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vs ‘라디오 스타’

<황금어장> ‘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좋은 요리의 기본이 좋은 재료이듯, 좋은 프로그램의 기본은 좋은 출연자다. 특히 사람의 입이 주재료인 토크쇼의 경우,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전달력을 갖춘 게스트만 확보한다면 굳이 편집을 고민할 이유가 없다. ‘인순이편’은 이 평범한 진리의 명백한 증거였다. 1년여 고사 끝에 출연을 결심한 그녀의 고민은 “예능 프로 나가면 할 게 없어요”였으나, 예능의 제왕 앞에서 펼친 토크는 인순이야말로 예능을 초월한 존재임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혼혈인이기에 겪었을 아픔이나 최근 발표한 신보의 홍보멘트 없이도, 30여 년 가수 이력을 구술한 것만으로도 이날 ‘무릎 팍 도사’는 옹골진 텍스트였다. 80년대 초반부터 자신이 원하는 무대를 위해 국내 최초로 개인무용수 팀(리듬터치)을 결성한 선구안, ‘밤이면 밤마다’ 이후 슬럼프를 겪으면서도 나이트클럽을 누비며 선배들의 쓰라린 경험담을 듣고 새긴 성실함도 돋보였지만, “늘 행사 성격에 맞는 노래만 선곡한다. 무대에 어울린다면 내 노래가 하나도 없어도 상관없다”는 주관은 인순이를 ‘남의 노래로 성공한 가수’로만 여기는 세간의 인식을 재고하게 했다. 또 하나, 내용 못지않게 인순이라는 게스트를 돋보이게 한 것은 그녀의 토크 전략이었다. 안정된 발성, 정확한 발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 한 치의 말더듬기나 “음…” 같은 잉여표현도 용납하지 않는 발화, 한 마디도 옆길로 새지 않는 논리전개. 이토록 자신을 완벽히 연출하는 사람일진대, 범상한 예능 프로그램의 몸개그나 신변잡기 토크가 왜 필요하겠는가. 오랜 기다림 끝에 모셔온 프리미엄 게스트 인순이는, TV에서 여간 보기 힘든 스타들의 커리어와 철학을 듣는 프리미엄 토크쇼에 진정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글 김은영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3주 전 ‘라디오 스타’가 예고를 통해 룰라 총동문회를 연다고 했을 때의 충만한 기대감은, 바로 다음주에 ‘무릎 팍 도사’에 밀리면서 3분 예고가 반복되는 순간 반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게다가 그 다음 주에는 맛보기 정도의 느낌으로 짧은 시간 편성을 했으니 본격적인 내용은 사실 어제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라디오 스타’다운 이야기들이 시작될 것으로 보였던 어제 방영분은, 안타깝게도 바로 전 날 방영된 <상상더하기> 룰라 편 이야기와 겹치면서 예고편으로 부푼 기대감을 뻥 터뜨리며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물론 많은 부분 게스트의 역량에 기대어 진행되는 <상상더하기>와, 4인의 진행자가 없다면 불가능한 토크를 풀어놓는 ‘라디오 스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반복되는 예고, 이야기를 자르고 잘라 기어코 3탄으로 만드는 늘리기 편성만 아니었어도 어제의 ‘라디오 스타’가 <상상더하기>의 재방송 같지 않다는 느낌은 주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음 주의 3탄까지 포함한다면 ‘라디오 스타’의 시청자들은 예고편이 방송된 후로 4주간 룰라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 사이에 또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결합한 룰라를 부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로 인해 레전드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룰라 편은 ‘라디오 스타’만이 할 수 있는 토크를 하지 못한 채, 예고에서 본 내용 외에는 건질 게 없는 시간들이 되고 말았다. 다음주에 방영될 룰라 3편에서는 ‘라디오 스타’가 할 수 있는 일이 스캔들 등 민감한 사안에서 과한 힌트를 주어 인터넷에 온갖 추측성 글이 난무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새로운 게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는 자기비하 개그의 오프닝이 진실이 되지 않게 하려면 더욱.
글 윤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