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정준영 사건이 ‘2019년판 마녀사냥’으로…연예계 ‘몸살’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논란에 휩싸인 가수 정준영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조준원 기자

가수 정준영과 얽혔다는 악성루머에 여자 연예인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유포된 영상의 피해여성이 누구인지에 관한 추측이 난무하면서 엉뚱하게 ‘마녀사냥’으로 변질되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승리의 성 접대 의혹 대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연예인 중 1명이 정준영으로 특정됐다. 정준영은 2015년부터 약 10개월간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지인들과 공유했다. 사건이 커지자 정준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 중이던 예능 프로그램 일정을 중단하고 12일 급히 귀국했다.

사건 보도 이후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정준영 동영상’이 순위권에서 내려가질 않았다. 여기에 언론이 기름을 부었다. 12일 채널A는 ‘정준영 몰카 피해자에 걸그룹 1명 포함’이라는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도 13일 신문에 ‘정준영 몰카 7~8개…피해 여성 중 걸그룹 멤버 1명 포함’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이 나서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파장은 컸다. 이때부터 피해자가 누구인지 추측하는 ‘지라시’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여러 명의 여자 연예인이 정준영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명단에 오르는 촌극이 벌어졌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각 연예인 소속사들은 사실을 부인하는 공식 입장문을 내기에 이른다.

악성 루머에 이름이 오른 배우만 해도 여러 명이다. 정유미, 이청아, 오연서, 트와이스, 블랙핑크, 오초아, 김지향 등은 소속사나 개인 SNS를 통해 일제히 입장문을 내고 “확산되고 있는 루머에 이름이 언급되고 있으나 모두 사실무근임을 밝힌다“고 전하면서 “악의적이고 인격을 짓밟는 악성루머를 작성·유포한 자들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13일에는 해킹으로 추정되는 사고마저 발생했다. 이날 오전 배우 문채원이 정준영의 여러 SNS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사실이 알려졌다. 문채원의 소속사 나무엑터스는 1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금일 문채원 배우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킹된 것으로 보이는 활동이 감지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정준영과 연예계 동료로서 친분이 있었지만 해당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

정준영 사건이 진흙탕으로 변하면서 정치권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3일 “문제의 핵심은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것“이라며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신상털이를 한다면 우리도 또 다른 정준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호기심 등으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무관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관계 부처와 협력해 더 이상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준영이 저지른 범죄는 큰 물의를 일으키며 현재 진행 중이다. 피해자는 안중에 없는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면서도 ‘단독’이라고 이름 붙이는 언론의 황색 저널리즘과, 대중의 관음증이 결합하면서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과거부터 반복된 이러한 행태에 입맛이 씁쓸하기만 하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정준영 동영상’이 올라있는 모습이 진정 우리 사회의 이면인가. 이제는 불법 촬영물을 수소문하고, 피해 여성이 누구인지 추측하는 ‘마녀사냥’이 중지되어야 한다. 호기심으로 포장된 2차 가해 행위를 하는 이들이 과연 정준영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을까.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