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레토’, 언제든 어디서든 빛바랜 청춘이란 없다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레토’ 포스터

1981년 여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그). 밴드 주파크의 리더 마이크(로만 빌릭)는 당대 최고의 록스타다. 그의 곁에는 항상 매력 넘치는 아내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셴바움)가 함께한다. 그의 밴드가 공연하는 록클럽을 찾는 관객들은 적국의 음악이라는 이유로 규제 안에서 록을 즐겨야만 한다. 어느 날 마이크는 빅토르 최(유태오)를 만나서 자작곡을 듣고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마이크는 빅토르 최가 자신처럼 록클럽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한편, 나타샤는 빅토르 최에게 자꾸만 빠져들고, 빅토르 최 역시 나타샤에게 끌린다. 서로에게 숨김이 없는 부부인지라, 나타샤는 남편 마이크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는 1980년대 초반 레닌그라드를 배경으로 빅토르 최의 청춘을 담아냈다. 빅토르 최는 한국계 러시아인이자 그룹 ‘키노’의 리더로서 러시아 록 음악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레토’는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 프랑스 영화 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의 ‘2018 올해의 영화 톱 10’으로 선정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거의 흑백으로 진행되는데,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선택이다. 그래서 억압이 존재했던, 비슷한 시기 대한민국의 풍경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영화 ‘레토’ 스틸컷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은 빅토르 최의 영혼과 닮은 배우를 찾았고, 그 답이 한국 배우 유태오였다. 후반 작업으로 연기 대역 목소리, 노래 대역 목소리까지 얹어야 하는, 즉 세 명이 한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운 과정이 필요했음에도 그랬다.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빅토르 최’라는 한 사람으로 어우러졌다. 그리고 영화에서 나타샤가 빅토르 최에게 반했던 것처럼, ‘레토’를 보는 관객들은 유태오라는 배우에게 취하지 않을까 싶다. 낯익지만 또 낯설기도 한 그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레토’는 음악영화답게 음악이 매력적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음악 때문에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토킹 헤즈의 ‘사이코 킬러’, 이기 팝의 ‘패신저’, 루 리드의 ‘퍼펙트 데이’ 등의 명곡이 뮤직비디오의 틀로 경쾌하게 등장한다. 영화에서 마이크의 아버지는 아들보다 빅토르 최의 노래가 진솔한 인생을 담고 있다며 더 좋다고 했다. 담백하고 투박하지만, 자꾸 솔깃해지는 빅토르 최의 노래는 은근한 감칠맛이 있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지만 전기영화보다는 음악영화 혹은 청춘영화로 더 다가온다. 푸릇한 청춘의 이야기, 그래서 영화 제목이 ‘레토’ 즉 여름인가 싶기도 했다. 인터뷰를 했던 유태오 배우의 말을 빌리자면,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에게 한여름 향기의 노스탤지어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내내 느껴진다. 언제든, 어디에서든 빛바랜 청춘이란 없다고.

1월 3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