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신과의 약속’ 왕석현 “할아버지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감독 강형철)에서 ‘썩소’를 지으며 삼촌∙이모를 홀렸던 ‘귀여운 꼬마’ 황기동 역의 왕석현이 최근 종영한 MBC 주말극 ‘신과의 약속’에서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송현우로 열연을 펼쳤다. 지난해 tvN 예능 ‘둥지탈출3’로 방송에 복귀하고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이하 ‘서른이지만’)에 아역으로 짧게 출연하며 연기력 부침을 겪었다는 왕석현.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왕석현은 “부족한 걸 인정한다”면서도 “악플은 모든 배우들이 겪는 일이라 배워가고 있다”며 성숙한 태도를 내비쳤다. 한채영, 이천희 등 선배들과의 에피소드를 말하면서는 시종일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신과의 약속’으로 긴 호흡의 연기를 보여주며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 배우 왕석현을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인터뷰실에서 만났다.

왕석현 인터뷰,신과의 약속 MBC

MBC 주말드라마 ‘신과의 약속’에서 열연한 배우 왕석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신과의 약속‘ 촬영 끝나고 뭐하고 지냈어요?

왕석현: 엄마랑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여차여차해서 뒤로 밀렸어요. 4월에 가보려고 해요.

10.  ‘서른이지만’에 짧게 나온 후신과의 약속‘으로 본격적인 연기를 보여줬어요. 복귀작에서 평범하거나 멋진 역할이 아니라 고난을 겪는 송현우 역을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왕석현: 저는 현우도 충분히 멋있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청소년으로서, 아픈 연기를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적다고 생각했고요. 작품을 고른 건 아니고 오디션을 통해서’신과의 약속’을 할 수 있었는데, 감독님이 저를 보고 ‘웃을 때도 슬퍼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연기는 사실 오랜만이라 ‘웃을 때도 슬퍼보이는 점’을 잘 봐주셔서 뽑아주신 것 같았습니다. 이건 한참 후에 해주신 말이지만요.

10. 현우를 연기하면서 힘들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왕석현: 현우는 아픈데 (부모님 앞에서) 안 아픈 척해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그렇게 상반된 상황을 표현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쓰고, 뒤 돌아서는 것까지도 슬퍼보이도록 해야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상천 할아버지(박근형) 집에서 준서(남기원)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가는 장면이요. 엔딩이었는데, 준서와 같이 한 채영(서이영 역) 엄마에게 달려가요. 현우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준서랑 함께 사는 모습을 지영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대본을 볼 때부터 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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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석현은 “사연이 있는 현우 캐릭터를 위해서 행동 하나하나 신경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한채영 엄마’라고 표현했어요. 현장에서도 그렇게 불렀나요?

왕석현: 네.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정말 잘 대해주셨거든요. 사실 한채영 엄마를 사진으로 처음 봤을 때는 차가워보이셨어요. 그런데 막상 만나니 말도 편하게 해주시고, 정말 아들처럼 대해주셨어요. 한채영 엄마 말고 다른 분들도 다 드라마 호칭대로 엄마, 아빠라고 불렀어요. 심지어 친구로 나오는 추예진(해지) 누나는 누나인데 ‘해지야’라고 불렀거든요. 잘 받아주셔서 감사했죠. 

10. 송현우는 우나경(오윤아)과는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는데, 선배 연기자에게 위축되지는 않던가요?

왕석현: 사실 연기를 하면서 조금 무섭기는 했어요. 오윤아 이모가 대사로 ‘너는 김현우가 아니라 송현우란다’라고 말하시는데, ‘쫄지 말고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웃음)

10. 데뷔작인 영화 ‘과속스캔들’ 이후 각종 CF 촬영, 연기를 하다가 2013년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 이후로 휴식기를 가졌어요. 지난해 ‘둥지탈출3’로 방송에 복귀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왕석현: ‘둥지탈출3’에서 제의를 받아서요. (웃음)사실, 연기를 쉬게 된 건 엄마도 저도 학교생활을 해 보는 게 나중에 제가 할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였어요. 아마 엄마도 고등학교 즈음에는 저보고 다시 연기를 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둥지탈출3’에서 먼저 제의가 온 거예요. 고등학생인 건 아니었지만 ‘조금 빨리해도 괜찮지 않을까?’해서 제가 먼저 엄마랑 누나를 설득했죠. (방송에) 직접 나와야 하니까 당연히 반대를 많이 했는데 제 설득을 들어주셨어요. 그때 출연하길 잘한 것 같아요. 그래서 ‘신과의 약속’도 찍을 수 있던 거니까요.

10. ‘과속스캔들’에서 ‘썩소’를 짓는 ‘황기동’의 모습은 정말 유명했죠. CF도 많이 찍었고요. 청소년이 되어 다시 대중과 만난다는 데 부담은 없었나요?

왕석현: ‘둥지탈출3’ 처음에는 부담이 많았어요.(웃음) ‘애가 왜 이렇게 됐지?’라면서 제 달라진 모습에 당황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요. ‘5~6살 때 내가 정말 귀여울 때의 모습만 봐왔으니까 (지금의 나를 보고) 혼란스러우시지 않았을까?’ 한 거죠. 이런 부담감이 정말 컸는데, 막상 방송 후 반응은 ‘귀엽다’고 많이 말해주셔서 제 걱정보다는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10. 이후 드라마서른이지만‘으 청소년 연기를 보여줬어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은요?

왕석현: 워낙 오랜만에 연기를 보여주는 거라 ‘서른이지만’은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들어갔어요. 어릴 때 연기를 한 거지 정말 몇 년만이었으니까요. 부족한 게 많았던 걸 저도 인정해요. 그래서 ‘신과의 약속’은 더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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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석현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연기를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신과의 약속촬영장에도 어린 연기자들이 있었어요. 선배가 되어 아역들을 보니 어땠나요?

왕석현: 사실 제가 아역 때의 기억이 별로 없어요. (웃음) 지금도 청소년 아역이지만. ‘과속스캔들’ 때의 기억이 별로 나지 않아요. 그때 모습은 사진으로 더 기억나요. 동생으로 나오는 기원이가 저를 정말 형처럼 친하게 대해줬는데, 그냥 ‘귀엽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선배로서 해줄 말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하하.

10. ‘과속스캔들’ 기억은 정말 안 나는 건가요?

왕석현: 기억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박보영 선배랑 함께 하던 장면이 기억이 잘 안나 조금 슬펐어요. 그런데 제가 ‘썩소’를 짓던 순간은 분명히 기억나요. 제가 그 표정을 지으면 스태프 분들이 모두 웃음을 참고 있었거든요.

10. 다섯 살 때부터 엄마 손을 잡고 연기를 시작했어요. 혹시 촬영장에 가기 싫었던 적은 없었나요?

왕석현: 그런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정말 어렸을 때긴 해요. 그런데 그때 싫었다면 제가 먼저 안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누나 오디션장에 따라갔다가 제가 먼저 오디션을 보겠다고 말해서 출연하게 된 거니까, 저는 제가 선택해서 연기를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촬영 현장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가족들이 생긴 느낌이었고요. 촬영은 힘들어도 월요일, 금요일 모여서 노는 게 좋았어요.

10. 학교 다닐 때 장래희망에는 뭐라고 썼어요?

왕석현: ‘영화배우’요.(웃음) 친구들이 ‘너는 벌써 꿈을 이뤄서 좋겠다’고 말하는데 저는 조금 모호했어요. ‘이룬 건가? 아닌가?’. 새로운 걸 만들어서 쓸 수는 없으니 그렇게 적었던 것 같아요.

10. 롤모델이 있나요?

왕석현: 황정민, 송강호 선배님요. 그 분들은 출연만 하셔도 영화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영화 ‘베테랑’을 6~7번 정도 봤는데, 액션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성인 연기자가 되면 액션을 해보고 싶거든요. 조정석 선배님도 연기를 정말 맛깔나게 하셔서 본받고 싶어요.

10. 귀여운 아역 때와 성인 연기자, 청소년 연기자가 보여주는 연기는 다를 것 같아요. 10대 연기자로서는 보여주고 싶은 연기가 있나요?

왕석현: ‘신과의 약속’만 해도 현우와 해지의 러브라인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극 자체가 법정 신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저희 얘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진 못했어요. 10대의 로맨스를 비롯해 (10대 얘기를) 많이 보여주는 극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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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석현은 “다섯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스스로 연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조준원 wizard333@

10. Mnet ‘프로듀스101’ 2의 제의를 거절한 걸로 알아요. 연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 같은데, 연기의 매력은 뭐예요?

왕석현: ‘프로듀스 101’ 2는 그냥 제의만 들어온 거예요. 평소에 노래하고 춤추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당연히 거절했는데, 제가 누군가의 라이벌이 될 뻔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도 놀랐어요. (웃음)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거든요. 연기의 매력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좋고요.

10. 어렸을 때부터 연기 레슨을 받았나요?

왕석현: 네.부산에 살 때였는데 연기 선생님이 서울에 계셨어요. 엄마가 소문으로 찾아내신 분이었는데, 바로 그 아래층에 집을 얻어서 살기도 했던 게 기억나요. 지금도 그분에게 배우고 있는데, 어렸을 때 다른 곳에도 가봤지만 ‘무조건 이렇게 해’라고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이 분은 제가 먼저 연기를 하면 그 다음에 설명을 얹어주셨어요. 그렇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10. 앞서 ‘신인 배우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다’고 했어요.과속스캔들 황기동이 너무 센 캐릭터라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요?

왕석현: 황기동은 연기로 잘 했다기 보단 그냥 귀여운 꼬마의 연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제 그런 연기를 할 기회는 없으니까요. 나중에 성인이 돼 연기를 할 때는 어떤 역할이 새로 들어오면 ‘이게 이전과 비슷하구나’하면서 참고할 수 있을 텐데 저는 지금 해놓은 게 별로 없어요. 하나하나 새롭게 할 때마다, 신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신과의 약속’을 할 때도, 물론 ‘서른이지만’을 했지만 ‘이게 첫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10. ‘신과의 약속 어떻게 남을 같나요? 

왕석현: 복귀하고 나서 처음으로 쭉 길게 가는 역할을 받은 거 였어요. 이휘향 선생님과 주욱 연락을 하고 있는데, 종방연 사진을 주시면서 핸드폰 메시지로 ‘너, 꼭 최고의 배우가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주셨어요. 그걸 보면서 (‘신과의 약속’이 끝났으니) ‘언제 또 선생님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슬펐어요. 그런 걸 생각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제 인생에서 지우지 못할 작품이 ‘신과의 약속’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10.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왕석현: 만능 연기자? 하하하.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60년 뒤에도 연기를 하고 있다면, 아역으로 오는 친구들을 맞아주고 있지 않을까요?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