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텐]홍석천 “책임져야 할 가족과 아이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죠”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방송인 홍석천 / 사진=장한 작가

홍석천은 성공한 요식업 CEO이자 대한민국 ‘탑 게이’다. 드라마, 예능, 강연 등 다방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생계를 위해 한적했던 이태원 거리에 음식점을 차렸고, 악착같은 노력과 판단력으로 성공을 이뤄냈다. 그의 성공은 이태원 골목상권의 부흥에도 영향을 미쳤다. 방송에서는 성 소수자를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오빠’라는 캐릭터로 승화시켜 여러 예능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편견의 울타리를 넘어섰다. 연기 역시 단역, 조연 따지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바쁘게 살고 있는 홍석천을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뷰티텐> 화보 인터뷰로 만났다.

10. 최근 10년 넘게 운영한 ‘마이타이 차이나’가 문을 닫았다. 많이 아쉬웠을 것 같은데?
나에겐 사연이 참 많은 가게다. 가게를 운영하다 건물주에게 쫓겨나 한 번 자리를 옮겼다. 거기서 8년 정도 더 운영하다 이번에 문을 닫게 된 거다. 사실 장사가 안 돼서 닫은 건 아니다. 그동안 가게를 만드느라 생겼던 빚도 청산해야 했고,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큰 결단을 내렸다.

10. 새로운 변화란 뭔가?
나에게 이태원은 고향 같은 느낌이다. 1995년에 경리단길 반지하에서 첫 서울 생활이자 사회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의 첫 독립 공간이었기에 첫 외식업도 이곳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18년 넘게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는 동안 이곳의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요즘 이태원 경리단길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동네를 재정비할 수 있을지,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10. 현재 이태원 상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우선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불법 주차를 하게 되고, 견인과 벌금 딱지가 수시로 붙으니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건 관할 지자체에서 해결해줘야 할 문제다. 임대료 상승 문제도 있는데, 이제는 건물주들도 합리적인 임대료를 책정해야 한다는 자각이 생겨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거다. 요즘 젊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경리단길의 역사를 축제로 푸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 중이다. 이런 콘텐츠들부터 시작해 점점 이 동네를 살려 나갈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홍석천은 “‘밝히는 연애코치’는 소통형 연애 상담 예능”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장한 작가

10. 라이프타임 예능 ‘밝히는 연애코치’에 출연 중이다. 전에 출면했던 JTBC ‘마녀사냥’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비슷하지만 ‘마녀사냥’의 경우 고민 사연을 읽으면 출연자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조언과 해결책을 던져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밝히는 연애코치’는 고민 사연자와 1 대 1로 직접 상담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직접 통화해 결과도 확인한다. 조언의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는 ‘소통형’ 연애 상담 예능인 것이다. 우리의 조언을 듣고 정말 헤어지기는 경우도 있어 더욱 신중하게 상담을 해줄 수밖에 없다.

10. 신동엽, 박나래, 한혜연 등 여러 연애코치가 나온다. 그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나는 평소에도 많은 연애상담을 받고, 조언도 많이 해준다. 그러다 보니 남자와 여자의 한쪽 주장이 아닌, 양쪽의 입장을 들어주고,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10. 항상 들어주는 입장인 것 같다. 자신의 연애 상담은 누구에게 하나?
난 잘 못한다.(웃음) 스스로 풀려고 노력한다. 유일한 나의 연애 상담사는 가수 왁스다.

10. 특별한 이유가 있나?
왁스와는 워낙 편한 사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정확한 아이다. 직설적으로 말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내가 하지 못하는 명확한 해답들을 왁스가 해줄 때가 많다. 내가 지인들의 고민을 들어줄 때 나를 컴퓨터 화면의 쓰레기통이라 생각하라고 말한다. 난 기억력이 좋지 않다. 고민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만 그걸 오래 기억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내 고민을 버려야 할 상대는 있어야 하지 않나. 그게 바로 왁스다. 왁스도 자기 연애는 잘 못한다. 하하.

10. 연애란 뭐라고 생각하나?
평생의 숙제이지 않을까.(웃음) 연애에는 정답이 없다. 통계에 나와 있는 어떤 걸로도 연애 문제를 판단할 수 없다. 사람들의 감정과 경험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조언은 해줄 수 있지만 정답을 얘기해줄 수 없기에 더 흥미 있는 분야가 연애다. 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문제들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홍석천은 “누나가 이혼 한 뒤 조카를 내가 입양해 호적에 올렸다”고 했다. / 사진=장한 작가

10. 최근 SBS 설 파일럿 프로그램 ‘요즘 가족:조카면 족하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누나가 이혼한 뒤 누나의 자식을 내가 입양해 호적에 올렸다. 나에게는 조카이자 딸인 거다. 사실 그 아이가 어렸을 때 필리핀과 미국 유학을 갔다 와서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거의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서로 느낀 것도 많고, 몰랐던 부분들도 알게 됐다.

10. 어떤 것들을 모르고 있었나?
요즘 아이들의 고민거리, 우리 조카가 갖고 있는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해소법 등이다. 나도 저 나이 때 부모님과의 소통이 힘들어 친구들과 클럽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었다. 예전 내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10. 조카이자 딸인 (홍)주은이는 어떤 아이인가?
가정사가 평범하지 않다 보니 어린 나이에 일찍 철들었다. 생각이 깊고, 힘든 걸 잘 표현하지 않는다. 고맙기도 한데 안쓰럽기도 하다, 그 나이에는 좀 더 철없어도 되는데…(웃음)

10. ‘가족 예능’은 거의 포화상태다. 그런데도 조카라는 소재가 시청자들에게 통할 거라 생각하나?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본다. 조카라는 관계의 특수성이 있는 것 같다. 조카는 멀리서 사랑을 주고, 무조건 사랑을 주는 관계다. 한편으로는 부모가 아니기에 책임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가끔 보면 예쁘지만 같이 지내면 원수 같은 애들이 조카 아닐까.(웃음) 그런 점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재밌을 것 같다.

“책임져야 할 가족과 아이들이 있으니 버틴다”는 홍석천. / 사진=장한 작가

10. 드라마 ‘절대그이’ 촬영이 11월에 끝났다. 올해 방영 예정인데,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봄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절대그이’는 특수 분장사 여자와 휴머노이드(humanoid) 연애 로봇의 로맨스물로 여진구, 홍종현, 민아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나는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 역할인데 평소대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원래도 연예인 지망생들의 징검다리 역할을 많이 해왔으니까.(웃음)

10.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내가 못된 역할이라 민아 싸대기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다. 한 번에 끝내고 싶었는데 NG를 세 번 정도 냈다. 그 때 민아한테 정말 미안했다. 하하.

10. 미남들과 호흡을 맞춰서 기분은 좋았겠다.(웃음)
(홍)종현이는 모델 시작할 때부터 알던 동생이다. (여)진구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하는 걸 보며 ‘될 애다’ 싶었다. 서로 친해진 후에는 꼭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고,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가 강력 추천했다. 진구가 촬영 막바지쯤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촬영과 겹쳐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하지 않고 연기하는 모습에서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사업가, 방송인, 배우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왜 안 들었겠나.(웃음) 책임져야 할 가족과 아이들이 있으니 버티는 거다. 나는 짐을 짊어지고 사는 게 팔자인 것 같다. 생각보다 마음이 여려서 나 혼자 편히 살수가 없다. 부탁은 잘 들어주는데 막상 부탁은 잘 못한다. 하하. 힘든 일이 있어도 나 혼자 삼키고 견디는 게 버릇이 된 것 같다.

10. 혼자서 견뎌 내다보면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다.
물론이다. 스트레스 풀려고 여행을 자주 간다. 막상 여행을 가도 새로운 인테리어 소품을 사고, 요리 재료를 사고 있지만 말이다. 하하.

10.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올해 목표는 새 출발이다. 그러기 위해 기존에 있는 것들을 많이 정리했다. 가게 정리도 그 중 하나다. 지금까지 내가 잘하는 것만 잘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좀 더 크게 보고 싶다. 공유 주방 같이 남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다. 이태원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나 하나가 아니라 전체가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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