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풍상씨’ 유준상 “어제 받은 기립박수, 오늘 또 받는다는 법 없죠”

[텐아시아=우빈 기자]

지난 14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풍상을 연기한 배우 유준상.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진심으로 사과하고, 또 사과를 받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죠. 그걸 풍상이와 동생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요. 내 입장에서는 옳았던 일이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되고 오해가 됐어요. 그걸 인정하고 사과하는 건 참 어렵죠. 풍상이는 배운 것 없는 사람이었지만 스스로 깨달았고 모두에게 진심을 다해 사과했어요. 진심은 지식과 상관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진심이 삶을 변화시키죠. 배우로서 이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좋았고 한 명의 인간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참 고마운 작품이에요.”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 아픈 캐릭터가 있었을까.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유준상이 연기한 이풍상이 이런 인물이었다. 희생을 희생이라 여기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하다고 여겼다. 우리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 같아서 더 가슴이 아렸다. 온 마음을 다한 유준상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왜그래 풍상씨’는 지난 14일 22.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풍상 그 자체였던 유준상을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드라마가 끝났다. 무사히 끝낸 소감은?
유준상 : 아쉽다. 엄청 오랫동안 한 것 같은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나 싶다. 벌써부터 동생들 보고 싶다. 헤어질 때 슬펐다.

10. 간암에 걸린 설정 이후 환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했다고 들었다. 토하는 연기를 할 때 실제로 토하기까지 했다던데.
유준상 : 3~4kg를 뺐는데, 내가 원래 안 찐 상태였다. 풍상이가 간암이라는 사실을 안 직후부터는 거의 안 먹었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았다. 토하는 연기도 실제로 토하려고 한 건 아닌데 캐릭터에 몰입했던 것 같다.

10.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풍상이의 삶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유준상 : 문영남 작가님이 각오하라고 했다. 풍상이 이야기가 많이 있을 테니까 잘해보자고 하셨다. 시놉시스를 받고 대본을 읽었을 때 이야기가 정말 좋아서 잘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10. 고난과 역경이 많았던 풍상이네 5남매였다. 인물들이 매 회 화내고 또 울었다.
유준상 : 내가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데 특히 이번 드라마는 실제 같아서 눈물이 많이 났다. 배우들 모두 몰입을 빨리 했는데 아마 대본 연습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 대본 연습을 할 때 남자 배우들이 작가님 요구보다 조금 부족했다. 대본 리딩이라 대충은 아니더라도 이런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자는 느낌으로 했는데, 작가님은 처음부터 완성된 걸 원하셨다. 그래서 매일 연습했다. 스케줄이 있어도 하고 비행기 안에서도 연습했다. 두 번째 리딩 때 (오)지호랑 우리 진짜 열심히 하자면서 일어나서 했다. 지호는 실제로 울면서 했다. 처음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무장이 됐던 것 같다. 장면을 찍는데 NG 없이 한 번에 끝내니까 우리도 놀라고 스태프들도 놀랐다.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연습 덕이 컸다.

10. 대본이 나올 때마다 시간을 내서 대본 리딩을 하는 게 이례적인 시스템인가?
유준상 : 그렇다. 주말드라마는 끝까지 하는데 미니시리즈는 그럴 여건이 안 된다. ‘왜그래 풍상씨’는 오전에 촬영하고 중간에 연습하고 오후에 촬영할 정도였다. 후반부에 가서는 배우들끼리 우리가 이렇게까지 연습했는데 끝까지 연습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자진해서 했다.

10. 맏형으로서 동생들이 너무 고마웠을 것 같다.
유준상 : 동료 배우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힘든 이야기인 데다 잘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했다. 보통 미니시리즈는 주요 인물들 몇 명이 있고 나머지는 그냥 협력하는데 이건 대부분의 인물들이 이어진 관계이고, 누구 하나라도 소홀하면 몰입도가 떨어진다. 배우들이 그걸 알고 있어서 각자 이 드라마에 ‘올인’했다고 해야 할까. 미니시리즈에서는 모든 인물을 살려주기도 어렵고, 또 올인해서 하는 것도 어려운데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유준상은 “배우로서 가족이야기를 하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10. 아내 간분실로 나온 신동미와 다섯 번째 만남이었다.
유준상 : 예전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영화를 정말 재밌게 작업했다. 그걸 찍으면서 언젠가 이 친구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오겠거니 했는데 그게 ‘왜그래 풍상씨’였다. 영화 현장 이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부부 장면을 찍을 때마다 케미가 더 좋았던 것 같다.

10. 여섯 번째 호흡도 기대하나? 신동미는 당분간 안 하겠다고 했다.
유준상 : 그 말을 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웃음) 나중에 또 만나야죠.

10. 풍상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설정했고 연구했는지 궁금하다.
유준상 : 작가님이 나를 보고 ‘풍상이네’라고 하시더라. 그런데도 연습 때 많이 불려가서 풍상이의 배경이나 상황들을 많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풍상이가 됐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내 스타일리스트에게는 쉬라고 하고 팀 스타일리스트에게 의상을 맡기면서 풍상이가 한 벌로 쭉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옷 두 벌을 준비해해서 돌려 입었다. 풍상이는 옷 하나만 입어야할 것 같았다. 풍상이가 자동차 정비를 할 때 장갑을 끼지 않고 있다고 해서 손톱에 때가 늘 껴있는 상태라고 설정을 했고, 겨울에 추워도 장갑을 끼지 않았다. 세심한 부분까지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유준상과 이풍상이 간 게 아닐까 한다. 현장에서는 그냥 풍상이었다.

10. 대본을 읽고 이야기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실제로 연기해보니 어떻던가?
유준상 : 동생들이 아니라 자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이 부모님 세대 또 우리 세대가 느끼던 정서들을 끌어오면서 이 시대의 느낌으로 만들어주셨다. 사실 지금 우리는 가족끼리 둘러앉아서 매일 밥을 먹지도 않는다. ‘너네랑 밥 먹을 때 행복해’라는 말도 안 하고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도 진심이라기보다 ‘미안 미안’ 이런 식으로 대충 하지 않나. 풍상이를 통해 사과의 방법, 화해의 마음을 배웠다. 풍상이가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그 삶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이 참 철학적이었다. 대본을 보고 ‘이런 이야기면 공감을 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결국 통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10. 유독 슬펐던 장면이 있나?
유준상 : 마지막 회에 오 남매 모두가 행복한데 엄마 노양심(이보희 분)은 끝까지 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측은했다. 그 장면을 보고 많이 울었다. 작가님이 끝까지 노양심 캐릭터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안 줬다. 그 부분 역시 시청자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도록 한 장치 같다. 그 장면이 많이 슬펐다.

유준상은 “‘왜그래 풍상씨’에선 모든 인물이 살아있었다. 그래서 더 큰 공감을 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10. ‘왜그래 풍상씨’가 공중파 드라마의 침체기 속에서 22%라는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흥행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유준상 : 문영남 작가님과 진형욱 감독님의 케미다. 대사가 길면 촬영하다 들어낼 일이 생기는데 감독님은 들어낼 부분은 들어내고 이야기의 배치를 바꾸면서 과감하게 촬영하셨다. 작가님도 서운해 하지 않고 오히려 좋았다고 격려해 주셨다.ㅡ 사실 욕먹는 역할이 쉬운 게 아닌데 진상(오지호 분), 화상(이시영 분), 외상(이창엽 분)이가 자기들이 끝까지 책임을 졌다. 모든 스태프들이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준 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닐까.

10. KBS 드라마가 계속 안됐기도 했지만 SBS ‘황후의 품격’이라는 막강한 경쟁작이 있었다. 인기 드라마가 있는 상황에서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유준상 : KBS 드라마가 침체된 상황이었고 상대 드라마도 경쟁하기 힘든 드라마였다. 작가님과 감독님이 ‘우리의 이야기를 해봅시다’라고 했다. 우리는 그냥 가족 이야기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이 됐는데, ‘왜그래 풍상씨’가 잘 될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전)혜빈이 뿐이었다. 나머지는 특별히 안 돼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었고 작가님과 감독님의 필모그래피가 좋았기 때문에 마냥 좋은 기대감뿐이었다. 근데 막상 배우들을 만나고 또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걱정이나 부담이 없어졌다. 우리가 조화롭게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시청자 반응들이 뜨거웠다. KBS2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과 비교하면서 서로 간을 주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고,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말도 있었다. 반응들을 알고 있었나?
유준상 : 그런 반응들을 스태프들이 다 알려줬다. 그 말을 들었을 때도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를 사랑해준다는 걸 느꼈다. 동생들이 풍상이에게 간 이식을 안 해주려고 했을 때 ‘내 간 주고 싶다’는 댓글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걸 들으면서 드라마를 잘 봐주신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했다. 우리가 초반에 촬영할 때는 아무도 구경하지 않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공연 보듯 와서 구경하시더라. 그래서 드라마가 잘 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왜그래 풍상씨’ 스틸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10. 기억에 남는 촬영 장면이 있다면?
유준상 : 정상(전혜빈 분) 결혼식 장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정상이와 대사를 하는데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거의 울면서 찍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또 분실이와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장면인데, 서로 너무 많이 울어서 NG라고 생각했다. 근데 감독님이 가만히 계시더라.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니까 오열하면서도 ‘정신 차리자. 대사 생각하자’라고 했다. 우리가 너무 울어서 못 쓸 것 같다고 했더니 감독님이 보고 판단하자고 했다. 근데 느낌이 좋아서 그 느낌으로 촬영을 또 했다.

10. 본인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자기 배역에 빠졌던 것 같다.
유준상 : 다들 배역에 몰입한 것도 있지만 서로에게 협업을 잘해줬다. 외상이가 풍상이의 뒷모습을 보고 우는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 뒤에서 내가 걸어줬다. (이)창엽이가 잘하는 친구지만 감정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 ‘나는 할 거 끝냈으니 쉬어야지, 저기는 알아서 하겠지’라는 마음이 단 하나도 없었다. 끝까지 놓지 않고 잡고 가려고 했다.

10. 모든 동생들에게 마음이 쓰이겠지만 가장 아픈 손가락은?
유준상 : 이제는 정말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화상이와 촬영 마지막 대본 지문에 운다는 말이 없었는데 화상이가 욕먹은 것도 생각나고 끝까지 열심히 해준 것도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났다. 외상이도 중환자실에 있는데 마치 제 아이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물, 콧물 다 흘렸다. 정말 어느 하나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내가 아이가 두 명이 있는데 ‘누가 더 아파요?’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마음이 짧은 순간에 깊게 들어왔다.

10. 그렇다면 반대로 기특한 후배가 있다면?
유준상 : 정말 다 기특했다. 오지호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둘째가 제일 힘든 역이다. 현실도 제일 힘들지 않나. 많은 형제들 중 둘째는 표시도 안 난다. 오지호가 없었다면 기댈 수 없었다. 풍상과 진상의 케미도 좋았지만 의지할 수 있었고 든든했다.

10. 부산으로 떠난 포상 휴가 때 출연진 참여율이 역대급으로 높았다던데 휴가지에서 생긴 에피소드는 없나?
유준상 : 전체 스태프와 함께 하기 위해서 부산을 선택했다. 100명이 넘었기 때문에 이 인원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 큰 의미라 생각한다. 술집에서 OST ‘나는 행복한 사람’이 나오면 떼창했다. 다섯 번 들었는데도 ‘또 틀어주세요’라고 했다. (웃음)

10. KBS 연기대상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준상 : 저는 연기를 다 했으니 나머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웃음)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만으로 감사하다. ‘왜그래 풍상씨’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말이지 않나.

10.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유준상 : 뮤지컬 ‘그날들’에 바로 들어가서 공연을 한다. 연말에 또 다른 뮤지컬도 잡혀있고 내가 만든 음악들도 발표할 예정이다. 엄유민법(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콘서트 준비도 하고 있다.

무대에서 받은 에너지와 힘으로 연기를 한다는 유준상.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10. 드라마가 끝난 후 바로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 텐데 공연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준상 : 내가 원래 연극과 뮤지컬로 배우를 시작했기 때문에 20년 넘는 시간 동안 무대에서 섰다. 아마 70살이 돼도 뮤지컬을 할 것 같다. 나 스스로 뮤지컬 무대에 계속 서길 원한다. 인간의 깊이를 다루는 작품, 그중에서도 창작 뮤지컬은 내가 바라기도 하고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공연은 1~2년 전에 캐스팅이 완료되기 때문에 공연 시간에 맞춰서 드라마를 찍는다. 그래서 드라마를 안 하면 사람들은 제가 쉬는 줄 안다. ‘요즘 뭐하세요?’ 하면 ‘어제도 공연했고 오늘도 공연합니다’라고 한다. 시간을 쪼개서 공연도 하고 드라마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는 힘들다. 계속 뭔가를 연구하고 반복해서 연기하지 않나. 근데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드라마로 시청자를 만나는 게 좋다. 시청자 혹은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면 스스로 용기가 생기고 힘이 생겨서 또 다른 어떤 일을 할 수가 있다.

10. 또 다른 어떤 일이라면 음악을 말하는 건가?음악을 사랑하는 것 같다.
유준상 : 음악은 그야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다. 나의 꿈이기도 하다. 음악을 위해 여행도 한다. 시간이 주어지면 여러 시간을 통해 음악도 만들고 글을 쓴다. 글과 음악으로 저의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을 갖는다.

10. 필모그래피를 보면 1~2년에 드라마 한 작품을 찍고, 대부분의 시간을 뮤지컬에 쏟는다. TVㄷ에 얼굴을 자주 비추지 않으면 대중들에게 잊힐까 하는 걱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준상 : 그런 걱정은 없다. 연기를 위해 무대에 서는 건 1순위다. 무대에서 배우는 게 많아서 드라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것 같다. 무대가 없으면 그만한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 나태한 것들을 깨려고 노력한다. 안주하려고 하지 않고, 스스로 그것(나태함)과 싸우는 편이다. 배우로서 어떻게 훈련을 하고 어떻게 살아할까는 항상 하는 고민이다. 만족 없이 끊임없이 유지하려고 신경 쓴다. 어제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오늘 또 받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어제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해야 박수를 받는 거다.

10. 그런 연기 철학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유준상 : 일지를 쓴다. 공연을 할 때마다 일지를 쓰니까 한 권이 두 권이 되고 지금은 많이 쌓였다. 그리고 대본에도 일지를 쓰기 때문에 10년 전 대본을 보면 내가 어떤 마음 상태로 임했는지 알게 된다.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였다고 힘들다고 하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한다. 또 이런 자극을 배우들에게서 받는다.

10. 배우들에게 자극을 받는다고 했는데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얻은 자극이 있다면?
유준상 : 이번에 박인환 선생님과 연기를 하는데 선생님이 70대 중반이신데도 ‘너희 때문에 배웠다. 연기할 때 독기가 뿜어져서 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어’라고 하셨다. 근데 세트 촬영 중 화장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집중했더니 박인환 선생님 목소리였다. 알고 보니 대본을 계속 외우시는 거였다. 너무 울컥했다. ‘내가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대본을 놓지 않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싶어서 오래 머물러 있다가 나도 죽어라 연습했다. 이보희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이거 괜찮아? 다시 할까? 이렇게 하는 거 맞아?’ 하고 계속 물어보신다. 망가지는 연기도 거침없으시다. 물을 맞아도 분장을 다시 하고 한 번 더 하신다. 그 경력과 연배면 안 할 수도 있는데 늘 솔선수범하셨다. 저런 게 선배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계속 배운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