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어웨이크닝>│팔딱이는 소년소녀의 심장

공연장 로비에 들어서니 빨간 캐비닛과 검색대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내가 온 곳이 공연장인지, 공항인지 헛갈릴 즈음 수위 높은 장면 때문에 검색을 강화하겠다는 공지사항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삼엄한 로비와는 달리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간 공연장 안에는 이미 설레는 눈빛을 장착한 관객들이 무대석과 2층을 매우고 있고, 1층 좌석도 여느 때와 달리 수많은 카메라와 취재진들로 가득하다. 7월 4일 본 공연을 앞두고 열린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의 프레스콜 현장은 이제 갓 봉인에서 해제된 아이들의 몸만큼이나 설레고 후끈후끈하다. 하지만 15살 즈음으로 추측되는 독일의 사춘기 소년소녀들은 사실 평균나이 26살의 어른들이다. 20대 초반으로 이루어진 소녀들에 비해, 평균나이를 높여버리는 소년들은 이제 막 20살이 된 파릇파릇한 김하늘을 제외하고 모두 스물여덟, 스물아홉, 그리고 서른이다. 검게 자란 수염을 감추고 몸의 근육들을 다 빼내며 날 선 감정을 실어 나르는 배우들에 눈길을 주다 무대 한 귀퉁이를 보니, 그 누구보다도 흥겨워하는 음악감독의 모습이 보인다. 연습이 한창이던 5월의 어느 날, “스태프들의 열기가 대단해서 배우들이 못 쫓아갈 정도”라고 김무열이 고백하던바 그대로다.

벤들라(김유영)가 아침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작품은 많은 부분에서 영국드라마 <스킨스>를 연상시킨다. 누구보다도 센 척하지만 결국 가장 약한 인물인 멜키어(김무열)는 토니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속 시원히 뱉어내지 못한 채 유약하게 멜키어를 따라다니는 모리츠(조정석)는 시드를 닮았다. 그 어떤 어른에게도 의지하지 못한 채 치열하게 스스로 커나가는 그들에게 필요한 건, 그저 진득하게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 공연을 대하는 기본자세 역시 어른의 눈을 버리는 것이다.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