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조끼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형사

아쉬운 시리즈가 있어 소개한다. ABC에서 10편의 에피소드만을 방영한 후 조기 종영된 <언유주얼스>(<The Unusuals>)는 수사물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괴짜들로 가득 찬 캐릭터 스터디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시리즈는 연기파 배우들로 가득한데, 특히 HBO의 <오즈>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 <오즈>는 물론 ABC 시리즈 <로스트>와 영화 <28주 후>, <로미오 + 줄리엣> 등으로 잘 알려진 해롤드 페리뉴가 리오 뱅스 형사로 출연하고, 역시 <오즈>에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테리 키니가 경사 하비 브라운으로 나온다. 이 뿐만 아니라 현재 뉴욕에서 개봉 중이며, 평론가들의 압도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이라크전 영화 <허트 로커>에 출연한 제레미 레너가 제이슨 월쉬 형사로 나오고, 영화 <히브루 해머>와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93년 작 <멍하고 혼돈스러운> 등의 영화에서 독특한 연기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던 아담 골드버그가 에릭 델라호이 형사로 나온다.

구석구석 유머를 놓치지 않는 괴짜수사물

이들은 맨해튼 관할구역에서 근무하는 뉴욕시경 형사들이다. 이야기는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경찰이 된 케이시 슈레거 (앰버 탐블린, <청바지 돌려입기>)가 매춘부로 위장해 탐정수사를 하다가, 다른 관할구역으로 배치되면서 시작된다. 슈레거는 월쉬와 파트너가 되는데, 처음으로 맡게 된 수사는 월쉬의 전 파트너의 살인범을 잡는 일. 전 파트너는 부패경찰로 알려졌지만, 살해 당시 같은 관할구역 내 경찰에 대한 수사를 하던 중이라 이들은 부서 내 비리까지 조사하게 된다. 새 부서에 적응하랴, 살인사건 수사하랴 정신이 없는 슈레거를 브라운 경사는 조용히 따로 불러 “넌 절대로 부패 염려가 없어”서 차출했다고 말해준다. 사실 슈레거는 뉴욕에서도 알아주는 부잣집 딸이었던 것. 돈 때문에 부패 경찰이 될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브라운 경사의 이론이었던 것이다. 슈레거는 <뉴욕 타임스>의 말을 빌리자면, 착하게 자란 <가십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브라운의 지시로 동료 형사들을 수사하면서 그는 차츰 이들이 괴짜이기는 하지만 좋은 혹은 좋아지려고 최선을 다하는 경찰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때부터, <언유주얼스>는 진짜로 ‘언유주얼’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유주얼스>는 뉴욕에서나 볼 수 있는 희한한 사건들을 다루는 것은 물론, 일반 수사물과는 달리 심각하기 보다는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슈레거의 파트너 월쉬는 과거 야구선수 출신으로 동료들에게 장난치기를 좋아하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언제나 발 벗고 도와주는 성격 탓에 리더 역할을 하는 편이다. 얼마 전 42세가 된 리오 뱅스 형사는 생일 이후부터 늘 방탄조끼를 입고 다닌다. 뱅스의 파트너 에릭 델라호이 형사는 “왜 그렇게 이상하게 구냐”며 핀잔을 주지만, 뱅스는 심각하다. “아버지랑 할아버지, 삼촌까지 모두가 42세에 돌아가셨다”면서, “한살 더 먹을 때 까지 절대로 조끼를 안 벗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델라호이 형사는 어떨까. 그도 파트너만큼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다. 뇌종양 진단을 받았지만, 형사직을 박탈당할까봐 이 사실을 동료들에게 비밀로 하는 것은 물론 치료까지 거부한다. 하지만 사건 수사 중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부검의 닥터 모니카 크럼 (수잔 박)을 거의 협박하다시피 설득해 몰래 뇌종양 상태를 진단 받는다. 크럼은 늘 부검만 해왔기 때문에, 환자는 물론 사람들과의 관계가 부드럽지 못하다.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델라호이와 ‘산 사람’과의 대화를 어려워하는 크럼 사이의 어설픈 로맨스도 재미있다.

캐릭터에 죽고 못 사는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사실 <언유주얼스>는 수사물로 봐서는 안 되는 시리즈다. 수사물을 좋아하시는 미드 팬들이 보신다면, 어딘가 허전한 싱거운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비록 10편뿐인 에피소드지만, 꼭 권해드리고 싶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상당히 완성도 있게 묘사됐으며,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특히 <허트 로커>의 개봉 후 일부 평론가들로부터 “제2의 스티브 맥퀸”, “젊은 러셀 크로우”라는 비유도 받고 있는 제레미 레너의 연기를 주목하길 바란다. 필자 역시 연쇄 살인범 제프리 다머를 그린 영화 <다머>에 출연한 레너를 본 이후부터 팬이 됐다.

미드 시즌이 끝나갈 무렵인 4월에 소개된 이 시리즈는 평론가들에게도 평균 63점의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았고, 시청률도 3만-7만 명을 오락가락하는 저조한 기록을 보여 조용히 종영됐다. 하지만 팬들이 평가하는 imdb에서는 1,000명 남짓 되는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언유주얼스>를 사랑하는 이들이 10점 만점에서 8.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아주 편파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같은 시기에 방영된 후 시즌 2까지 픽업된 NBC의 <사우스랜드> 보다 <언유주얼스>가 훨씬 나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촬영기법까지 도입해 심각한 시리즈임을 강조하는 <사우스랜드> 보다 유머를 잃지 않는 <언유주얼스>의 괴짜들이 마음에 들어서 일 것 같다.

그동안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쉽게도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칼럼 연재를 마감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너무 슬퍼하시지 마시길. 미드는 물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사로 더욱 신속한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칼럼이라는 틀 없이 더 독자님들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궁금하신 시리즈나 소식이 있으면 꼭 리플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다음 주부터 다시 새롭게 만나 뵙겠습니다.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