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세 남자>│세 오빠, 아니 세 아저씨가 돌아왔다

2000년 등장한 MBC <세 친구>는 탁월한 경지까진 아니라 해도 우리나라의 시트콤 영역을 넓힌 작품이다. 동시대의 SBS <순풍 산부인과>가 사소한 욕심 앞에서 한 없이 ‘찌질’해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리며 시트콤의 새 경지를 열었다면 <세 친구>는 성에 대한 표현과 약간의 육두문자를 일상과 비슷한 질감으로 이용하며 자연스러운 느낌의 시트콤이 될 수 있었다. <세 친구>의 출연진과 스태프가 모여 만드는 다큐드라마 tvN <세 남자>가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7월 8일 CJ 인재원에서 진행된 <세 남자> 제작발표회에는 <세 친구>의 연출과 극본을 맡았던 정환석 감독과 목연희 작가, 한설희 작가, 그리고 <세 친구>의 3인조 윤다훈, 박상면, 정웅인, 이번에 새로 참여하게 된 강부자, 우희진이 참석했다.

<세 친구>의 후속이 아닙니다

전작의 네임밸류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세 남자>는 <세 친구>의 후속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전혀 다른 설정에서 출발한다. 정신 클리닉 원장이던 정웅인은 뚜렷한 직업 없는 고학력 칼럼니스트를, 의상 가게의 영업실장 박상면은 골프 의류 가게 사장을, 헬스클럽 매니저이던 윤다훈은 골프 코치가 됐다. 시간이 흐른 만큼 연애의 설렘을 즐기던 30대 초반의 남자들은 유부남이 되거나 당장 결혼이 급한 39살 아저씨가 됐다. 하지만 <세 남자>가 <세 친구>만큼이나 기대되는 면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대로인, 아니 더 철없어진 남자들의 모습을 그려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KBS ‘남자의 자격’에서도 확인된 것이지만 불혹의 나이에도 혹하는 게 많은 아저씨의 모습은 의외의 공감과 즐거움을 준다. 과연 <세 남자>는 자신만의 장점을 통해 <세 친구> 시절의 후광을 넘어설 수 있을까.

사랑에 제대로 데인 한 때의 선수 윤다훈
비록 <세 친구>와는 다른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세 남자>는 종종 과거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듯하다. <세 친구>에서 마술을 가장한 장난으로 한 번에 여자를 꼬드기던 선수 윤다훈은 이번에도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왕년의 선수로 등장한다. 문제는 그것이 말 그대로 왕년이라는 것이다. 이제 슬슬 주름이 늘어나는 얼굴과 시류에 뒤떨어지는 재담으로는 여자를 꼬드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부녀와 진짜 사랑에 빠졌지만 남은 건 간통죄로 인한 6개월의 감옥살이 뿐이다. “<세 친구>로 웃긴 걸 보여줬던 우리가 더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보다는 다른 각도에서 새로운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말 그대로 드라마다.”

식탐으로 험난한 세상을 버티는 순둥이 박상면
박상면 역시 <세 친구> 시절처럼 순박하고 의리 있는 성격으로 나온다. 달라진 게 있다면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장가를 갔다는 점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이 착한 남자의 부인 역시 선량한 사람이면 좋겠지만 연극배우인 아내 희진(우희진)은 가정 경제부터 부부 관계까지 자신이 주도해야 직성이 풀리는, 심지어 가끔 병적인 히스테리까지 보여주는 독한 여자다. 게다가 주식 투자로 날린 돈도 꽤 되기 때문에 부인에게 대거리한다는 건 생각도 못한다. 그 모든 스트레스를 푸는 건 바로 음식이다. “밥을 미리 먹고 촬영하려면 힘들 정도다. 촬영 내내 피자와 라면, 밥을 먹었다. 처음에 타이틀 찍을 때와 비교하면 4㎏이 쪘다.”

심지어 직장도 없는 ‘결못남’ 정웅인
여러 면에서 정웅인 캐릭터는 KBS <결혼 못하는 남자>의 조재희를 연상케 한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 프라이드에, 비록 말로만이긴 하지만 김태희는 키가 작아서, 한가인은 코에 점이 있어서 싫다고 말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식사 시간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강박적인 짜증, 조기에 대한 집착은 영락없는 ‘결못남’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잡지에 글을 기고하는 일 외에는 특별한 직업이 없어 어머니(강부자)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건담 조립을 좋아하는 취향에선 오타쿠의 향기마저 풍긴다. “예전에는 이미지가 고착될까봐 코미디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했지만 잘하는 걸 굳이 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역시 멤버들을 만나니 즐겁다.”

관전 포인트
앞서 소개한 것처럼 <세 남자>는 시트콤이 아닌 <막돼먹은 영애씨>와 같은 다큐드라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시트콤의 문법을 벗어다는 걸 뜻한다. 연출을 맡은 정환석 감독은 “<세 친구>에서 매일 셋이 만나던 바가 있는데 사실 전세 낸 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좀 리얼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기처럼 하나의 에피소드를 한 회 안에서 다 정리하는 구성도 그렇고. 꼭 셋이 한 번에 모여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냥 편하게 진행하겠다”며 좀 더 현실적인 진행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부제이기도 한 ‘남자 생태 보고서’처럼 이 드라마는 진정 대한민국 39세 수컷의 일상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7월 18일 밤 11시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_ tvN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