 생긴다”고 말했다./사진제공=영화사 두둥

10. 남성성이 강조된 역할을  때는 어디서 에너지를 끌어오나?

박희순100%  연기였다. 하하하. 왜냐하면, 주위에 마초를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걸 보고 따라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새롭게 하는 게 힘이 드는 거다.

10. 김지혜 감독이 사진을 전공했다고 들었다그래서인지 ‘썬키스 패밀리’의 색감이 다채롭고어항  등이 아름다웠다배우로서도 기존의 한국 영화들과 다르다고 느낀  있나?

박희순많았다. 나도 어항 신이 마음에 든다. 여러 사진 자료를 보여주면서 만들어 나갔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생각들이 많은 감독님이었다. 유럽 영화에서나볼 수 있는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는데 넉넉한 예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더 많이 못한 건 아쉬웠다. 무엇보다 성적인 걸 아이의 시선에서 푼 게 놀랍지 않나. 성적인 농담은 상대가 불편할 수 있는 데 그렇지도 않다.

10. 액션을 하느라 표정을 많이  보여주다 이번 영화에서 클로즈업이 많아지면서 표정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배우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나 했다. 

박희순(웃음) 얼마 전에 영화 홍보 차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다. 내가 웃는 모습이 많이 나오더라. 모니터로 웃는 모습을 크게 보는 건 거의 처음이 아닐까 했다. 진짜 민망했다.

10. ‘썬키스 패밀리 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다. 배우로서 어느 시점을 지나고 나서는 이런 경험이 드물었을  같은데

박희순: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요즘은 작은 영화들은 제작 자체가 잘 안 된다. 이렇게 예쁘고 행복한 영화를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이나 오기 같은 게 생겨났다. 19금으로 가면 돈을 더 주겠다는 데가 많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게 아이의 시선에서 묘사되는 것이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배우와 감독 나눌 거 없이 모두 반대했다. 그 마음이 확고해서 누구 하나 이탈하지 않고 지금 개봉하게 됐다.

10. 얼마 전에는 저예산 영화 ‘히치하이크’에도 출연했다.

박희순이전에 ‘혈투’라는 작품에서 막내 스태프였던 분이 입봉한 작품이다. 정희재 감독이다. 한 10년이 지나고 입봉한다고 작품을 가져왔는데, 5000만 원짜리에 노개런티, 주인공도 아니고, 형사 역할이라고 했다. 당연히 내가 할 이유가 없었다. (웃음) 그래도 예전에 같이 했던 스태프라서 대본은 읽어봤는데 너무 좋았다. 두 명의 주인공들 이야기가 너무 예뻐서 출연하게 됐다. 서포트해야 할 것 같았다.

10. 대작을 하면서도 꾸준히 유쾌한 작품이나 작은 영화에도 출연하는 것 같다.

박희순하고 싶은 영화들은 항상 있다. 그때마다 들어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라 들어오는 것 중에 고르게 된다. 그 사이에서 하고 싶은 게 들어오면 곧바로 달려간다. 고예산이든 저예산이든 어떤 환경이든 마음 속에 있던 종류의 작품이 있다면 모험을 하더라도 시도한다. 앞으로도 그럴 거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