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김서형 “외롭고 힘들었던 김주영役…연기는 도전의 연속”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드라마 ‘SKY 캐슬’에서 김주영 역을 맡은 배우 김서형. / 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지난 25일, 한국과 카타르의 아시안컵 8강전 축구 중계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 결방한다는 소식을 대한축구협회가 전하자 한 네티즌은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에 축구협회는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받아쳤다. 협회 담당자의 재치 있는 대응 덕분에 결방 소식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두 마디는 모두 ‘SKY 캐슬’에서 김주영 역을 맡은 배우 김서형의 대사다.

드라마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여러 유행어와 ‘김주영 쓰앵님(선생님)’이란 애칭을 얻은 김서형을 지난 29일 서울 논현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적당히 잘 되겠지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큰 인기를 얻을 줄은 몰랐다”며 미소 지었다.

지난해 11월 23일 처음 방송된 ‘SKY 캐슬’은 상위 0.1%가 모여사는 SKY 캐슬을 배경으로,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담아냈다. 첫 회는 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19회 방송은 23.2%까지 치솟으며 비지상파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시청률이 잘 나오니까 오히려 부담이 커졌어요.(웃음) 연기에 힘도 들어가고, 아마 모든 배우들이 내심 그랬을 거예요. 그럴수록 더 평온해지려고 노력했죠.”

김서형이 맡은 김주영은 극소수 사람들만 아는 입시 코디네이터로, 서울대 입학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미스터리한 인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체로 어두침침하고,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2회를 보고 자극받았어요. 영상미에 반해서 ‘나도 이렇게 잘 나오는 건가?’ 싶었죠. 감독님과 작품을 처음 하는 건데, 영화를 보는 기분이어서 기대되더군요.”

김주영을 만들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애쓴 그는 김주영으로 사는 동안 예민해서 주변을 못 돌봤다고 했다. “연기하면서 어렵고 외로웠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인 데다 과거와 현재, 케이(조미녀)와의 관계 등 모든 지점을 염두에 두고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10회, 11회를 찍고 있을 때 일정상 14회의 한 장면을 먼저 찍어야 했어요. 김주영의 펜트하우스에서 촬영했는데, 한서진(염정아)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요한 장면이었죠. 감정의 연결 없이 찍어서 ‘어떻게 나올까?’ 걱정했어요. 방송을 봤더니, 김서형은 없고 김주영만 있더군요. 그 장면을 보고 좀 놀랐어요. ‘나’를 잃었구나, 저조차도 무서웠죠. ‘그래서 집에서도 힘들었구나’ 싶더라고요.”

김서형은 “김주영을 연기하면서 외롭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 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사실 제 분량이 많지는 않았어요. 회마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주로 담당하는데, 모두들 난리가 난 뒤에 저를 찾아오잖아요.(웃음) 그들 사이에 있었던 일을 저는 대본과 이후 방송을 통해서 보는 거예요. 그전에 염정아(한서진 역), 이태란(이수임 역)이 어떤 연기를 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만나는 거죠. 답답할 수밖에요. 그 답답하고 외로운 상태, 그게 김주영이에요.”

그는 스스로 “과대평가됐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김주영에게 열광했다. 잔머리 한 올도 허락하지 않는 헤어스타일에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사나운 표정까지 김서형은 김주영의 맞춤옷을 입은듯 했다.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감독님께 물어보면 ‘서형씨가 생각하고 느끼는 게 맞을 거예요’라고 해요. 그런 모호한 대답이 어디 있어요?(웃음) 곧 찢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 완급조절을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오죽하면 감독님과 작가님께 ‘저를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했다니까요. 저보다 한참 위에 있는 여자인 김주영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인내하면서도 뿜어내고, 그런 장악력은 김서형도 따라가기 너무 힘들었어요.”

김주영이 본격 등장하기 전, 김서형의 불안감은 최고조였다. 그런 그에게 조현탁 감독은 “200% 잘 하고 있다”고 다독였다고 한다. 극 초반에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고, 혜나(김보라)가 예서(김혜윤) 집에 들어간 뒤부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힘든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모든 일이 끝난 것만 같았어요. 그 이후부터는 또 답습인 거예요. 김주영이 한서진을 만나고 조선생(이현진)과 왔다 갔다 하고. 앞과 비슷한 상황인데 긴장과 호흡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죠. 반복되니까 스스로 재미도 못 찾겠고요. 그러면서도 카메라가 돌아가면 또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한 번은 답답함에 촬영장에서 울기도 했어요.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스태프들이 저를 기다려줬습니다.”

실제 유현미 작가도 혜나가 예서 집으로 들어간 뒤부터 집필이 어려웠다고 한다. 김서형은 “종방연 때 작가님께 ‘너무 힘들었다’고 했더니 자신도 그랬는데 저는 오죽했겠냐고, 그렇지만 믿었다고 하시더군요. 또 그랬죠, ‘과대평가’라고.(웃음)”

소리 내며 호탕하게 웃는 김서형이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김주영이 되기까지는 외적인 노력도 필요했다. 지금의 김주영 선생님은 수많은 고민과 상의 끝에 탄생했다.

“촬영 전 스타일리스트랑 회의했을 때 저는 아주 화려한 모습을 생각했어요. 반면 스타일리스트는 지금의 김주영 모습을 추천했죠. 무엇보다 캐슬에 사는 여자들과 대비는 확실히 됐으면 했어요. 옷을 선택할 때 다섯 시간씩 입어보고 원단까지 고려해서 결정하는 거예요. 그냥 검은색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감정과 상황, 모든 상태를 고려해서 세심하게 정하죠.”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남긴 배우 김서형. / 제공=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김서형은 드라마 ‘아내의 유혹'(2008)에서의 신애리에 이어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회적인 분위기를 풍겨서 악역 혹은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이 많이 들어온다. 그는 “덕분에 지금 이 시간도 있는 건데,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다”면서도 “김서형이 보여줄 수 있는 건 많다”고 힘줘 말했다.

“캐릭터 복은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제가 영특하게 잘 한 것도 있고요. 하하. 저도 선후배님들 사이에서 버텨야 하잖아요.”

1994년 KBS 공채 16기 탤런트로 데뷔해 배우로 산 지 25년이 흘렀지만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두려움까지는 아니지만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어요. 그래도 열심히 했더니 많은 이들이 알아주셔서 힘이 생기죠. 그래도 새 작품을 시작할 때는 어김없이 겁이 납니다. 답습하는 걸 싫어해서 전작과 비슷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김주영이 웃을 때 김서형처럼 하면 안 되니까요. 평소에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있으려 해요. 옷도 갖춰 입지 않고, 에너지를 0에 맞추죠.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를 할 때는 80에서 100까지 올리고요. 주위의 기대 심리에 따른 에너지 소비가 크거든요.”

도전을 좋아한다는 김서형. ‘아내의 유혹’으로 주목받은 이후 약 1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는 ‘자이언트’였다. 역할의 무게 탓에 불안했지만 신애리를 뛰어넘기 위해 정면 도전을 선택했다. ‘SKY 캐슬’ 이후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저는 도전을 좋아해요. 제안에 다른 것을 꺼낼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힘들어도 잘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저는 복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스스로도 ‘내 안에 또 뭐가 있을까?’ 궁금한데 주위에서 빨리 발견해줘서 고마워요.(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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