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영화 ‘증인’…힘 뺀 정우성과 자폐소녀로 변신한 김향기 (종합)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정우성(왼쪽부터),김향기,이한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증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따뜻하게 풀어냈던 이한 감독이 또 한 번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신작을 내놨다. 최근 강렬하고 무거운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정우성은 오랜만에 힘을 빼고 돌아왔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고, 지난해 열린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김향기가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인물로 변신했다. 영화 ‘증인’에서다.

10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증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정우성, 김향기와 이한 감독이 참석했다.

‘증인’은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기 전과 후의 느낌이 달랐다. 읽자마자 연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뜻한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증인’이 어떤 영화인가는 관객들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 그건 관객들의 몫이다. 다만 2시간이 넘는 동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정우성은 “‘증인’을 통해서 새해를 따뜻하게 시작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센 영화에서 센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다. ‘증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굉장히 따뜻했다.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따뜻함이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다. 원래 출연을 결정할 때 바로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밀당을 해야 하는데 이미 (출연을) 마음 먹고 만났다”며 “그래도 밀당을 했다. 감독님이 간 다음에 하겠다고 말했다. ‘같이 하자고 소식을 전해주면 좋아하겠지?’ 라고 이미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증인’에서 살인용의자의 변호사 순호를 연기한 배우 정우성./ 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우성은 극 중 살인용의자의 변호사 순호를 연기했다. 그는 “연기하면서 편안함을 느꼈다. 순호가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해 타협하는 시점에 지우를 만난다. 지우와 만난 이후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가며 성장한다”고 했다. 이어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이 사건에 치이고, 살아남기 위해 애쓴 데 비해 ‘증인’에서는 지우가 순호에게 주는 따뜻한 감정의 파장을 따라가면 됐다. 그걸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지만 전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향기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맡아 열연했다. 기술적인 연기보다 인물의 내면 연기에 힘썼다고 했다. 김향기는 “지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다. 지우의 매력을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며 “관객들이 지우와 소통하고 싶어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향기는 “감독님이 보내주신 영상 자료를 보고 책도 읽어봤다. 다른 것보다 지우 자체를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지우는 감각이 굉장히 예민한 아이다. 그 감각이 의도치 않게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우리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지우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 생각하며 연습했다”고 했다.

김향기,증인

영화 ‘증인’에서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자폐 소녀’ 지우를 연기한 배우 김향기./ 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우성과 김향기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7년 전 한 CF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향기가 생후 29개월 됐을 때였다.

김향기는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을 못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촬영이 불가능할 정도여서 감독님이 다른 아이로 교체하려고 했다고 한다”며 “그때 정우성 삼촌이 다가와서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어 주셨는데 곧바로 손을 잡고 따라갔다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우성은 “기억이 안 난다. 지금까지 향기가 연기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 그 아이인지 전혀 매치를 못 시켰다”고 털어놨다. 이어 정우성은 잘 성장한 김향기를 칭찬하며 “이 배우가 가진 순수함이 제가 맡은 ‘양순호’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김향기도 “정우성 삼촌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며 “촬영장 안팎에서 배려를 많이 해준다. 배려의 아이콘”이라고 치켜 세웠다.

배우 정우성과 김향기가 10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증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 감독은 ‘우아한 거짓말’ ‘오빠생각’ ‘증인’ 등 세 작품에서 김향기와 함께했다. 그는 “김향기가 그냥 타고난 천재인 줄 알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전보다 더 좋았다”고 말했다.

김향기는 “‘증인’을 통해서 따뜻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정우성은 “모든 영화는 관객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해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마칠 때마다 많은 바람을 갖지 않는데, 이상하게 ‘증인’이란 영화는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위를 조금이나마 따뜻함으로 녹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증인’은 2월 개봉 예정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