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vs <상상더하기>

MBC 월-화 밤 9시 55분
은 아직 미실(고현정)의 드라마다. 14회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회였다. 말 그대로 남자들을 무릎 꿇렸던 “오직 이 미실만이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라는 대사는, 사극 역사상 가장 강렬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알린 “이제 미실의 시대이옵니다”라는 첫 회의 선언에 이어 미실의 서슬 퍼런 존재감을 새삼 공고히 했다. 그리고 그 경고에 바로 뒤이어 남편과 정부의 마음을 차례대로 달래주며 여왕벌식 어장관리의 진수를 선보인 미실의 팔색조 카리스마는 하나의 캐릭터가 드라마를 어디까지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궁극의 사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 결국 덕만(이요원)의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처럼 보였던 미실의 비밀, 즉 ‘사다함의 매화’는 결과적으로 덕만이 칠숙(안길강)의 상자를 열어보게 함으로써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있던 그녀의 정체에 한 발 다가서게 하는 수단이자 일종의 맥거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상자 속에서 자신이 예전에 읽던 과 소화(서영희)의 흔적을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인 덕만은 칠숙을 찾아다니는 미실의 수하들을 뒤쫓는다. 이로서 어린 시절 덕만이 화사당에서 칠숙의 위패를 발견한 이후 맥이 끊겼던 출생의 비밀의 실마리는 다시금 이어진다. 진부한 누명 에피소드로 한 회를 안이하게 소모했던 극 전개에도 더욱 탄력이 붙게 되었다. 칠숙과 소화의 귀환으로 높아진 서라벌의 인구밀도와 함께 극의 밀도도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

글 김선영

<상상더하기> KBS2 화 오후 11시 5분
<상상더하기>는 이제 확실히 가십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주력코너인 ‘친절한 사형제’는 게스트를 위한, 게스트에 의한 근황과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이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들을 골라오는 이수근의 ‘수군수군’은 그나마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전체적으로 호기심을 파헤치는 다른 MC들의 코너는 모두 게스트에 얽힌 가십들을 시간에 쫓기듯 언급하고 지나가는 수준이다. 그런데 그 가십들로 이루어진 대화가 ‘무릎 팍 도사’만큼 깊게 들어가지도 않고, ‘라디오 스타’만큼 유쾌하거나 엉뚱하지도 않다. 세대 간의 언어장벽이나 사투리를 알아가는 재미도 많이 퇴색되었다. 명맥 유지를 위해 지속 중인 ‘전국 사투리 자랑’은 어제부터 방식을 조금 더 심리전과 추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틀었다. 그런데 보는 입장에서는 그 전과 특별히 달라진 점도 없고, 그만큼 알아맞히고 싶은 열망도 보고 있자는 흥미도 떨어졌다. 가학적일 이유는 없지만 특산물을 벌칙으로 삼는 것도 아무런 웃음을 주지 못했고, 썰렁한 대결의 당위성을 해결해주지 못했다. 그나마 재미를 던져준 것은 게스트 이종원의 끊임없는 자잘한 개그들이다. 본인이 H.O.T에 들어갈 뻔 했다는 파문으로 시작해 장점을 큰 점이라고 하고, 유머가 많다고 하면 집에 유모가 있냐고 되묻고, 개인기 있냐는 질문엔 걔는 요즘 인기가 없다고 말한다. MBC <선덕여왕>에 살짝 스치듯 등장해 회자되는 박재정에게 이종원은 용기도 주고 떠났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하나만 건지면 되니까 ‘막하라’라는 끝내주는 조언을 남겼으니.
글 김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