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더 와이프’, 문장 속으로 숨어든 작가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더 와이프’ 포스터.

*이 글에는 더 와이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작가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평생 남편에게 헌신한 아내 조안(글렌 클로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부부는 스웨덴 스톡홀롬으로 향하고, 조셉처럼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아들 데이빗(맥스 아이언스)도 동행한다. 그리고 조셉의 전기를 쓰기 위해 따라붙는 작가 나다니엘(크리스찬 슬레이터)도.

대학 시절, 조안(애니 스털크)은 교수였던 조셉(해리 로이드)의 “작가는 글을 쓰지 않으면 영혼이 굶주린다”는 말에 눈빛이 반짝거린다. 빼어난 글 솜씨를 가진 그녀는 작가를 꿈꾸기에. 아내도 아이도 있는 조셉은 조안과 금세 사랑에 빠진다. 한편 조안은 출판사에 보낼 조셉의 소설을 읽으며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조셉은 못난 열패감으로 이별을 선언한다.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조안은 한마디를 툭 내뱉는다. 내가 고쳐볼게요.

영화 ‘더 와이프’ 스틸컷.

비욘 룬게 감독의 ‘더 와이프’(The Wife)는 2003년에 출간된 메그 울리처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극 중 나다니엘은 조안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지긋지긋하죠. 몰래 신화를 만드는 거? 그렇다. 조안은 평생을 킹메이커로, 그림자로 살아왔다. 그녀는 매일 8시간씩 글을 썼고, 가족에게마저 비밀로 붙였다. 그래서 아들 데이빗은 작가로서 꼭 조셉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엄마 조안보다도. 조셉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으로 아내가 없다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 말은 빈말이 아닌, 진심도 아닌, 순도 100%의 진실인 것이다.

글렌 클로즈는 ‘행운의 반전’(감독 바벳 슈로더)에서 부부 역할을 했던 제레미 아이언스의 아들 맥스 아이언스와 이번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로. 또한 글렌 클로즈의 딸 애니 스털크는 젊은 시절의 조안을 맡아서 모녀가 한 인물을, 한 호흡을 끌어냈다.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드라마)을 수상한 글렌 클로즈는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뭉클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비록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녀의 감동 어린 소감을 재차 들을 수 없었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그녀의 연기에 한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을 듯싶다.

극 중에서 글을 쓰는 게 좋다는 조안에게 선배 여성 작가는 충고한다. 쓰지 말라고. 그리고 아무도 펼친 적 없는 책이 내는 소리를 느끼게 해준다. 조안은 조셉에게 상처 받은 작가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자신을 향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조안은 여성 작가라는 이유로 한 줄의 문장도 품으려 하지 않았던 시대를 거스를 자신이 없어서 문장 속으로 숨어들었다.

영화가 끝나도, 45년을 배우로 살아온 글렌 클로즈가 그려낸 조안의 눈빛을 떨칠 수가 없다. 온화한 미소를 두르고 있지만 참으로 헛헛한 눈빛을.

2월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