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킹덤’ 김은희 작가 “좀비 보고 슬픔을 느꼈죠”

[텐아시아=우빈 기자]
김은희 작가 인터뷰,킹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수많은 백성이 이름 모를 괴질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 한 구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을 탄생시켰다. 김은희 작가의 상상력을 입고서다. 작가가 7년 만에 구현해낸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주지훈 분)이 조선의 끝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좀비)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지난 25일 전 세계 150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돼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약 40분의 러닝타임, 6화로 구성된 ‘킹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단순한 좀비물이 아니다. 김은희 작가가 공들여 쓴 이야기가 탄탄한 데다 주제 의식 또한 날카롭다. ‘킹덤’을 끌고 가는 주제는 ‘배고픔’이다. 단순한 허기가 아니라 권력을 향한 욕망, 더 큰 것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심도 ‘킹덤’에 담고자한 ‘배고픔’이다. 그래서 작품에 등장하는 좀비에는 단지 두려움 만이 아니라 작가가 본 슬픔과 연민이 더해졌다. 지난 2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은희 작가를 만나 ‘킹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10. 좀비물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은희 :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좀비물을 너무 좋아해서 자꾸 보다 보니까, 좀비가 배고픔이 가득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좀비는 긴장과 공포의 존재지 않나. 떼로 몰려오는 좀비를 보니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실록이나 다른 역사서를 보면서 가장 배고프고 처참했던 시대로 좀비를 데리고 온다면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했다.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킹덤’의 시작이 배고픔에서 비롯된 역병과 좀비의 탄생이다. 배고픔과 갈증 등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바는 뭔가?
김은희 :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기보다는 ‘정치란 무엇인가’ 를 표현하고 싶었다. 정답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에 대한 여러 가지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잘 표현됐는지는 모르겠다.

10. 2011년부터 준비한 작품이다. 꽤 오랜 시간 공들이고 고민했을 것 같다.
김은희 : 고민보다는 상상을 많이 했다. 이렇게 풀면 재밌겠다, 저렇게 풀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영상화하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래서 ‘킹덤’ 내용을 얘기하면 ‘그게 재밌겠어?’ 혹은 ‘가능하겠어?’라는 말을 들었다.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실행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 혼자 꿈꿨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내용이 있으면 “이런 부분이 이렇게 ‘킹덤’에 나오면 재밌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했다. 다른 드라마를 쓰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없었는데 ‘킹덤’은 글로 정리하지 않더라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머릿속 내용들이 계속 발전됐다.

10. 상상만 했던 ‘킹덤’이 영상화되니 기분이 어떤가?
김은희 : ‘킹덤’ 포스터만 봐도 ‘드디어 만들어졌다!’ 하면서 감격스러웠다. 찍기가 힘든 장르에다 들판, 산 등 야외 장면이 많아서 걱정했는데 굉장히 많은 부분이 잘 구현됐다.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감격스럽다. 만들어질 줄 몰랐기 때문에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들, 제작 지원도 어느 정도 받으면서 만들어졌다는 게 나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다른 분들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김은희 작가 인터뷰,킹덤

7년을 준비한 ‘킹덤’이 영상으로 만들어져 감격스럽다는 김은희 작가.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어떻게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됐나?
김은희 : 정식으로 제안을 했다기보다 이런 아이템이 있다고 말을 해봤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좀비들이 나오고 신체 훼손 등 심의에 걸리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공중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킹덤’이 만들어진다면 영화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넷플릭스 측이 먼저 함께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다. 내가 꿈꾼 것들이 넷플릭스로 가지고 오면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킹덤’ 제안을 드렸더니 괜찮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다.

10. 김성훈 감독과 함께 하고 싶었던 이유는?
김은희 : 둘 다 초짜면 덜 구박 받지 않을까 했다. (웃음) 둘 다 이런 사극 처음이지 않나. 역병이 나오고 새로운 배경들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다고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험이 아니라 마음이 맞고 대화가 되는지가 중요했다.

10. 김성훈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
김은희 : 드라마의 경우 감독이 현장에 나가므로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다. ‘킹덤’은 완전 사전제작이라 준비 기간이 길고 대본이 다 나온 후 촬영에 들어갔다. 내가 집필할 때 김성훈 감독님과 서로 상의를 많이 했고, 대본에도 굉장한 도움이 됐다. 원래 친분도 있었고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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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는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과 “삐질 정도의 의견 차이는 없었다”고 농담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이창(주지훈 분)과 서비(배두나 분), 좀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부산 동래다. 지방인 동래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김은희 : 어쨌든 ‘킹덤’은 집을 나온 세자 이창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이고, 그 과정에 힘든 역경이 있는 이야기다. 거리상으로 가장 먼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서울 토박인데 먼 도시를 생각하니 동래가 떠올랐다. 동래로 정해놓고 구체화하다 보니 경상도가 백두대간 중간을 가로지르면서 경계가 되더라. ‘아, 이거 잘 써먹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을 배경으로 삼았다.

10. 동래가 배경이지만 사투리나 억양 등 지역성을 부각시키지 않은 이유는? 외국시청자에겐 자막과 더빙이 있어 걸림돌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김은희 : ‘킹덤’의 배경이 동래만 나오는 게 아니다. 서비(배두나 분)는 동래 출신이 아니라 살기 위해 떠돌던 아이라고 생각했다. 또 지역의 특성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제대로 못 할 바에는 표준어로 통일시키기로 했다.

10. 시대 배경이 조선인데 캐릭터들은 실존인물은 아니다. 허구로 만든 캐릭터지만 세도정치나 국정농단 등 곳곳에 드러나는 배경들은 실제 역사와 닮았는데.  
김은희 : 내가 조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조선시대는 문헌이 많이 남아 흥미로운 포인트를 발견하기 쉬웠다. 하나의 시대로 특정한다면 불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기득권이나 세력 다툼, 국정농단 같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선조가 될 수도 있고 이승만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몇 십 년, 몇 백 년을 건너뛰고 꼭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낙인처럼 되풀이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무능력하고 책임감 없는 지배계층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책임감 있게 백성을 위하는 인물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안현 대감(허준호 분)이나 다른 캐릭터처럼 여러 인물을 설정했다.

10. 대본을 쓰면서 시각적으로 부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김은희 : 왕이 있고 양반, 문관, 무관, 중인, 평민, 백정 등등 여러 계층이 있지만 좀비가 되면 다 똑같아지지 않나. 식욕만 남고 계층이 사라진, 말도 안 되지만 어떻게 보면 평화롭다고도 볼 수 있는 그 장면을 기획 때부터 보고 싶긴 했다. 시즌1은 아니더라고 시즌2에는 비슷한 연출이 있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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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는 ‘킹덤’에 유교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한옥, 한복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았다고 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신체발부 수지부모(母)라는 유교사상이 결국 좀비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화장을 금지한 탓에 좀비가 늘어난다. 우리에겐 익숙한 유교지만 외국 시청자들이 이 정서를 잘 이해할지 걱정되진 않았나? 
김은희 : 남아선호 사상이라든가 신체 훼손이 금지된 조선시대, 그런 유교사상과 좀비가 만난 조선시대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재밌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외국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진 미지수였다. 그래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화장을 막고 아들만 위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이해가 가는지 물었는데, 전혀 모르겠고 그냥 재밌다고 하더라. 근데 그 부분이 방해되지는 않은 것 같다. 가치관을 몰라도 이해는 하나보다 싶었다.

10. 마지막 회차에 ‘햇빛이 아니라 온도였어’는 대사가 반전이다. 좀비들이 밤에만 활동한 이유가 햇빛이 아니라 낮은 기온 때문이라는 것은 ‘배고픔으로 시작된 좀비’라는 서사와 더불어 ‘킹덤’의 포인트다.
김은희 : ‘배고픔’에 집중했기 때문에 좀비의 시초가 생사초라는 풀이고, 또 인육을 먹는 좀비라는 설정을 뒀다. 사실 내가 질병에 대한 책이나 역학을 조사하는 책을 좋아한다. 역병 자체에 특성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역병에 대한 연구를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성이 온도, 연구자가 서비다. 생태학적 변이로 접근해보고 싶었다.

‘킹덤’ 스틸컷. / 사진제공=넷플릭스

10. ‘킹덤’ 속 좀비만의 특성이 있을까?
김은희 : 특성이라기 보다는 ‘킹덤’의 좀비들은 찬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설정이다. 기온이 낮으면 움직이고 찬 곳을 좋아한다. 생사초라는 풀도 찬 성질이고 툇마루에 숨어있는 것도 본능 때문이었다.

10.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 배우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다면?
김은희 : 연기에 대한 코멘트는 감독님의 몫이다. 작가는 대본으로 말을 한 거다. 만약 대본을 보다가 물어볼 것이 생긴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첨언을 하면 연기할 때 헷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10. 대본을 보고 배우들이 물어본 적은 없었나? 
김은희 : 대본에 대해서 물어본 적은 없었다. 다만 주지훈 씨는 왜 자꾸 자기가 달리냐고 하더라. 사실 세자는 왕족이라서 잘 걷지도 않고 수영도 못할 텐데 ‘괜찮을까?’라는 생각은 했다. 주지훈 씨가 달리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배두나 씨는 그냥 귀여웠다. 촬영한 걸 보여주곤 했는데 호미로 찍는 부분이 귀여웠다. 그 부분은 내가 대본에 쓰지 않았는데 본인이 ‘의녀라면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서 연기했다고 했다. 류승룡 선배님은 다른 말씀 없으셨다. 류승룡이라서 할 수 있는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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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작가는 할 수만 있다면 시즌2를 넘어 시즌3까지 집필하고 싶다고 했다. / 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관객수나 시청률 등의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 통계를 알 수 없어 그 부분은 답답할 것 같다.
김은희 : 넷플릭스는 수치 대신 시즌2의 여부로 성공을 판단한다고 하더라. ‘킹덤’ 공개 전 시즌2가 확정됐는데, 주변에서 왜 반응을 걱정하느냐고 했다. 드라마를 할 때는 시청률로 인한 긴장감 때문에 잠을 못 자기도 했다. 드라마와 같은 부담감은 없는데 무슨 척도로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다. (웃음)

10. 지난 25일 전 세계 150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수많은 반응들이 쏟아지는데 확인은 하지 않았나?
김은희 : 내가 겁이 많아서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일주일이 필요하다. 욕을 먹어도 괜찮다는 자신이 있을 때 반응을 볼 예정이다. 이제부터 댓글을 조금씩 봐야 할 것 같다.

10. 시즌2 촬영이 2월 11일에 들어간다. 시즌2를 넘어 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김은희 : 쓰다 보니 뒷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성공의 기준은 그ㅠ다음 시즌의 여부다. 시즌2가 잘 된다면 시즌3도 나오지 않겠나. 캐릭터들에게 애정이 생기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는 시즌3을 쓰고 싶다. 새로운 세계관을 구현하고 싶지는 않고 공간의 범위를 넓게 하고 싶다.

10. 시즌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조금의 귀띔을 해준다면?
김은희 : 감정적인 사건들을 겪게 된다는 것까지 말해줄 수 있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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