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Exclusive] 강지환과 함께한 일본 3박 4일

얼마 전 <10 아시아>는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한류라는 개념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포커스 기사를 게재했다. 일본에서 드라마를 방영한다고, 팬미팅을 진행한다고 과연 한류라는 이름을 붙인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7월 3일과 5일에 고베, 도쿄에서 각각 진행된 강지환의 팬미팅이 그 문제 제기에 대한 실질적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적어도 ‘카더라’ 통신 너머에서 한류 스타라 불리는 배우가 어떤 방식으로 일본의 팬들과 호흡하는지에 대한 실체 있는 기록은 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한구뿐 이시므니까?” 만약 확대 해석의 오류를 마음껏 범해도 된다면 7월 3일 고베 문화홀에 모인 일본 아주머니들을 보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 50대 이상의 세대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습득했노라고. 물론 이것은 강지환 고베 팬미팅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만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이 한정된 영역을 비집고 들어온 팬의 숫자는 2000명이었다. 이번 강지환 팬미팅을 연출한 일본의 ‘So Net’ 관계자나 영상을 촬영한 교도 TV 관계자의 모두 일본에서 한류 배우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팬미팅에 참석하는 팬의 숫자다. 한류 팬미팅의 정액처럼 굳어진 1만 엔, 즉 10만 원을 상회하는 돈을 지불하고 콘서트도 아닌 팬미팅에 참석하는 팬의 숫자. 말하자면 한류의 ‘본좌’ 배용준이라면 4만 6000명 규모의 도쿄 돔을, 이병헌이나 송승헌, 박용하라면 1만 명 이상이 모이는 요코하마 혹은 사이타마 아레나를 자신의 팬으로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때문에 지난해 도쿄에서 2000명 규모의 팬미팅을 치렀던 강지환이 올해 도쿄에 비해 작은 도시인 고베에서 역시 2000명 규모의 팬미팅을 시도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기가 더 많아진 것이다.

“빅뱅이나 동방신기 같은 친구들 보면 다 이런 몸이에요.” 다이어트와 웨이트트레이닝의 성과를 얘기하며 강지환이 늘씬한 몸매를 뽐내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직 일본어로 통역되기 전이다. 강지환의 매력을 ‘한쌈(Handsome)’보다는 ‘큐토(Cute)’와 ‘빠니(Funny)’에서 찾던 일본 팬이 많았지만 실제로도 강지환은 스타로서의 무게를 잡기보다는 농담과 돌발적인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띄우는 편이다. 가령 일본 팬과 <쾌도 홍길동>을 재현할 때, 이녹 역의 팬이 “길동, 길동”이라고 부르면 “누구세요?”라고 받아치는 식이다. 이 때 재밌는 건 대부분의 경우 웃음이 두 번에 걸쳐 터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한 번은 강지환의 한국어에서, 다른 한 번은 통역된 일본어에서.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온 어떤 팬은 <굳세어라 금순아>를 본 이후 “강지환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2년 동안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다.

이런 식의 교감은 강지환의 자기 패러디에서 빛을 발했다. 어쿠스틱 기타 세션과 노래가 있는 짧은 콩트에서 그는 “기타 소리를 들으니 왠지 옛 생각에 우울해지네요”라며 어울리지 않는 허세를 부렸다. 그게 일종의 유머라는 걸 모르는 입장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들 멘트다. 하지만 일본 팬들은 그 과장된 연기 하나하나에 ‘뭥미?’라는 표정 대신 크게 웃는 리액션을 보여줬다. 특히 일본의 국민가요인 ‘Tsunami’를 마지막에 배치해 관중의 호응까지 이끌어내는 흐름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공항에서부터 강지환을 맞았던 한 열혈 팬은 “‘Tsunami’는 부르기 어려운 곡인데 일본어로 정말 잘 불렀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 물론 제2외국어로 진행된 취재다. 하지만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역시 마지막의 악수회다. 유독 스타와의 신체 접촉을 좋아하는 일본 팬들에게 강지환과의 악수는 프리허그에 맞먹는 은총인 셈이다.

만약 도쿄 국제 포럼 센터에서 5000명이 모여 진행된 팬미팅에서 팬들이 실망한 부분이 있다면 고베에서보다 불안정해진 음정이나 팬들의 비교적 얌전한 리액션이 아닌, 악수회의 생략일 것이다. 하지만 5000명의 악수라니, 팬미팅이 기네스북 도전은 아니지 않나. 대신 강지환은 객석 순회 포토타임을 진행했고, 포토타임이 끝나자 연출진을 향해 “오늘 악수도 못하는 데 그냥 사진은 계속 찍게 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 덕분에 객석은 미팅이 끝날 때까지 플래시가 번쩍였으니 가능한 팬서비스는 최대한 펼친 셈이다. 물론 악수와 순회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하는 팬도 있었지만 돌아다니며 얼굴을 보인 것만으로도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는 팬도 있었으니 어느 나라나 팬심의 아량은 끝이 없다.

이날도 강지환은 팬들을 향해 “피부 관리를 해서 클로즈업이 두렵지 않다”고, “몸매 관리도 하고 머리카락도 길러서 이젠 아이돌 스타일”이라고, 그러니 “절대 바람피우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아마도 그것은 기우일 것이다. ‘토호신기’와 F4 김범을 좋아하는 30세의 일본인 여성 팬에게 들은 얘기지만 “이 날은 동방신기의 도쿄 돔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꽃미남 아이돌 스타와 도쿄 돔의 열광을 뒤로 하고 국제 포럼 센터를 찾은 그들에게만큼은 강지환이 ‘넘버원’ 한류 스타일 테니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