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킹덤’ 배두나 “연기 논란 통쾌…각종 수식어를 떨쳐낼 기회였다”

[텐아시아=우빈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의녀 서비를 연기한 배우 배두나.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좀비를 이긴 유일한 캐릭터가 있다면 바로 배두나일 것이다. 배두나는 조선시대 여성의 한계, 가장 낮은 신분인 천민이 넘을 수 없는 벽을 허물었다. 일각에서는 배두나의 연기에 대해 ‘답답하다’고 하지만 배두나는 ‘그 답답함이 조선시대 여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캐릭터에 대한 신중하고 치밀한 연구, 확실한 자신감을 토대로 완성시킨 탁월한 연기였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조선의 끝으로 가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 25일 전 세계 150개국에서 동시 공개돼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배두나는 ‘킹덤’에서 역병의 근원을 쫓는 의녀 서비를 맡았다. 서비는 굶주림에 내몰린 백성들이 역병으로 인해 괴물(좀비)로 변한 끔찍한 상황을 처음으로 마주한 목격자이자 유일한 생존자이다.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역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나서는 서비는 왕세자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자신의 연기를 두고 호불호가 갈려도 통쾌하다는 배두나. 오히려 그런 의견을 듣기 위해 ‘킹덤’에 도전했다는 배두나를 지난달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킹덤’이 공개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배두나 : 촬영할 때부터 ‘킹덤’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돼서 뿌듯하다. 예상보다 더 화제가 된 것 같다. 사실 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일상적인데 국내에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 오히려 국내에서 화제가 될지 걱정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괜찮아서 기분이 좋다.

10. 외국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지?
배두나 : 이탈리아, 일본 등 각국의 친구들이 잘 되고 있다는 문자를 해줬다. 프랑스 친구는 한복이 너무 예쁘다며 ‘판타스틱 코스튬(fantastic costume)’이라고 했다. 여러 모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10. 가장 기분 좋았던 피드백이 있다면?
배두나 :  ‘시즌2 빨리 찍어! 언제 나와?’라고 재촉하는데 그게 ‘킹덤’ 최고의 칭찬 같다.

10. ‘킹덤’의 어떤 부분에서 끌렸을까? 
배두나 : 우리는 대하사극이나 여러 사극 작품 때문에 익숙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한국의 옛 모습을 모르니까 신선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내 추측으로는 좀비 자체의 익숙함과 인기에다 조선에 대한 신선함과 궁금증이 낯설면서도 친숙하게 다가가서 좋은 반응이 온 게 아닐까 싶다.

10. ‘킹덤’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배두나 : 사실 출연 제의를 받기 전에 ‘터널’ 때문에 친분이 있던 김성훈 감독님에게 시나리오 모니터링을 부탁받았다. 대본을 6부까지 다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역시 김은희!’라고 했다. 다 읽고 나니 섭외가 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의녀 서비를 연기한 배두나. / 사진제공=넷플릭스

10. 김은희 작가와 함께 한 소감은?
배두나 : 나는 여백이 많아서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김은희 작가님의 글은 쫙쫙 나가는데 심플하면서도 여백이 있다. 캐릭터를 설명해주지만 여백이 있어서 내가 캐릭터를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을 적당히 남겨주신다.

10. 김은희 작가는 ‘킹덤’으로 배고픔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주제의식을 어떻게 느꼈나? 
배두나 :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좋았다. 그래서 이 대본이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권력을 꼬집는 날카로움이 좋았다.

10. 작품을 선택하는 데 뚜렷한 기준이 있어 보인다. 기준에 따라 까다롭게 고르는 편인가?
배두나 : 요즘은 덜 까다로운 편이다. 예전에는 ‘후회하지 않을까?’라고 고민했으나 요즘에는 ‘해보지 뭐’라고 생각한다. 못 해내면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도 안 한다. 자신이 없어도 부딪혀서 배우면 된다는 여유가 조금 생겼다.

10. 데뷔 20년 만에 첫 사극에 도전했다. 김성훈 감독·김은희 작가의 조합이어도 망설여졌을 것 같은데. 
배두나 : 망설였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걸 해서 욕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결국 욕을 먹자는 쪽을 선택했다. 늦었지만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운이 좋아서 좋은 감독님을 만나 가시밭길 없이 살았다. 그래서 이번에 가시밭길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10. 도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뭔가?
배두나 : 첫 사극이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만약 분량이 많은 주인공이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시즌1에서는 왕세자 이창을 돕는 역할이고, 시즌2에서 활약을 하기 때문에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내가 캐릭터를 연구할 시간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10. 캐릭터도 평범하지 않다. 의녀 서비의 캐릭터 구상을 어떻게 했나?
배두나 : 작가님이 서비는 고아이자 천민 출신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지율헌(의료원)이 전부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산 속에서 약초나 캐던 아이에게 의학 지식이 있을까? 말주변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사회생활에 대한 내공이나 뛰어난 지식이 있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리숙하지만 담대한 캐릭터라고 설정했다.

10. 담대한 서비를 연기하기 위해 생각해둔 밑그림이 있었나? 
배두나 : 오빠가 간호병 출신인데, 첫 수술 어시스트를 하고 나서 김치를 못 먹었다고 했다. 근데 그 이야기를 하면서 김치를 엄청 잘 먹었는데 그 부분이 인상에 남았다. 서비도 그런 담대함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죽음과 시체를 항상 보고 겪어왔던 사람이기에, 보고도 놀라지 않게 단련이 된 사람이라고 상상해봤다.

10. 추운 날씨에서 산이나 들판 야외 촬영을 해서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배두나 : 정말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이번에 ‘킹덤’을 찍으면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간 것 같다. 영하 17도까지 내려가고 이렇게 추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추웠다. 그런데 나만 추웠다. 주지훈 씨는 ‘킹덤’이 네 번째 사극이라고 하고, 류승룡 선배님은 더 많다. 그래서 그런지 추울 때는 경량 패딩을 입는 노하우가 있더라.

10. 범팔 역의 전석호와 러브라인이냐는 질문도 많다. 연기 호흡은 어땠나?
배두나 :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라. 찍을 때는 전혀 러브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쉬어가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전석호는 그냥 범팔이다. 예전 소속사의 인연으로 원래 친했기 때문에 재밌게 촬영했다. 범팔이 재밌게 연기를 해줘서 서비가 더 강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겁쟁이 양반과 강한 천민이지 않나. 서로의 상호작용이 좋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의녀 서비를 연기한 배우 배두나. / 사진제공=넷플릭스

10. 사실 ‘킹덤’에서의 연기력에 대한 지적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배두나 : 연기 논란이 있는 걸 보면 통쾌하다. 댓글을 보면서 ‘그래, 나도 당해야지’ 이렇게 생각한다. (웃음) 대중들이 배두나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모던함, 패셔니스타, 할리우드 진출 같은 것인데 그런 수식어들을 한 번에 던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지만 나는 내 연기를 냉정하게 본다. 가끔은 ‘그렇게 못하진 않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도 한다.

10. 연기력 논란이나 지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두나 : 나는 나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 반짝이는 부분도, 못 가진 부분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가져갈 것은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이 편해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더 노력하려는 일환으로 이런 도전을 하는 거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는 그래도 즐기는 사람이다. 연기가 제일 재밌다.

10. 모던하다거나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를 떨쳐내고 싶은가?
배두나 : 그렇진 않다. 20년을 했더니 대중이 어려워진다. 요즘 친구들은 나를 루이비통 모델로만 알기도 하더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한 번씩 배우라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모습, 내가 가진 신조나 가치관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패셔니스타 같은 수식어는 너무 좋다. (웃음) 만약 ‘킹덤5’까지 찍는다면 나를 서비라고 불러주는 친구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

10. 좀비를 직접 보니 어땠나? 
배두나 : 안타까웠다.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처절해 보였다. 늘 갈구하지 않나.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보면 볼수록 가슴이 아팠다. 배고팠던 백성들이 좀비가 된 거니까.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좀비들이 떼로 쫓아오는 장면을 보면 강렬하지만 처절하지 않나.

10. 시즌2에 대한 스포일러를 해준다면?
배두나 : 시즌2는 훨씬 재밌을 거다. 사실 시즌2 대본의 마지막을 보고 ‘시즌2까지라고 했잖아요!’라고 했다. ‘시즌3을 염두에 두고 있긴 합니다’라고 하셨지만 그건 시나리오다.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나름 열린 결말의 형태일 수도 있다. 결말은 편집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이니까. 캐릭터로 말씀드리자면 시즌2에서는 서비가 키를 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1에서는 키를 쥐고 있지 않은 척 연기를 했다. 시즌1에서는 히든카드였다면 시즌2에서는 히든카드를 넘어 무언가를 한다. 시즌2 대본을 보니까 서비가 뭔가를 하긴 하더라. 여기까지만 알려줄 수 있다. (웃음)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