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이 추천하는 이 작품] ‘콜드 체이싱’, 액션 혹은 블랙코미디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콜드 체이싱’ 포스터/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콜드 체이싱’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이다. 그러나 비슷한 소재를 다룬 리암 리슨의 대표작 ‘테이큰’ 시리즈의 액션을 바란다면 조금 기대에 어긋날 수 있다. ‘콜드 체이싱’의 폭력은 좀 더 투박하고 직설적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폭력 자체보다 한스 페터 몰란트 감독이 폭력에 접근하는 과정이다. ‘콜드 체이싱’은 액션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오히려 부조리와 폭력의 연쇄과정을 조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단순히 액션 영화라고 단정하기에는 아까운 부분이 존재한다. ‘콜드 체이싱’이 상업 영화로서 매력적인 것은 그런 문제의식을 강박적으로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영화는 한번쯤 성찰해 볼만한 요소들을 영리하게 배치했다. 그러한 요소와 접합되어 나타나는 블랙코미디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의 비장미를 형성하던 장면들은 어느새 웃음 포인트로 전환된다. 그러나 유혈이 낭자하는 가운데 터지는 헛웃음의 이면에는 어떤 음험함이 도사리고 있다.

영화 ‘콜드 체이싱’ 스틸/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는 미국 콜로라도의 키호를 배경으로 한다. 과거 낙후한 지역으로 여겨지던 이곳은 근처에 스키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마약 밀매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비극의 시작은 주인공 넬슨의 아들 카일이 우연히 마약 사건에 얽혀들면서이다. 카일은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마약중독자라는 오명을 쓴다. 아들의 죽음을 통해 넬슨이 확인하는 것은 가장으로서의 무력함이다. 그는 모범시민상을 받을 만큼 성실한 인물이었으나, 가정에는 소홀했던 것처럼 비친다. 상실감에 엽총으로 자살을 기도했던 넬슨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무자비한 복수에 나선다.

넬슨이 원수를 추적하는 과정은 주먹구구로도 보인다. 하지만 그의 폭력에는 날 선 잔혹함이 존재한다. 넬슨의 복수행은 키호 사회의 부조리한 이면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홀로 설원의 낡은 집에 사는 넬슨과 달리 마약 딜러들이 생활하는 공간은 대부분 화려하고 부유해 보인다. 당연하게도 이들이 사는 집은 타인의 고혈로 지어졌다.

영화 ‘콜드 체이싱’ 스틸/사진제공=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에는 세 명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이들은 얽히고설킨 관계에서 서로의 아들을 뺏기고 빼앗았다. 저마다의 가족 문제를 안고 있는 세 부자(父子)가 서로를 위협할 때, 영화는 가부장제의 권위와 책임의 모순을 양가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관계엔 어떤 사회적 위계구조가 존재한다. 마약밀매 조직의 보스 ‘바이킹’은 대를 이어 타인을 핍박해 온 지배자이며, 인디언 일족의 ‘하얀 소’는 자기 공동체의 안위만을 생각해 타인을 수탈해 온 자이다. 넬슨은 지역 공동체에 헌신하였지만 모든 것을 잃은 자이다. 그러한 억압구조가 반전될 때 영화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영화는 여러 모로 아이러니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와 배태되어 있던 사회적 부조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의 몰락은 불가해한 파멸이 아니라 불가피한 파멸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콜드 체이싱’은 중층적인 인물관계를 통해 캐릭터의 입체적인 성격을 성공적으로 구축하였다. 황금곰상에 노미네이트됐던 자신의 영화 ‘사라짐의 순서: 지옥행 제설차’를 몰란트 감독 스스로가 리메이크한 만큼 이야기의 짜임새도 완성도가 높다. 액션과 블랙코미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주목할 만한 영화다.

조한기(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