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장난스런 키스’…사랑이 숨긴다고 사라지나요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열여섯 살에 좋아한 상대가 내 평생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 ‘장난스런 키스’는 시작하자마자 돌직구를 던진다. 16세의 여고생 ‘샹친’(임윤 분)이 모르는 남학생과 우연히 키스하는 장면을 비춘다. 그 짧은 순간의 만남으로 샹친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말 그대로 ‘첫눈에 반한’ 것이다. 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냥 그렇게 되어 버렸는데 어떤 설명을 붙일 수 있을까.

문제는 그 남학생이 학교 최고의 인기남이라는 것. 학교에서 ‘남신’으로 통하는 ‘장즈수’(왕대륙 분)는 IQ 200의 천재에, 집안도 좋고, 전교 1등의 모범생에, 팬클럽까지 보유한 인물이다.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이 넘볼 수 없는 상대다. 과연 주인공의 사랑은 이뤄질 것인가.

대만 영화 ‘장난스런 키스’는 대히트를 친 동명의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나의 소녀시대’의 프랭키 첸 감독이 연출했다. 또한 아시아 스타로 떠오른 왕대륙이 전작에 이어 다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샹친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다. “나는 평생 사랑하게 될 사람을 만났다”는 말과 함께 다가온 사랑에 휙 뛰어든다. 3년간 짝사랑을 하던 끝에 마침내 고백하기로 마음먹는다. 용감하게 장즈수에게 다가가 편지를 내밀며 사랑을 고백하지만 쉽지 않다. 고백한 상대에게 비웃음마저 당한다.

사랑의 권력 관계를 보면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기 마련이다. 차갑고 냉정한 장즈수 때문에 주인공은 상처를 입는다. 남자 주인공의 태도는 가혹할 정도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네가 뭘 어쩔 건데’라는 듯 제멋대로 행동한다. 지친 샹친은 장즈수를 잊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숨긴다고 사랑이 가려지는가. 가슴과 머리는 따로 논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가난과 사랑은 숨길 수 없다’고 했나 보다. 샹친의 일방적인 사랑은 애절하다 못해 안타깝다. 다른 여자가 있음을 눈치 채고도 장즈수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어제 독한 표정으로 잊겠다고 해놓고, 다음날 그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

샹친의 연이은 헛발질에 미소가 새어 나오지만, 시간이 갈수록 웃음소리는 잦아든다. 지나간 나의 옛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서툴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은커녕 접근도 못하던 그 시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아련한 옛 생각이 마음을 채운다.

샹친이 차갑기 그지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화를 내다가도, 그가 짓는 미소 한 번에 모든 악감정이 사르르 녹아버리는 것은 사랑 때문이다. 모진 태도에 돌아섰다가도 다시 다가갈 수밖에 없는 것은 오직 사랑 때문이다. 그 진실된 마음 앞에 얼음장 같던 남자 주인공도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첫사랑 판타지를 건드린다. ‘그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때’로 시계바늘을 돌려 놓는다. 비록 현실에 부딪혀 사라진 것 같지만, 그 강렬했던 떨림과 설렘이 가슴 한구석에 오롯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은 높낮이가 덜하고 평이한 편이다. 로맨스 영화답게 오글거리는 장면이 있지만, 프랭키 첸 감독의 전작보다는 훨씬 담백하다. 갈등 구조가 느슨하고, 우연에 기대는 장면이 많아 개연성은 좀 떨어지지만 굳이 따지지 말고 보는 편이 낫다. 학창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소환하고 싶은 이들, 첫사랑의 설렘을 되새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3월 27일 개봉.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