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쪼르륵 빨려드는 이야기의 잔재미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포스터

리트왁 가족 오락실의 ‘다 고쳐 펠릭스’ 게임기의 랄프(존 C. 라일리)는 키 275cm, 몸무게 290kg, 고약한 입냄새에 약간 다혈질, 박살 전문가인 악당이다. 30년 넘게 악당으로 살아온 것에 신물 난 그는 이제 더 이상 나쁜 놈이 되기 싫다. 그는 프로그램을 거스르려 하고, ‘슈가 러쉬’ 게임에서 맹랑스러운 오류 소녀 바넬로피(사라 실버맨)를 만난다. 바넬로피는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점차 우정이 싹트면서 절친이 된다. 바넬로피는 랄프 덕분에 게임의 공주였던 기억까지 되찾고, 랄프의 목에는 ‘아저씨는 내 영웅’이라는 쿠키 메달이 걸린다. 한편 랄프의 뒤를 쫓던 펠릭스(잭 맥브레이어)와 ‘히어로즈 듀티’ 게임의 칼훈(제인 린치)은 티격태격 케미 끝에 결혼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전편인 ‘주먹왕 랄프’의 줄거리다.

시간이 흐르고…. 리트왁 오락실의 랄프는 게임에서 열심히 주먹질 하고, 퇴근 후 태퍼(TAPPER)에서 마시는 루트비어 한 잔과 절친 바넬로피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러나 바넬로피는 반복되는 게임, 즉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싫증이 난다. 어느 날 ‘슈가 러쉬’ 게임기가 고장이 나고, 곧 버려질 위기에 처한다. 유일한 해결책은 리트왁이 설치한 와이파이 기기, 즉 인터넷을 통해서 게임기의 부품을 마련하는 것이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인터넷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다. 자동완성 기능으로 인해 다소 성급한, 무엇이든 알려주는 검색 엔진 ‘노스모어’(알란 터딕)의 도움으로 이베이에 가서 게임 부품 입찰에 성공하지만 터무니없는 고가다. 위기에 처한 그들 앞에 홍보 문구로 클릭을 유도하는 JP 스팸리(빌 헤이더)가 나타나서 부품값을 마련할 묘안을 알려준다. 그래서 찾아간 룰도 트랙도 없는 ‘슬로터 레이스’ 게임에서 바넬로피는 쿨한 리더 생크(갤 가돗)와 긴박한 레이싱 대결을 펼치며 모처럼 가슴이 떨린다. 한편 생크의 추천으로 만난, 동영상 사이트 ‘버즈튜브’의 운영자 예쓰(타라지 P. 헨슨)의 도움으로 랄프는 순식간에 ‘핵인싸’에 등극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랄프와 바넬로피의 동상이몽이 시작된다.

영화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 스틸컷

지난 3일 개봉한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감독 필 존스턴, 리치 무어)는 6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주먹왕 랄프’ ‘주토피아’의 작가 필 존스턴과 감독 리치 무어는 이번 작품에서는 각본부터 감독까지 협업했다. 그 결과는 ‘성찬(盛饌)’이다. 볼거리, 느낄 거리 그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속편의 미덕을 고루 갖춘 작품이다.

허구의 이야기에도 실존인물이 추가되면 생겨나는 현실감처럼, 웹사이트 고유의 특성을 살려서 등장하는 ‘구글’ ‘이베이’ ‘트위터’ 등이 불어넣는 활력이 있다. 또한 인터넷에 접속한 네티즌의 IP를 ‘넷유저’라는 캐릭터로 의인화한 점도 구미를 돋운다. 0과 1의 조합인 디지털 세상은 여전히 흥미롭고, 쪼르륵 빨려드는 이야기의 잔재미가 넘실거리는 작품이다.

랄프와 바넬로피가 방문한 공간 중에서 정점은 ‘오 마이 디즈니’다. ‘마블’ ‘스타워즈’ ‘토이 스토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낯익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반갑기 그지없다. 디즈니여서 가능한 캐릭터 협찬이다. 특히 디즈니의 1937년생 백설공주부터 신데렐라, 오로라, 인어공주, 벨,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 티아나, 라푼젤, 메리다, 엘사와 안나, 그리고 2016년생 모아나까지 14공주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공주들 각각의 특징이나 서사가 잘 녹아내렸다.

디즈니는 많은 이들에게 오랜 친구와도 같다.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의 주제이기도 한 ‘우정’은 디즈니의 단골 주제다. 꼭 1편을 안 봐도 되지만, 보고 나서 2편을 보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그리고 1편으로 친구가 된 랄프와 바넬로피의 심장 박동에 더 가까워질 듯싶다.

전체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