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박두식(1)

박두식

My Name is 박두식. 본명이다. 심을 식(植), 말 두(斗) 자를 쓴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말로 심고 되로 받다’라는 의미다. 뭔가를 심어서 얻으라는 뜻인데, 솔직히 요즘 내가 무엇을 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기자의 꿈을 처음 품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한 장면을 연기하게 시켜서 요정의 왕 오베론을 연기했다. 어린 나이에 장난도 쳐가며 재밌게 연기했는데 극이 끝나자 몇 명이 기립박수를 쳤다.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재미를 깨달았다. 그 맛을 못 잊겠더라.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싸워가며 예고를 지원했지만, 결국 떨어지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 대학은 예대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극, 영화, 난타 등 동아리 활동에 매달렸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영화다.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학교생활에 올인 했다. 제대 후에는 쉬지 않고 7개 작품에 참여했다. 주로 뮤지컬이나 연극의 연출팀 일을 했다. ‘젊은 연극제’에서는 창작 뮤지컬에 출연한 적도 있다. 전쟁으로 한쪽 팔을 잃은 상이군인 역이었다. 그때 연기와 노래를 함께하는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뮤지컬에 도전해보고 싶다.

박두식

20대 목표는 데뷔였다. ‘내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깊어져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일단 밖으로 나가라’고 하더라. 무작정 영화사 찾아가서 프로필 돌렸다. 한 50군데 이상은 갔던 것 같다.

‘전설의 주먹’과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웹툰 ‘전설의 주먹’에 나와 똑같은 캐릭터가 나온다고 하더라. 영화 ‘전설의 주먹’ 캐스팅 공모에 지원한 이유였다. 후배들을 불러 모아서 비 오는 날 학교 뒷산에 올라 1분짜리 영상을 찍어 보냈다. 신재석 역할을 보고 오디션장에 가기 전에 반삭발도 했다. 그땐 정말 연기를 못했다. 6차 오디션까지 가면서 감독님이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으냐”고 해서 “처음부터 신재석만 보고 왔습니다!”라고 했는데 패기가 있다며 좋아하셨다. 실력은 부족했지만, 그 패기 덕분에 캐스팅된 게 아닌가 싶다.

연기도 패기 하나로 했다. ‘전설의 주먹’이 첫 작품이고 연기도 잘 못하는데 무조건 들이댔다. 나중에는 감독님도 ‘쟤 정말 뭐하는 얘냐’고 혀를 내두르셨지만, 건방지다기보다는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 주신 것 같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김충기 캐릭터도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 한 편 찍어본 게 경험의 전부라서 처음에는 드라마 연기의 기본도 몰랐다. 감독님이 대사의 톤까지 다 정해 주셨는데, 그게 조금 몸에 익기 시작하자 연기하다가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다. 원래 대본에서 충기는 8회에서 하차하는 인물이었는데 나름 캐릭터가 잘 잡히자 작가님이 기회를 주셨다. 나중에는 “잘하고 있다. 후반부에는 중요한 역할도 줄 테니까 열심히 해보라”고 하셨다. 고성빈(김가은)과 러브라인을 형성할 수 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박두식, 김가은

김가은은 실제로 대학교 후배다. 객석에서 쪽잠을 자면서까지 학과 활동에 매달리던 열성적인 후배였는데 드라마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남달랐다. 성빈에게 복도에 드러누운 채로 맞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하다가 눈앞에 가은이가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가은아, 우리가 이러고 있다. 정말 신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충기의 입장에서 본 ‘너목들’ 최고의 장면은 충기가 수하에게 일기장을 읽어주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조금 오글거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면회장에 들어가서 죄수복을 입고 있는 수하(이종석)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 겉으로는 툴툴대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충기의 캐릭터가 잘 드러난 장면이라 생각한다.

두 작품 만에 이름을 알린 것은 정말 천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전설의 주먹’은 19금 영화라서 부모님 세대가 많이 알아봐 주셨는데, ‘너목들’ 이후에는 중·고등학생 팬이 늘었다. SNS에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의 글을 읽고 많은 힘을 얻고 있다.

황정민 선배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한 번은 황정민 선배가 출연 중이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초대해주셔서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때가 ‘전설의 주먹’ 촬영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배고프다’고 하시면서도 몸 만들어야 한다고 대기실에서 운동을 하시더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능력도 그렇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정말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