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더 길티’, 소리로 공포를 빚어내고 울림으로 방점을 찍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더 길티’ 포스터.

먹색 어둠을 가르며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잠시 후, 경찰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가 근무 중인 긴급 신고 센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재판 중인 사건으로 인해 긴급 신고 센터로 경질된 아스게르는 내일 있을 마지막 재판과 현장 복귀를 앞두고 어쩐지 불안해 보인다.

퇴근 시간이 임박한 아스게르에게 이상하고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아스게르는 수화기 너머의 여자 이벤(제시카 디니지)의 횡설수설에서 납치의 기운을 감지한다. 아스게르는 이벤이 그녀의 어린 딸 마틸데(카틴카 에버스-얀센)와 통화하는 것처럼 연기하는 것에 호응하며, 그녀를 돕기 위해 분투한다. 전화는 불시에 끊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아스게르는 노련하게 이벤의 주소지까지 파악해서 엄마도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마틸데와 통화를 한다. 그리고 여섯 살 소녀 마틸데에게 약속한다. 엄마를 집으로 꼭 보내주겠노라고.

영화 ‘더 길티’ 스틸컷.

덴마크 영화 ‘더 길티’의 원제는 ‘Den Skyldige’로 범인이란 뜻이고, 영어 제목인 ‘The Guilty’는 죄 혹은 죄책감이란 뜻으로 그 어느 쪽이든 영화를 보고 나면 묵직하게 다가오는 제목일 듯싶다. 스웨덴 출신으로 덴마크 국립영화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구스타브 몰러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더 길티’로 제34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월드시네마)을 수상했다.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관객의 마음을 능란하게 사로잡는다.

‘더 길티’는 시종여일 긴급 신고 센터만 배경으로 등장한다. 수화기 너머의 소리는 오롯이 소리로만 등장한다. 그래서 납치라는 극한상황을 다루는 스릴러지만 피 한 방울, 흉기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빗물 떨어지는 소리부터 차창을 닦는 와이퍼의 움직임, 초인종 소리, 경찰차의 경적 소리, 문을 여는 소리, 사람의 목소리까지 수화기 너머의 소리들은 치밀한 사운드 설계로 분배되었다. 또한 시드니 루멧의 ‘뜨거운 오후’(1975)에서 영화적 영감을 얻은 구스타브 몰러는 밀도 있는 긴장감을 그려내는데 십분 활용했다. 주연 배우 야곱 세데르그렌은 1인극에 가까운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제대로 책임졌다.

관객으로 하여금 소리로 화면을 눈앞에 그리게끔 하는, 독특한 스릴러다. 소리로 공포를 빚어내고, 울림으로 방점을 찍는 두루두루 매력적인 작품이다.

3월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