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버닝썬 사태 110일만에…승리 은퇴→정준영 퇴출까지 ‘끝이 없다’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정준영 입국 장면 /조준원 기자

가수 정준영이 13일 새벽, 사과문을 발표하고 연예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버닝썬 사건’이 불거진 후 110일 만의 일이다. 고객 폭행 사건으로 시작된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은 마약과 경찰 유착, 성 접대 등 각종 사회문제의 온상으로 확대되며 이제는 ‘버닝썬 게이트’라고 불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커졌을까.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시작은 ‘버닝썬 폭행 사건’
모든 발단은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1월 24일, 손님인 김상교 씨와 클럽 버닝썬의 보안요원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김 씨는 “클럽 직원에게 맞아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은 오히려 나를 가해자로 몰고 폭행도 했다”는 글을 올렸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끝나는 듯했던 버닝썬 사건은 클럽과 경찰과의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남서를 ‘버닝썬’과 관련한 모든 수사에서 배제했다.

김상교 씨 SNS 갈무리

◇유착·성폭행·마약 유통으로 파문 확대
경찰과 클럽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버닝썬에 숨어 있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버닝썬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의 증언으로 인해 사건은 급격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MBC 뉴스 갈무리

지난해 12월 말 온라인에는 ‘버닝썬 룸 화장실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나돌았다. 50초 길이의 영상 속에서 여성은 눈이 풀리고 맥 빠진 상태였는데 ‘약물 강간 범죄’ 가능성도 제기됐다.

버닝썬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버닝썬 내부에서 성폭행과 몰카 사건이 빈번히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직 근무자인 B씨는 MBC 뉴스를 통해 클럽에서 멀쩡하게 놀던 사람도 어디론가 다녀오면 심하게 콧물을 흘리거나 눈이 풀려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클럽에 ‘물뽕’(GHB) 등의 마약류가 유통된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다.

◇애나 등장…클럽은 VIP의 ‘마약 놀이터’
여기서 ‘애나’라는 중국인 여성이 등장하게 된다. 전직 버닝썬 근무자들은 “버닝썬에는 중국인 VIP들이 자주 와서 약을 하고 간다. 이들에게 마약을 대주는 인물이 있는데 이름이 ‘애나’”라고 말했다. 클럽 MD인 애나는 중국인 큰손들을 유치하기 위해 필로폰 등으로 추정되는 가루 형태의 마약을 유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인 큰손을 잡기 위해서 남들과 다른 특혜를 제공하고자 마약과 여자를 공급했다는 것이다.

결국 2월 16일, 애나로 불리는 20대 중국인 여성 바모 씨가 경찰에 출석해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17일 애나의 자택을 압수 수색해 성분 미상의 액체 및 병과 흰색 가루를 확보했다.

버닝썬 클럽 MD 애나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갈무리

◇빅뱅 멤버 승리의 성 접대 의혹 불거지다
이처럼 경찰과의 유착, 성폭행, ‘물뽕’(GHB), 클럽 내 마약유통 등의 논란이 커지자 버닝썬을 운영하는 빅뱅 멤버 승리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애초 승리는 ‘실질적인 클럽의 경영과 운영은 자기 역할이 아니었다’는 입장이었다. 이른바 ‘바지사장’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의혹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2월 26일 SBS funE는 ‘승리 성 접대 의혹’을 제기했다. 승리가 총 8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지난 2015년 12월 중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성 접대를 지시하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채팅방에서 승리는 ‘잘 주는 애’라는 표현을 쓰며 성 접대가 가능한 여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날인 27일, 중앙일보는 승리가 베트남에서 환각물질로 분류된 ‘해피벌룬’을 흡입했다고 보도했다. 승리에 대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승리의 성 접대 의혹 대화내용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갈무리

◇악화된 여론…승리 은퇴 선언
여론이 악화되자 승리는 2월 27일 경찰에 자진 출석해 8시간 30분가량의 경찰 조사를 받았다. 승리는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 전반을 부인했고 마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승리는 지난 10일 ‘성매매 알선’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오는 25일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를 앞둔 승리는 출국 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여기에더해  11일에는 승리와 남성 가수들이 불법 촬영 ‘몰카’를 공유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다.

승리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텐아시아 DB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왔다. 더는 견디지 못한 승리는 지난 11일 은퇴를 선언했다. 승리는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국민 역적’으로까지 몰리는 상황인데 저 하나 살자고 주변 모두에게 피해 주는 일은 도저히 제 스스로 용납이 안 된다”며 “YG엔터테인먼트와 빅뱅 명예를 위해서라도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점입가경…정준영 입국과 사과문 발표
승리가 은퇴를 선언했지만 버닝썬 사태는 폭주 기관차처럼 멈추지 않았다. 지난 11일 SBS 8뉴스는 승리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 대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방에 있던 연예인 중 한 명이 정준영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준영은 2015년 말부터 10개월 이상 지인들과 불법 촬영한 ‘몰카’ 동영상을 공유했다. 영상 유포 피해를 본 여성은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준영은 지난 2016년에도 여자 친구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피소돼 수사를 받았으나 당시에는 무혐의 처분됐었다.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촬영을 위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었던 정준영은 몰카 의혹이 일자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2일 오후 6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정준영은 취재진을 뚫고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말은 없었다.

정준영 입국 장면 /조준원 기자

이날도 SBS 8뉴스는 정준영과 그의 지인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2016년 1월 정준영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온라인 다 같이 만나서 스트립바 가서 차에서 강간하자”라는 글을 올렸다. 공개된 대화 내용을 통해 정준영과 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성범죄를 벌였고, 또한 영상을 공유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정준영은 13일 새벽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정씨는 “저에 관해 거론되고 있는 내용과 관련해 제 모든 죄를 인정한다”며 “동의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했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면서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정준영의 사과문 갈무리

◇‘버닝썬 게이트’…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커질 대로 커졌지만 앞으로도 파문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버닝썬 사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되어버린 모양새다. 정준영의 경찰 소환은 14일 오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준영과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이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화에 참가한 지인들의 ‘이름값’에 따라서 발생할 파장은 상상조차 어렵다.

아직 관련 피의자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부작용은 심하다. 온라인에는 승리, 정준영과 친교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연예인의 이름이 ‘범행 가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름 맞추기 게임’에 가깝다. 의혹을 받는 이들은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문을 내며 결백함을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정·재계 유력 인사들의 자녀가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것을 덮기 위해 연예인이 희생되고 있다는 음모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명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모든 의혹과 논란을 잠재울 방법은 오직 투명한 진실 규명 외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