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생겼어요’ vs ‘우리 결혼했어요’ │‘리얼’ 보단 진심

MBC <일밤>의 ‘우리 결혼했어요’ (이하 ‘우결’)이전에도 분명 황정음과 김용준은 이름이 알려진 엔터테이너였다. 그러나 대중적인 관심이 지금보다 높았던 때는 없었던 듯하다. 방송 초반에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이 ‘리얼’ 커플의 가상 결혼 체험기는 의외의 훈훈함과 진솔함으로 결혼을 앞두거나 연애를 하고 있는 청춘들, 장성한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재미를 주고 있다. 황정음과 김용준을 새삼 다시 보게 한 ‘우결’처럼 KBS <천하무적 토요일>의 ‘삼촌이 생겼어요’ 또한 이휘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왕석현과는 다르게 리얼 버라이어티로 갈아타기를 실패한 MC 이휘재는 MBC <세바퀴>에서의 선전과 함께 ‘삼촌이 생겼어요’를 통해 묻혀 있었던 개그맨의 자질을 다시 발굴하고 있다. 이들에게 예능 제1막 혹은 제2막을 열어준 리얼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얼굴들, ‘삼촌이 생겼어요’와 ‘우결’ 실제 커플판을 김교석, 윤이나 TV평론가가 소개한다. /편집자주

‘삼촌이 생겼어요’에는 세 가지 관전 포인트가 있다. 첫 번째는 아역스타 왕석현의 귀여움을 만끽하는 것. 두 번째는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이바람이 아닌 ‘이휘재’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 그리고 세 번째가 외로운 싱글 노총각과 엉뚱 발랄한 꼬마가 서로 성장해가는 흐뭇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 <어바웃 어 보이>와 비슷하다. 극중 휴 그랜트 같은 한량 이휘재와 아버지의 부재(부자지간의 직장문제로)및 바쁜 스케줄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앙큼한 꼬마가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휘재와 왕석현은 공통점이 있다. 석현이도 바람둥이 이휘재 못지않다. 공식적인 여자 친구만 6명이고,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는 항상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봤는지 물어보는 과시형이면서, 먹을 것을 줄때도 특별히 주는 것이라고 립서비스를 날리고, 사진 찍을 때 볼에다 키스하는 퍼포먼스를 가진 꼬마 허슬러다. 이휘재가 첫 데이트에서 손잡는 것에 대해 고민하자 악수하는 척하고 잡으라고 조언해주고, ‘남자가 남자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해요’라고 말할 정도로 둘은 꽤나 잘 어울린다.

남자들의 우정은 어디로?

이 닮은꼴의 두 어른아이 혹은 아이어른이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나이차를 넘어서서 피어나는 우정이다. 이것은 지속적인 관계 안에서 야구와 칼싸움 같은 매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석현이가 가장 좋아하는 칼싸움은 석현이의 성장 전 모습이자 외로움을 대변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하는 석현이는 집에서 혼자 칼싸움을 하고 논다. 휘재 삼촌은 칼싸움 상대를 해주는 동시에 자전거 타는 법과 키 크는 운동을 함께 가르쳐준다. 야구는 이들을 엮는 매듭이자 성장의 매개체다. 서서히 유아적인 칼싸움에서 남자들의 공통분모인 야구로 관심사를 옮겨가는 과정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통해 ‘남자들의 우정’을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삼촌과 조카의 일상이 자취를 감췄다. 꽉 짜여 진 설정 하에서 만나고 움직이다보니 긴장감도 떨어지고 리얼리티는 오간데도 없다. 문제는 매 회마다 던져지는 미션과 설정은 관계 형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것이 없다. 미션이란 이름하에 자행되는 것들은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다. 체육관도, 놀이동산도, 촬영 현장 방문도 그렇고, 지난 주 KBS <뮤직뱅크>출연은 가깝게는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본 장면이다. 이휘재와 왕석현의 조합이 아니고 누가 등장해도 써먹을 수 있는 포맷이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분주한 화보촬영 현장이나 방송국 복도와 대기실을 보며 신기해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안에서 행하는 짧고 어색한 미션은 MBC <만 원의 행복>으로 마감했어야 했다. 정 미션을 넣으려면 계란 ‘여섯 마리’를 깜빡하고 안 사서 쪼르르 달려가는 귀여운 꼬마를 보여주는 심부름 정도로 그쳐야 한다.

의미없는 미션 대신 채워넣어야 할 것

이휘재가 영화 <과속스캔들>을 왜 꼭 봐야 하냐고 묻자 다운받아 본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꼬마, 이휘재가 양말 빨래를 하니 양말로 손등을 문지르는 귀여운 꼬마의 순수함을 끌어내기 위해선 쇼의 틀을 더 벗길 필요가 있다. 매번 다른 설정과 미션 하에서는 왕석현의 귀여움은 살아나기 힘들고, 두 사람의 우정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가장 극명한 예가 대관람차를 타는 마지막 장면 덕분에 더욱 힘이 빠지는 놀이동산 에피소드다. 왜냐면 김나영과 이휘재의 관계를 석현이는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도 없으니까. CF촬영 현장이 색다른 것 없음에도 이야기가 되는 것은 석현이의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굳이 미션을 하려면 아이가 신이 나도록 더욱 세심해야 한다. 보드판에 연예인들 사인을 받아오라는 것보다는 함께 신발도 사고 유치원도 가는 것처럼 일상적인 미션이어야 한다. 아니면 칼싸움에 대한 난상토론이 차라리 낫다. 색다른 공간을 제시하고 그들만의 모습을 보여줄 포맷을 찾지 못한다면 맥락도 색다른 볼거리도 없이 게스트에 의존하는 지루한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지난주의 커플데이트는 의미가 있었다. 위의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모두 충족시켰다. 미팅녀와의 첫 만남에서 이휘재는 나름 풋풋한 데이트를 이끌었고 닭들과 대화하는 하린이와 석현이는 너무 귀여웠다. 이들이 더 사랑스러운 것은 이휘재가 정말 잘 됐으면 하고 진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귀엽고 순수한 아이들을 등에 업었음에도 불구하고 미팅녀 윤정 씨는 데이트 후에 퇴짜를 놓았다. 이것이 바로 리얼의 묘미다. 삼촌의 아픔을 석현이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하린이는 서럽게 울었다. 석현이의 알 수 없는 표정 속에서 조금씩 삼촌을 향한 마음이 쌓여간다면. 이제 둘이 친해지는 단계를 넘어 진짜 가족 혹은 친구의 모습을 보여줄 차례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쇼가 아닌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글 김교석

한 남자가 있다. 가상결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날, 프러포즈를 위한 꽃도, 반지도, 이벤트도 준비하지 않았다. 게다가 약속 시간에도 늦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던 여자친구는 결국 서운함과 불안함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우리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시즌2 첫 에피소드는 이렇게 시작된다. ‘용준이가 변했어요’라는 에피소드의 제목이 알려주듯, 황정음이 우는 것은 단지 그 날 하루에 벌어진 일들 때문만이 아니다. ‘연애’의 기간을 잘라버린 채, 무작정 ‘가상결혼’이라는 이름의 동거 생활로 출연진을 밀어 넣었던 ‘우결’ 시즌1과는 다르게, 황정음-김용준 커플에게는 ‘가상결혼’으로 돌입하기 전까지 연인으로서 함께 지내온 3년이 넘는 시간이 있다.

이 ‘진짜’ 커플이 바꿔놓은 것

“진짜 안가. 진짜 가는 거 아니야.” 가상 결혼식을 위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의 모습에 결국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위로하며 황정음이 하는 이 한마디는, ‘우결’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우결월드’의 진짜-가짜에 대한 심각한 강박을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결’ 시즌1은 가상이라는 걸 모두가 다 알고 있어도 녹화가 진행되는 순간만은 출연자들이 그 세계를 ‘진짜라고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황정음-김용준 커플과 그 주변인물들은 지금 이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상황설정이 가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 상황들이 자신들의 실제 삶에 미칠 영향을 염려한다. 상견례와 함들이라는 과정을 지나갔다고 해도 그들의 결혼은 실제가 아니며, 그 둘이 가지고 있는 예산에 맞추어 신혼집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그 신혼집 역시 그들의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결혼을 하는 게 아니어도, 제 품에서 보듬어 키워온 사랑스러운 딸이 언젠가 결혼으로 떠나갈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르고 마는 어머니의 마음만은 진짜다. ‘우결’ 시즌2가 실제 커플로 선회하면서 수많은 우려들이 있었고, 그 우려 중 일부는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우결’ 시즌2에서 하나만은 확실히 증명되었으니, 리얼리티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인생의 진리가 그것이다.

이 커플 안에 존재하는 ‘연애의 역사’는 단순히 프로그램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전의 가상 커플들은 지나치게 자유로운 사고방식이든, 독특한 취미생활이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할 수 없어하는 모습에 방점이 찍혔다면, 황정음-김용준 커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끊임없이 말하면서도 그 차이를 극복해 가고자 한다. 이들은 가상결혼 생활이 아니라 연애 관계를 계속 지속해나가야 하는 커플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커플들이 현실 세계과는 괴리된 채 ‘우결월드’에 갇혀 있었다면, 온에어 상태일 때만 연인 혹은 부부일 필요가 없는 황정음-김용준 커플은 가상결혼을 통해 ‘연애’라는 둘 만의 세상에서 수많은 관계가 얽혀 있는 ‘우리’ 바깥의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 긴장감은 ‘우결’ 시즌2가 주는 재미의 핵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결월드’가 깨지는 순간, 진정한 ‘우리’의 ‘결혼’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결’ 시즌2는 가상결혼이라는 틀만 가져왔을 뿐 시즌1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이다.

브라운관 너머로 진심을 전달하다

그렇게 ‘우결’ 시즌2는 시즌1부터 안과 밖에서 꾸준하게 들어왔을 질문인 ‘대체 왜 가상결혼 생활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냈다. 스튜디오에서 해설을 하던 박미선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의 단점을 보기 때문”에 황정음-김용준 커플이 변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역할 바꾸기를 통해 상대방을 짜증나게 하고, 화나게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본다. 3년이나 연애를 했어도 몰랐던 통장의 잔고를 알게 되고, 어른을 대하는 방법을 배운다.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은 각자가 처한 입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출연진들에게 대입하고,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사건을 어떻게 준비해나가야 할지 힌트를 얻게 된다. ‘우결’ 시즌2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시즌1에 미치지 못하지만, 시즌1이 증명하지 못한 진심을 브라운관 너머로 전하는데 성공했다. 이 진심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시즌2의 시도가 진화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윤이나

글. 김교석 (TV평론가)
글. 윤이나 (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