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펌프보이즈>│무대엔 훈남이, 내 손엔 맥주가!

여름엔 공포, 가을엔 멜로 등 드라마와 영화에는 계절상품이란 것이 존재하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무대에서의 계절감은 흔히 무시되거나 그저 관객들의 상상력 안에만 존재했다. 하지만 뮤지컬 <펌프보이즈>(<Pump boys and Dinettes>)에서는 짧은 의상 말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타오르는 여름을 만날 수 있다. 2007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져 돌아온 <펌프보이즈>의 프레스콜이 7월 6일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열렸다.

입으로 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낼 정도로 오가는 차도 없는 한적한 57번 고속도로엔 다섯 명의 훈남들이 운영하는 ‘펌프보이즈 주유소’와 섹시한 자매가 운영하는 ‘더블컵 다이너’가 있다. 매일이 무료한 그들은 한적한 시골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그들의 삶에 관객들을 초대한다. 지난 2007년 선보였던 초연무대는 뮤지컬 <헤드윅>에 출연했던 송용진, 조정석, 이영미, 전혜선, 이준 음악감독, 베이시스트 서재혁 등이 출연해 <헤드윅>의 고속도로 버전이라고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그리고 2년. 다시 돌아온 <펌프보이즈>는 캐릭터의 이름과 뮤지컬 넘버들을 빼고 모든 것이 다 바뀐 새로운 작품이 되었다. 단출했던 무대는 색색깔의 타이어와 봉고차에서 뜯어온 듯한 좌석 등 디테일한 소품들을 배치해 그들이 서있는 공간이 주유소라는 부분을 부각시켰다. 또한, 콘서트 뮤지컬이라는 형식 때문에 취약했던 스토리라인은 펌프보이즈와 더블컵 시스터즈가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이라는 별도의 설정을 가미해 극의 개연성을 덧칠했다. 하지만 ‘걱정과 스트레스는 공공의 적’이라는 모토는 사라지지 않았다. “매년 여름 늘 생각날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는 임철형 연출가의 말처럼 뮤지컬 <펌프보이즈>는 뮤지컬계 여름 특별상품이 될 수 있을까.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 7월 7일부터 9월 13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만나보자.

뉴욕으로 영어 공부하러 떠날 L.M. 임형준, 황동현
확 바뀐 무대만큼이나 <펌프보이즈>에서 가장 많이 변화된 캐릭터는 바로 L.M.이다. 초연배우 송용진의 L.M.이 능글맞지만 미워할 수 없었던 바람둥이였다면, 2009년 버전의 L.M.은 말수가 적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히피로 표현된다. 배우가 바뀐 만큼, 컨츄리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뉴욕 행을 결심했던 L.M.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시골을 벗어나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L.M.역에는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어서 긴 머리가 가장 힘들다”며 웃는 영화배우 임형준과 <펌프보이즈>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서는 황동현이 함께한다. 특히 스물세 살의 새로운 L.M. 황동현은 영화 <쌍화점>의 호위무사 최관으로 출연한 바 있으며, 훈훈한 외모와 시크한 애티튜드로 많은 여성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걱정과 스트레스는 날려버려 날려버려! JIM 정상훈
‘펌프보이즈’ 멤버 중 가장 말 많고 오지랖 넓은 인물 JIM은, 뮤지컬 <이블 데드> <김종욱 찾기> <기발한 자살여행> 등을 통해 코믹함을 보여준 정상훈이 맡는다. 특히 JIM은 <펌프보이즈> 안 그 어떤 출연진보다도 순발력과 재치가 뛰어나야 하며, 특유의 넉살로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정상훈의 캐스팅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또한, 코믹한 요소 외에 전 출연진이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작품인 만큼 새컨기타를 맡은 정상훈의 기타연주도 만날 수 있다. “이준 감독님한테 잘 보이려고 초연배우였던 조정석에게 두 달간 기타를 배웠었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더니 다 틀렸다고 하더라. 그래서 또 다시 두 달 기타를 배웠다. (웃음)”

섹시한 ‘더블컵 시스터즈’ 레타 최우리, 프루디 고효진
‘펌프보이즈 주유소’ 맞은편에 위치한 ‘더블컵 다이너’의 섹시한 자매 레타와 프루디 역에는 최우리와 고효진이 함께한다. 초연 당시 가창력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이영미와 전혜선이 캐스팅 되어 훈남오빠들 못지않은 다양한 팁들을 받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9년 새로운 더블컵 시스터즈는 지난 4월에 있었던 공개 오디션을 통해 62: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되었다. “그동안 청순한 역들을 많이 해오다가 <펌프보이즈>를 통해 변신을 하게 되었는데, 너무 즐겁고 나도 몰랐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흥미롭다.” (최우리)

관전 포인트
초연과 마찬가지로 훈남오빠들이 입구에서부터 관객들을 맞이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2년 전 배우들이 직접 하던 호객행위를 이번에는 ‘큐트보이즈’들이 담당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좌석 안내 뿐 아니라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 시간에 등장해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심지어 맥주까지 판매하니 그동안 왜 공연장에서는 음료수도 못 마시냐고 툴툴 거리던 사람들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공연을 관람해도 좋겠다. 또한 모든 출연진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와 율동으로 게임을 하고, 부르는 넘버가 19곡이 되는 등 이 작품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콘서트에 가깝다. 때문에 관객들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여느냐에 따라 공연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막의 ‘Pump boys’ 넘버에서는 컵라면 한 박스, 샴푸-린스 세트 등의 생필품을 건 게임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동참해 살림밑천에 보태보자.

사진제공_쇼노트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