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왜그래 풍상씨’ 전혜빈 “재미 아니라 가슴으로 본 작품..아직 눈물 나요”

[텐아시아=우빈 기자]
전혜빈 인터뷰,왜그래 풍상씨

지난 14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정상을 연기한 배우 전혜빈.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그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겠지만, 이제는 사랑받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시청자들이 ‘저 사람 나 같아’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공감을 주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왜그래 풍상씨’를 찍으면서 드라마가 주는 위로와 공감, 좋은 힘을 느꼈기 때문이죠. 저도 누군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전혜빈이 연기한 이정상은 풍상이네 5남매 중 가장 똑똑하고 정상적인 인물이었다. 냉정하고 논리적이지만 자식을 버린 부모 대신 온힘을 다해 키우고 사랑해준 큰 오빠 풍상(유준상 분)의 간암 앞에서는 이성이 무너졌다.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아냈고 무릎까지 꿇으며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처절하고 간절했던 전혜빈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눈물샘을 자극했다. ‘왜그래 풍상씨’는 지난 14일 22.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아직 드라마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전혜빈을 지난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왜그래 풍상씨’가 공중파 드라마의 침체기 속에서 시청률 20%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를 마친 소감은?
전혜빈 : 우리 팀이 고생을 생각보다 많이 안 했다. 미니시리즈를 찍으면서 밤샘 촬영을 하지 않은 게 처음이다. 보통 촬영 막바지에는 스케줄에 치여서 뭘 하는지 모르는데, 이번에는 대본도 빨리 나왔고 촬영 속도도 빨랐다. 또 배우들의 컨디션이 좋아서 NG를 거의 내지 않았다. 한 번 찍으면 쭉 갔다. 마치 일일극 찍듯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10. 배우들에게 NG가 없던 가장 큰 이유는? 
전혜빈 : 아무래도 많은 연습이 아닐까 한다. 대본이 나올 때마다 시간을 내서 대본 리딩을 했다. 또 감독님 머릿속에 컷 수가 있어서 찍을 거만 찍고 끝냈다. 이리저리 찍지를 않으시더라. 짧은 장면은 10~15분 만에 끝났다. 배우들이 열심히 해서 빨리 빨리 찍고 끝내니까 선생님들도 긴장하셨다. 간보구 역의 박인환 선생님은 연기 경력이 60년인데 ‘배우들이 호랑이를 품고 다니나. NG를 왜 안내냐’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그런 것들이 큰 도움을 준 것 같다.

10. 전체 대본 리딩을 많이 했으니 긴장돼서 연습량이 더 늘었을 것 같다.
전혜빈 : 나도 평소보다 연습을 많이 했다. 단체 대본 리딩도 많이 했지만 남는 시간마다 연습했다. 반복하다 보니 욕심이 나더라. 연습 많이 해온 게 느껴지면 서로 긴장한다.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로 들어가서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전혜빈 인터뷰,왜그래 풍상씨

전혜빈은 “문영남 작가님의 글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문영남 작가는 장단점이 확실하다. 가족 드라마의 대가지만 시트콤 요소가 과하기도 하다. 기대와 걱정이 함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전혜빈 : 문영남 작가님은 필력도 훌륭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쓴다는 거다. 그동안 쓴 작품만 봐도 사랑받는 이유가 확실하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어? 나 같은데?’ 하는 캐릭터가 한 명씩 있더라. 공감을 잘 끄집어내고 위로하는 것 같다. 내가 의사 역할이었기 때문에 병원에서 촬영을 많이 했는데 환자와 보호자들이 내 손을 잡고 속상해서 드라마를 못 본다고 하더라. 내가 풍상이 같다는 분도 있고, 간분실(신동미 분) 같다는 분들도 계셨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희망을 갖는다고 하셨다. 그런 생생한 리뷰를 듣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가슴으로 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드라마의 힘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10. 문영남 작가의 특징이 캐릭터 이름을 통해 대충의 스토리를 알 수 있다는 거다. 풍상이네 5남매 중 유일하게 이름이 정상이었기 때문에 잘 풀리겠다는 직감을 했을 것 같다.
전혜빈 : 이름들이 다들 가관이었다. (웃음) 정상이도 사실 정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정상이도 유부남 진지한(송종호 분)과 불륜을 저질렀다. 정상이는 남자에 대한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풍상 오빠에겐 사랑을 받았지만 결혼할 남자에게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 열등감에 휩싸였다. 정상이의 불륜을 연기하면서 느낀 건 어떤 상황이든지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는 거다. 본인이 주장하는 정당성과 타당성이 있지만 남들의 눈에는 그저 오답이라는 걸 느꼈다. 정상이가 정상적이진 않았지만 그나마 오빠에게 가장 큰 힘이 됐고, 5남매 중 가장 정상으로서 행복하게 잘 마치지 않았나 싶다.

10. 이정상을 해석하거나 연기하는 데 어려운 것은 없었나?
전혜빈 : 사실 배우들은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근데 문영남 작가님의 캐릭터는 깊게 고민하면 안 된다. 대본에 쓰인 그대로만 하면 된다. 정상이를 연기하면서 어려웠지만, 모든 캐릭터의 성격이 뚜렷하고 쉬워서 연기하면서 정리가 된 느낌이다.

10. 강열한(최성재 분)과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을 찍는 날, 유준상과 함께 감정이 북받쳤다던데.
전혜빈 : 결혼식 촬영 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실제로 신부 대기실에 있었다. 준상 오빠가 ‘정상아 오빠 왔다’ 하면서 들어오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 내가 울컥하니 오빠도 울컥했다. 눈물이 터질 것 같아서 촬영 끝날 때까지 서로를 못 봤다. 유준상·전혜빈이 아니라 풍상이와 정상이가 된 거였다.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촬영하면서도 스태프들 다 울고, 오빠랑 나도 흐느꼈다. 목이 아플 정도로 눈물이 나서 촬영이 끝나고도 여운이 계속 남았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

10. 수많은 눈물 연기를 했지만 유독 ‘왜그래 풍상씨’의 여운이 긴 것 같다.
전혜빈 : 그만큼 드라마에 빠져들고 캐릭터에 빠져 들어서인 것 같다. 배우가 아니라 그 인물로 살았다는 생각이 강해서다. 그래서 이 작품이 주는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나는 작품을 찍으면 여운이 한 달 정도 가고 난 다음 추억이 된다. 포상 휴가에서 며칠 전에 돌아와서 그런가 끝나지 않은 느낌 때문에 더 여운이 남을 수도 있다.

‘왜그래 풍상씨’의 전혜빈, 유준상 스틸컷. /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10. 결혼식 장면 외에 모니터하면서 자신이 봐도 감탄했던 장면이 있다면?
전혜빈 : 사실 내가 한 연기는 다 아쉽다. 엄마 노양심(이보희 분)에게 마음 깊이 담아둔 증오를 쏟아낸 장면. 대학 등록금을 빌리러 갔는데 동거남에게 들킬까봐 날 내쫓는다. 엄동설한에 버스비가 없어 5시간을 걸어가며 ‘내가 엄마 집 앞에서 목을 메달면 어떨까. 엄마는 죄책감을 느끼긴 할까’라고 독백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에 대한 정이 떨어지는 부분인데 감탄했다기보다 아쉬워서 기억에 남는다. 대본이 나온 다음날 그 장면을 촬영했다. 연습이 많이 필요했던 장면인데 나 스스로 연습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더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아쉽다. 그거 말고도 풍상 오빠가 암인 걸 알았을 때 오열했던 장면도 기억에 남고..사실 이 작품을 찍으면서 ‘어떻게 이런 장면을 쓸 수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람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10. 드라마를 하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잘 보는 편인가?
전혜빈 : 반응을 보긴 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라마의 화제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방송이 되니까 아니었다. 욕하면서 본다고 하시지 않나. 욕을 많이 먹긴 했지만 좋은 반응이 너무 많았다. 앞서 말했지만 병원에서 받은 피드백이 너무 감사했고 좋았다.

10.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보인다.
전혜빈 : ‘왜그래 풍상씨’는 긴 시간을 갖고 더 큰 사랑을 받을 작품이다. 미니시리즈였기 때문에 이런 캐스팅이 성사된 것 같다. 사실 이런 조합으로 모이기가 쉽지 않은데 모여서 연기할 기회를 얻었고, 문영남 작가님과 진형욱 감독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영광이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드라마랄까, 너무 좋았다.

10. 풍상이네 5남매는 물론 주변 인물들까지 모든 배우들의 호흡이 참 좋았던 작품이었다.
전혜빈 : 그렇다. 우리 드라마는 작가님, 감독님, 스태프들 또 배우들 하나하나 모두 보석 같다. 포상 휴가서도 ‘이런 좋은 팀을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말들을 많이 했다. 아직까지 드라마가 안 끝난 것 같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다.

전혜빈 인터뷰,왜그래 풍상씨

전혜빈은 “‘왜그래 풍상씨’가 준 공감과 위로의 힘을 느꼈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또 하고 싶다”고 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극 중 쌍둥이로 나왔던 이시영과의 케미가 정말 빛났다. 초반에 머리 뜯고 싸우는 모습부터 나중에는 화해하며 누구보다 좋은 자매이자 친구로 변화는 과정 및 결말도 좋았다.
전혜빈 : 시영 언니는 진짜 귀엽다. 독특하면서 승부욕도 강하고 연기도 정말 잘한다. 육아도 하면서 아침마다 조깅을 하는데, 언니의 에너지를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좋아진다. 처음에는 앙숙으로 나와서 때리고 무시하는데 그런 연기마저 재밌었다. 다른 배우였다면 케미가 없었을 것 같다.

10. 이시영과 둘 다 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다. 본인은 ‘정글의 법칙’으로 여전사 이미지가 생겼고, 이시영은 권투로 걸크러시 이미지가 있다.
전혜빈 :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우리 둘을 두고 대결 구도처럼 해서 방송한 걸 봤다. ‘왜그래 풍상씨’ 역시 극적인 재미가 더해진 캐스팅이 아닌가 한다. 시영 언니랑 싸우는 장면 찍을 때 둘 다 장난 아니었다. 온 힘을 실어서 했다. 한 번은 뺨을 살살 때렸더니 맛이 안 살더라. 그래서 서로 제대로 가자고 했다. 내가 너무 세게 때려서 언니가 울기도 했는데, 서로 연기인 걸 아니까 감정 상하는 거 없이 서로 시원하게 찍었다. 우리끼리 통쾌하다고 했다. 작품 하면서 친해졌고 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목이 아플 정도로 수다를 떤다.

10. 포상 휴가를 부산으로 갔다. 출연진 및 스태프의 참여도가 높은 휴가는 이례적이다.
전혜빈 : 해외로 갈 수도 있었지만 해외로 휴가를 가면 누군가는 빠지고 또 스태프들은 일정 때문에 못 가는 사람이 많아진다. 모두가 고생을 했으니까 불참하는 사람 없이 함께 즐겁게 가는 마음으로 버스를 대절해 부산으로 갔다. 아마 역대급으로 참여도가 높았을 거다.

10. 포상 휴가에서 일어난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나?
전혜빈 : 다 즐거워서 딱히 에피소드는 없다. ‘간암 이야기를 찍은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셔도 되나?’싶을 정도로 술 많이 마셨다. 당분간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의지로 술을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즐겁게 놀았다. 나도 애주가라서 술을 즐겼다.

10. ‘왜그래 풍상씨’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전혜빈 : 나는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나 슬프고 아픈 장면을 못 본다. 감정이입이 금방 되서 마음이 힘들다. 그래서 ‘왜그래 풍상씨’도 잘 못 봤는데 시청자들은 아프면서 또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 까지도 드라마를 봐 주셨다. 남들에겐 그냥 방송 중 하나인 장면이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는 오래 남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다. 아마 내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가르침을 받은 작품이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