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X정영숙 ‘로망’, 치매 老부부의 소박하고 아릿한 로맨스 (종합)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로망,언론시사회

이창근 감독(왼쪽부터), 배우 이순재, 정영숙, 배해선, 조한철이 18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대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로망’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순재와 정영숙이 국내 70만 치매 인구의 현실을 덤덤하고 따뜻하게 담아낸다. 두 사람이 70대 치매 노부부로 호흡을 맞춘 영화 ‘로망’에서다.

‘로망’은 70대 치매 노부부의 사랑과 애환을 담은 영화다. 18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로망’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창근 감독과 배우 이순재, 정영숙, 조한철, 배해선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70줄에 들어선 노부부에게 동반치매라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다가온다”며 “아이러니하게 그들은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들만의 로망을 되새겨본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또한 “‘로망’을 보고 몸과 마음이 아파도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부모의 아픔에 공감했으면 좋겠다. 또 그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는 바람에서 치매를 조심스럽게 다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MBC충북의 한 PD가 시사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할머니를 인터뷰한 것을 보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뷰한 할머니께서 남편이 치매가 와서 자기 말도 잘 듣고 귀엽다고 요즘 행복하다고 하시더라. 누군가에게는 악마의 선물이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한 말씀을 하셨더라”고 전했다.

이순재,로망

배우 이순재가 18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대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로망’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승현 기자 lsh87@

이순재는 무뚝뚝하고 고집이 세지만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큰 택시 운전사 조남봉 역을 맡았다. 이순재는 “한 가정의 로망은 결국 사랑이 바탕이 되는 것는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 위기에 닥쳤을 때 부부밖에 없다는 걸 강조한다. 황혼 이혼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봐주십사 한다. 역시 마나님에겐 남편, 남편에겐 마나님밖에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순재는 ‘영화’였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이번 작품에 흔쾌히 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순재는 “(배우라는)이 길로 나가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다. 대학교를 다닐 때 세계 각국의 좋은 영화를 보면서 저 경지라면 연기도 예술이고 창조라고 생각했다”면서 “영화인 데다 주연이라면 당연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은 많이 안 주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영숙,로망

배우 정영숙은 ‘로망’에서 치매에 걸린 아내 이매자 역을 맡았다. /이승현 기자 lsh87@

정영숙은 한결 같은 마음으로 가정을 돌봐온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매자 역을 맡았다. 정영숙은 “나이로 인해 (배역에) 한계가 있지 않나. 작품을 보고 마음이 뭉클했다”며 “휴머니즘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많이 없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영숙은 “요양원도 두어 군데 가봤다”면서 “함께 기도하던 의사 친구가 치매에 걸리기도 했다. 혼자 너무 외롭게 지내다가 우울증이 심해졌고 그러다가 치매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즐거운 마음을 갖고 소통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한철,로망

배우 조한철은 치매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조한철은 박사 출신 백수 아들 조진수를 연기했다. 조한철은 치매에 대해 “생각해볼수록 무서운 병인 것 같다”며 “가족 혹은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러한 관계가 세월 속에 히스토리가 쌓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히스토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다 같이 고민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한철은 이순재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조한철은 “이순재 선생님이 연기하신 지 63년 됐다고 들었다. 63년간 하나의 일을 한다는 게 어떤 분야에서건 그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두 선생님이 함께 하는 연극을 영화 촬영 전에 가서 봤다. 등장하시는데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배해선,로망

배우 배해선은 백수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 김정희 역을 맡았다. / 이승현 기자 lsh87@

배해선은 백수 남편 대신 학원강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아내 김정희로 분했다. 배해선은 “가족 구성원으로 이 시간에 함께 머물 수 있어 행복했다. 선생님들과 함께해서 영광이었다”고 뜻깊은 마음을 드러냈다.

정영숙과의 남다른 인연도 밝혔다. 그는 “정영숙 선생님은 ‘친정 엄마’라는 연극을 통해 엄마로 만났고 이번 영화에서는 시어머니로 모셨다. 우리 엄마일 때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답답했다. 시어머니일 때는 또 다른 푸근함이 있었다. 저런 시어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해선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 내 친구, 우리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돼 내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다”며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 뜻밖의 장면에서 울컥하게 만들었다”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로망’은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