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Deal’展│해석되지 않아도 상관없는 대상이란 없다

사람은 두 개의 눈을 통해 원근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원근법의 시선 안에서 세상은 전경과 배경, 중심과 가장자리,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된다. 하나에 집중하면 나머지는 흐릿해지는 것이 우리 눈이 입체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그 흐릿한 배경은 결코 무의미하진 않지만 결정적 의미를 갖는 건 포커싱된 전경이다. 특히 회화에선 더더욱. 가령 푸생의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다>와 같은 작품에선 네 명의 양치기가 중심에서 만들어내는 구도에 시선이 쏠리고 신비로운 목가적 배경은 단지 배경 역할을 할 뿐이다. 이야기는 중심에서 만들어진다.

다분히 시대적 거리와 매체의 차이 때문에 고전 회화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현재 갤러리 팩토리에서 진행 중인 박지훈의 ‘One Day, One Deal’展은 이야기가 담긴 일반 회화와 달리 배경과 중심의 자리를 계속해서 역전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다. 격투기와 섹스 장면 같은 동영상을 초당 10프레임의 스틸로 쪼개 그 장면 하나하나를 매일 매일 모은 신문에서 오려낸 후, 오려낸 신문지들의 프레임을 모아 다시 동영상으로 만드는 ‘노가다’를 통해 그의 작품은 완성된다. 얼핏 폭력과 섹스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오려진 하얀 부분의 프레임이 작품의 전경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듯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신문이라는 이야기의 공간에서 오려진 무의미의 공간이기도 하다. 마치 착시 그림처럼 감상자가 어느 부분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중심과 배경은 끊임없이 역전되며 두 가지 모두 작품 안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실 세상에 중심이 아닌, 해석되지 않아도 상관없는 대상이란 없다.

<민중의 세계사>
2004년│크리스 하먼 지음

‘청년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네/그는 혼자였는가?/시저는 갈리아 사람들을 무찔렀다네/그의 옆에는 요리사도 없었는가?’ 머리말을 브레히트의 시 ‘독서하는 노동자의 질문’으로 장식하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몇몇 위인과 영웅, 악당이 주인공이 되어 서술된 역사가 아닌,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민중을 중심에 놓은 세계사다. 이 책에 따르면 복근을 자랑하던 <300>의 스파르타 전사들이 하루 세 끼를 굶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농민인 헬토르 덕분이었고, 만리장성을 만든 건 진시황이 아닌 진나라 백성이다. 말하자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처럼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을 묘사한 그림에서 배경, 혹은 배경에도 포함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프레임의 중심에 서는 세계사를 그리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캐논 EOS 400D CF
2007년

15초짜리 광고지만 전경과 배경의 역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어떤 책이나 영화보다 확실하게 보여주는 텍스트다. 광고의 중심에는 카메라를 든 일반인 대학생이 있다. 그리고 그가 든 카메라에 찍히기 위해 손을 흔드는 수많은 인파의 배경에는 김래원, 조안, 정경호 등 십 수 명의 연예인 무리가 있다. 전경과 배경에 대한 심리학 설명에서 항상 등장하는 루빈의 컵처럼 이 광고에서 어디에 눈을 돌리느냐에 따라 단순히 카메라 마니아인 대학생이 등장하는 광고가 될 수도, 수많은 연예인이 배경으로 등장한 독특한 광고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평가는 후자로 기울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