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공연] 태민 콘서트, 또 하나의 경이였던 ‘프리티 보이’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5~17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두 번째 단독 콘서트 ‘T1001101’를 연 가수 태민.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샤이니의 막내로 출발해 ‘특급 에이스’란 찬사를 받는 솔로 아티스트 태민. 데뷔 12년에 접어드는 동안 늘 다른 아이돌이 하지 않는 무언가를 시도해 온 태민은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콘서트에서 또 다른 경이를 안겨줬다.

17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태민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T1001101’이 열렸다. 지난 15일과 16일에 이은 콘서트의 마지막 공연이다.

태민은 35도로 기울어진 슬로프 위에서 줄로 매달린 채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공연을 시작했다. 핸드볼경기장의 본 무대를 가득 채우는 슬로프였다.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슬로프는 금세 없어지고 화려하고 기하학적인 조명 장치가 등장했다. 태민의 솔로 댄스가 끝나자 폭죽이 터지며 강렬함을 극대화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지루함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이 장면은 SM엔터테인먼트의 황상훈 퍼포먼스 디렉터가 연출했다.

태민은 콘서트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곡 ‘Identity’부터 ‘WANT’ ‘Drip Drop’ ‘Artistic Groove’까지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연이어 펼치면서도 에너지와 몰입도를 잃지 않았다. 태민은 슬로프에 대해 “나도 처음해보는데 기술적인 걸 많이 필요로 해서 따로 공연장을 빌려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여러분 앞에서 보여줄 수 있게 돼 너무나 설레고 기쁘다”고 밝혔다.

이후 태민은 흰색 페도라를 쓴 후 슬로프에 다시 올라가 분위기를 전환했다. 한국의 마이클잭슨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소나타’ 퍼포먼스가 슬로프 위에서 펼쳐졌다. ‘Ace’에서는 샤이니월드(샤이니의 팬클럽명)의 공식 컬러와 같은 조명이 공연장을 비췄다. 태민이 춤을 추는 모습을 3분할로 보여주거나 두 개로 나뉘는 문 혹은 벽처럼 활용한 와이드스크린 연출도 인상 깊었다. 와이드스크린 너머의 빛 속으로 걸어나간 듯한 태민은 ‘One By One’으로 다시 돌아왔다. 슬로프가 다시 올라섰다.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마치 빛이 태민을 쫓아다니는 것과 같은 연출이 돋보였다. 태민은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뒤를 돌아 웨이브를 하는 등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였다.

단독콘서트에서 슬로프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태민.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감각적인 VCR은 또 다른 쾌감을 안겼다. 첫 VCR에서는 미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영상과 진부하지 않은 사운드의 향연이 이어졌다. 이러한 조화를 K팝의 에이스 아이돌의 퍼포먼스와 함께 보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Holy Water’부터는 또 다른 장이 펼쳐졌다. ‘이제 태민이 또 무엇을 보여줄까?’ 하고 기대하게 하는 순간, 태민은 공중 무대에서 화려한 제복을 입고 서 있었다. ‘Heaven’에서는 ‘지옥같은 세상’이라는 가사에 맞춰 슬로프 위 좀비들이 태민을 향해 달려드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슬로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평면 무대에서도 쉽지 않은 퍼포먼스를 와이어도 달지 않은 채 완성하자 팬들은 엄청난 함성으로 반응했다.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수년간 열린 K팝 아이돌 공연 중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예술적이었다.

태민은 한 곡 한 곡마다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Shadow’때는 댄서들이 만든 대형 위로 올라가서 쓰러졌다가 다시 올라서기를 반복했다. ‘Guess Who’와 ‘Sexuality’를 합친 순서에서는 돌출형 무대에서 열정적인 헤드 뱅잉을 했다. 세련된 사운드와 완벽에 가까운 태민의 춤은 자동적으로 박수갈채를 불렀다. ‘Into the Rhythm’에서는 애교와 함께 귀여운 매력을 보여줬다. 히트곡인 ‘Pretty Boy’는 떼창과 함께 시작해 태민의 귀여운 양손 브이 포즈로 끝났다.

태민은 “오늘 너무 예쁜 날씨”라는 말과 함께 등장해 공연을 준비했던 비하인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소나타’에서 페도라를 활용했던 것은 태민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태민은 “마이클잭슨 같은 느낌을 내보고 싶었다.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해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무대이고 낭만적인 가사라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Holy Water’를 할 때는 재밌었다고 했다. 그는 “(슬로프 위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여러분을 내려다보면 여러분은 내가 위에서 오는지 모르다가 미어캣처럼 한 사람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때 웃음이 터질 것 같은데 참고 멋있는 척 했다”며 “샤이니월드가 떼창하면 우렁차고 너무 좋다”고 밝혔다.

태민은 와이어를 차지 않고 선보인 ‘Heaven’에서는 “안무를 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슬로프가 기울어져있는 상태라 제가 사실 댄서들이랑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다. (관객석에서는) 잘 안 보여서 마치긴 마쳤다. 재밌게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Heaven’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태민은 “‘Heaven’의 가사를 제가 썼다. ‘여러분을 천국으로 데려가 주겠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러분이 들으면서 좋아해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Shadow’를 할 때는 안무가로부터 “네 안의 헐크를 꺼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태민. 태민은 팬들에게 자신의 헐크가 느껴졌느냐고 물은 후 “나중에 꼭 풀파워로 ‘Shadow’를 해보고 싶다. 워낙 스태미너를 많이 필요로 해서 오늘은 조절하면서 했다”고 했다. 태민은 기존과는 다른 공연 준비를 하느라 미니 2집 ‘WANT’ 활동을 짧게 마무리했다고 한다. 아쉬웠다는 태민은 “앨범이 금방 또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다음 신보도 예고했다.

풍성한 이야기를 곁들여 팬들과 소통한 태민은 ‘Never Forever”낮과 밤’ 등과 같은 미디움 템포의 곡들을 불렀다. 그 다음 나온 VCR은 태민을 어린왕자로 연출한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다. 영상 속에서 흰 깃털이 달린 블라우스를 입고 등장한 태민은 장미꽃을 바라봤다. 태민은 “내가 어린왕자고 여러분이 행성에 놀러온 손님들처럼 연출하고 싶었다”며 “어린왕자의 행성명도 영문자와 소문자의 조합이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 제목도 2진법으로 숫자로 만든 후 ‘TM’이라는 알파벳으로 풀이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태민은 이날 팬들과 콘서트의 부제를 따로 짓기도 했다. 바로 ‘TMI’로, ‘태민의 아이덴티티’라는 뜻이다.

태민의 아이덴티티가 또렷하게 느껴지는 ‘MOVE’로 콘서트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됐다. 팬들의 앵콜에 태민은 샤이니의 ‘괴도’와 ‘셜록’을 매시업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다시 슬로프에 등장했다. 와이어를 타고 등장한 태민의 존재감은 전율 그 자체였다. 태민은 “언젠가 한번은 샤이니의 노래를 매시업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여러분이 좋아해줘서 준비한 보람이 있는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태민은 또 다른 신곡 ‘사랑인 것 같아’와 미니 2집 수록곡인 ‘Truth’를 부르며 콘서트를 마쳤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