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엘리자벳’, 김준수는 더 단단해지고 강렬했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죽음 역을 맡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 / 제공=EMK뮤지컬컴퍼니

“더 멋있어졌어” “소리도 더 깊어진 것 같아.”

지난 1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을 빠져나오는 관객들의 대화다. 군복무를 마친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가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그는 복귀작으로 지난달 17일 개막한 뮤지컬 ‘엘리자벳'(연출 로버트 요한슨)을 택했고, 전역한지 약 한 달만인 지난 12일 첫 공연을 마쳤다. 두 번째 공연 역시 사악한 웃음부터 표정과 소리 모두 전보다 풍부해진 모습이었다.

김준수가 전역 직후 ‘엘리자벳’으로 돌아온다고 밝혔을 때, 짧지 않은 공백인데 그렇게 빨리 성량과 컨디션 회복이 가능할까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무대 위 그는 온전히 죽음(토드, Der Tod) 역으로 살고 있었다.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벳과 치명적 매력을 지닌 죽음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모차르트!’ ‘레베카’를 만든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만들었다. 1992년 오스트리아에서 초연된 이후 27년 동안 독일·스위스·헝가리·핀란드· 이탈리아·네덜란드·중국·일본 등 12개국에서 공연을 올리며 누적 관객 수 1100만을 돌파한 흥행작이다. 엘리자벳의 극적인 일대기에 판타지 요소를 더해, 다양한 볼거리로 유명하다.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 장면. / 제공=EMK뮤지컬컴퍼니

극에 풍미를 더하는 죽음이라는 캐릭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김준수는 자칫 동떨어진 느낌을 줄 수도 있는 쉽지 않은 역할을 자신만의 표현법과 그동안의 경험을 녹여, 모두를 이끌었다.

김준수는 ‘엘리자벳’의 국내 초연부터 참여했다. 초연 때도 죽음 역을 맡아, 제18회 대한민국 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이듬해 ‘엘리자벳’의 앙코르 공연에서도 기량을 발휘했다. 2010년 ‘모차르트!’부터 여러 뮤지컬에 출연하면서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지만, 그중에서도 ‘엘리자벳’의 죽음은 관객들이 김준수를 바로 떠올릴 정도로 강렬했다.

다시 돌아온 김준수는 흠잡을 데 없는 노래와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또다시 흡족하게 만들었다. 그가 나타날 때마다 분위기는 스산해지고,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김준수는 모두를 비웃는 듯한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모두를 꼼짝 못 하게 했다. 엘리자벳(김소현)을 바라보는 애틋하고 질투 어린 눈빛까지, 극의 흐름과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도 놓치지 않았다. 많은 관객들이 김준수가 표현하는 죽음을 으뜸으로 치는 이유다.

배우 강홍석. / 제공=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의 고통스러운 삶을 조명하고, 죽음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여주면서 무대 위는 계속 긴장감이 흐른다.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잠시라도 힘을 빼고 웃을 수 있는 건 루케니 역의 배우 강홍석 덕분이다.

그는 등장부터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이후 엘리자벳과 죽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설자로, 좀처럼 무대 위를 떠나지 않는다. 흐름을 놓칠 새가 없도록 관객들을 부드럽게 이끈다. 갑자기 객석에서 등장하며 웃음을 주고, 광기와 익살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엘리자벳’을 살린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루케니를 과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완성했고, 감탄이 터져 나오는 빼어난 가창력도 뛰어났다.

결말을 향해갈수록 제 옷을 입은 김준수와 강홍석, 김소현의 호흡이 두드러졌다. 이들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토해내는 순간은 거칠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엘리자벳’은 내년 2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