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김혜자여서 가능한 3色 명장면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3, 4회 방송 캡처

JTBC ‘눈이 부시게’에서 김혜자가 꽉 찬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눈이 부시게’는 4회 만에 시청률 6%를 돌파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전국 기준 5.4%, 수도권 기준 6.1%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인기 비결의 중심에는 배우 김혜자가 있다. 2인 1역으로 호흡을 맞춘 한지민의 소소한 버릇까지 눈여겨보고 녹여냈다는 김혜자의 연기는 유쾌한 웃음 속에서도 짙은 여운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있었지만 아빠(안내상)를 살리기 위해 수천 번 시계를 돌린 대가로 갑자기 늙어버린 혜자(김혜자, 한지민). 치열한 고민을 거친 연기로 스물다섯과 70대의 시간을 보내는 혜자를 연기하는 김혜자가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이에 그가 만들어낸 ‘눈이 부시게’ 명장면을 돌아봤다.

#소중한 순간을 잃어버린 혜자의 절망, 울림의 깊이가 다른 눈물의 순간.

김혜자는 “70대 노인이 된 스물다섯의 이야기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어렵지 않겠냐”고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김혜자는 상상할 수 없는 감정조차 세밀하게 그려낸 절절한 눈물로 풀어내며 이야기에 설득력과 현실감을 부여했다. 늙어버린 자신을 가족들에게 보여 줄 수 없어 방 안에 틀어박힌 혜자의 공허한 눈빛, 극단적인 선택을 위해 옥상에 오른 혜자의 회한과 미소가 뒤엉킨 눈물, 망연히 거울을 들여다보는 텅 빈 표정에서 혜자가 느낄 절망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방문을 따고 들어온 엄마(이정은)에게는 “죽어버리지. 어차피 내일 죽어도 안 이상하잖아, 지금 나는”이라고 눈물과 함께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자신보다 늙어버린 딸의 머리를 염색하는 엄마와 늙어 버린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마주하는 장면은 김혜자의 연기가 빛을 발한 명장면이다. “궁금하긴 했었다. 저 할머니들은 젊었을 때 어떻게 생겼을까, 그리고 나는 늙으면 어떻게 생겼을까. 근데 이렇게 생겼네”라는 김혜자의 눈빛에 어린 슬픔은 깊이가 다른 울림을 전했다.

#뒤엉킨 시간에 더 애틋해진 가족애, 변치 않는 사랑에 화답하는 혜자의 애틋 모먼트.

절망한 혜자를 일으켜 세운 것은 가족들의 변치 않는 사랑이었다. 자신보다 늙어버린 딸의 머리를 염색해주는 엄마의 눈물, 말없이 안경점에 데리고 가는 아빠, 여전히 철은 없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오빠 영수(손호준)까지, 가족들이 있었기에 혜자는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나운서가 되면 아빠 차도 바꿔드리고 엄마 미용실도 2층으로 지어드리려”했던 소박한 꿈은 잃어버린 시간과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매일 아침 아빠의 도시락을 싸고, 미용실에서 일을 도우며 예전과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굴러가는 인생을 살아간다. 대가를 감당하고서라도 시간을 돌렸던 이유 역시 가족이었다. 혜자는 “나한테 소중한 걸 되찾기 위해선 겪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라며 아빠를 향해웃었다.

#몸은 70대 영혼은 스물다섯.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70대 적응기! ‘웃픈’ 모먼트.

준비과정 없이 맞게 된 스물다섯 청춘 혜자의 70대. 영혼은 스물다섯이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몸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경황없이 늙었”어도 기억은 자꾸 깜빡깜빡하고, 새벽 세 시만 되어도 번쩍번쩍 눈이 떠진다. 신체 나이가 60대란 말에 의사의 멱살잡이까지 할 정도로 어쩔 수 없이 버럭 화가 치솟는다. 오빠 영수와 함께 한 체력 테스트에서는 계단 다섯 개만 올라도 숨이 차고, 달리기는 아예 불가, 삼단 고음이 될 리가 없다. 밤을 새웠던 친구들과의 음주 가무도 졸려서 못할 지경이 됐지만, 현실을 받아들여 가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스물다섯 혜자의 적응기는 ‘단짠’ 웃음으로 찐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70대가 된 스물다섯 혜자를 만들어낸 김혜자의 연기는 그야말로 기대 그 이상. 한지민이 쌓아 올린 스물다섯 혜자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모습이 호평을 얻고 있다.

‘눈이 부시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한순간에 늙어 버린 스물다섯 청춘 혜자를 통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과 당연하게 누렸던 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