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사바하’, 종교적 색채 띤 촘촘한 미스터리 스릴러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사바하’ 포스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강원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언니는 온몸에 털이 가득해 마치 괴물 같고, 동생은 한쪽 다리가 온전치 못하다. ‘빨리 죽을 것’이라던 의사의 말과 달리 쌍둥이 자매는 모두 살아남아 16살이 된다. 이름도 없는 ‘그것’의 존재를 들킬까 가족들은 자주 이사를 다니고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는다.

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인 박웅재 목사(이정재)는 신흥 종교의 비리를 캐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불교계 이단으로 추정되는 ‘사슴동산’이라는 신흥 종교를 발견하고 추적에 돌입한다. 박 목사의 고등학교 후배인 해인 스님(진선규)은 신흥 종교라면 그들이 쓰는 경전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박 목사는 사슴동산 신자로 위장해 잠입했던 전도사 요셉과 함께 사슴동산의 경전을 찾으려 한다.

그러던 중 강원도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 사체가 발견된다. 여중생의 사체에서는 찢어진 부적과 몇 알의 팥이 발견된다. 여중생 살해 용의자 주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정나한(박정민)이 맴돈다. 사슴동산을 조사하던 박 목사는 여중생 살해 사건과 사슴동산이 관련돼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영화 ‘사바하’의 이정재(위부터), 박정민, 이재인./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로 한국형 엑소시즘 장르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장재현 감독의 4년 만의 신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바하’에서는 스산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지속된다. 그로 인한 불쾌감이 온몸을 공포감과 긴장감으로 죄어온다. 각 캐릭터들은 튀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온전히 녹아들어 이야기를 빛나게 만든다. 박 목사-정나한-쌍둥이 자매 등 세 가지 시점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전혀 달라 보이지만 각각의 꼭짓점에서 시작해 선을 그리고, 또 이어지며 영화는 삼각형에서 삼각뿔의 구조로, 탄탄하고 촘촘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마치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추리물처럼 점차 결론에 다다른다.

영화에서 사이비 종교는 인간의 마음 속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든다. 그런 이단의 비리를 파헤치는 박 목사를 통해 영화는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정나한은 악의 현신을 찾아다닌다.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실은 번뇌하는 정나한을 통해 영화는 올바른 믿음에 대해 시사한다. 미완의 존재인 쌍둥이는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 연민과 증오 등 인간 내면에 뒤섞인 감정들을 보여준다.

이정재, 박정민을 비롯해 진선규, 이다윗, 정진영 등 주조연 배우들은 고른 연기를 펼치며 제 몫을 해냈다. 그 가운데 쌍둥이 자매로 1인 2역을 맡은 아역배우 이재인에게 눈길이 간다. 이번 영화의 ‘발견’이라고 할만하다.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