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질투의 역사’ 강렬하지만 통쾌하지 않은 복수 한 방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질투의 역사’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유앤정필름

원호(오지호), 홍(김승현), 선기(조한선). 세 남자는 친하다. 그리고 한 여자를 좋아한다. 그녀의 이름은 수민(남규리).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것도 수민, 러닝타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인물도 수민이지만 그는 비밀에 싸인 미스터리한 여자다. 

영화가 수민을 그리는 방식도 이와 동일하다. 잘 알 수가 없다. 오랫동안 선배 원호를 짝사랑해 온 수민은, 급기야 노동 운동 중 투옥된 원호를 따라 군산으로 거처를 옮기고 옥바라지를 시작한다. 원호가 출소한 뒤 애틋한 시간을 보내던 시절도 잠시, 원호는 유학길에 오르고 그를 기다리는 수민에게 한 사람이 다가온다. 그의 선배이자 원호의 친구 선기다. 이후 한 사건을 계기로 수민의 삶에는 변화가 생기고 이야기는 겉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질투의 역사’ 스틸컷./사진제공=유앤정필름

14일 화이트데이에 맞춰 개봉한 이 영화는 다섯 명의 대학 선후배들이 10년 후 다시 모이게 되기까지의 시간과 그 이후를 담는다. 극 초반 ‘서로 연락 좀하고 지내자’는 이 친구들이 왜 거리를 두게되었는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10년의 시간과 함께 어릴 적 수민의 삶을 조명하는 과정을 따라가 전말을 알게 되면 서사는 맥이 풀리고, 수민 혼자 받았을 상처들에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대학시절 ‘운동권’이었을 친구들의 지질한 우정과 관계는 피식피식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정인봉 감독이 말한 것처럼 ‘질투’의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기는 힘들 것 같다. 정 감독은 “질투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인간의 악마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 감정이 특수한 성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는 설정은 작금의 시기에서는 좀처럼 와 닿지 않는다. 영화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극 후반 피해자인 수민의 복수를 통해 가해자를 조롱하고 그의 편에 선듯 하다. 하지만 그마저 통쾌하지 않은 이유는 왜일까. 단 한번의 ‘주체적인’ 복수를 위해 수민의 삶을 피해자로 위치시키는 영화의 태도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호불호를 갈리게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