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내안의 그놈’ 박성웅∙진영∙라미란, 어이없이 웃긴다

[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영화 ‘내안의 그놈’ 메인포스터/사진제공= ⓒ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안락하게 살고 있는 건달 출신 중견기업 대표 장판수(박성웅). 어느 날, 과거 추억이 깃든 분식집을 향하지만 입속에 닿는 라면의 맛부터 모든 것이 추억과는 다르다. 급기야 그의 몸 위로 고교생 동현(진영)이 추락하고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뀐다. 알고 보니 동현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학교폭력 피해자다. 게다가 동현의 몇 안 되는 친구 현정(이수민)은 판수의 첫사랑 미선(라미란)의 딸이다. 모든 것이 풍족한 40대 남성에서 고교생의 몸이 된 그는 그 자신을 위해 ‘아싸’ 동현의 일상을 바꿔나가기 시작한다.

9일 개봉한 ‘내안의 그놈’은 전혀 다른 세계를 사는 두 남자의 몸이 바뀌는 바디체인지물이다. 안 봐도 본 것 같은 기분의 익숙한 설정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빛난다. ‘부성애’를 강조하는 건 신파적이지만, 대본은 꽉 짜여있다. 동현이 장판수의 불법사채업 피해자인 종기(김광규)의 아들이라는 설정도 이들의 ‘체인지’가 이유 있음을 알게 한다.

영화 ‘내안의 그놈’ 스틸컷/사진제공= ⓒTCO㈜더콘텐츠온, ㈜메리크리스마스

영화는 극 초반 코마 상태에 빠져버리는 장판수를 대신해 진영 홀로 러닝타임 122분을 이끌며 학원물에 가까워진다. 10대가 된 40대를 연기하는 진영의 연기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박성웅의 제스처와 표정을 예민하게 포착해 구현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능청스럽게 밀고나가는 그의 연기가 매 순간 놀랍다. 드라마 ‘맨도롱 또똣’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연기력이 입증된 진영의 더 놀라워진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40대 라미란과 20대 진영의 로맨스 투샷은,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기에 경이롭고 귀하다.

살 찐 캐릭터를 연기하는 진영의 분장은 허술하기도 하고, 학교에는 이수민을 제외하고는 결코 10대가 아닐 것이 분명한 배우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미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에 이런 설정들이 거슬리지 않는다. 대단하고 똑똑한 코미디는 아니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요리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미 가짜인 것을 알고 즐기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다. 어이없이 터져나오는 실소가 큰 웃음으로 번지기도 한다.

극의 가장 재미없는 부분을 꼽으라면 아마 박성웅이 영화 ‘신세계’의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극 초반일 것이다. 이후 반전되며 재미를 만든다. ‘조폭마누라’의 각본을 쓴 강효진 감독답게 조폭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고체중자를 놀리면서 웃음을 유발하려는 장면은 불편함을 떠나 게으르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극 후반으로 갈수록 이런 태도는 덜어지고, 영화는 뚜렷한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 모든 배우들이 서로를 거들며 활약하는, 투입 대비 산출이 좋은 한국식 코미디다. 15세 관람가.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