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못남> vs <생활의 달인>

<결혼 못하는 남자> KBS1 오후 9시 55분
사실 어느 정도는 폭력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만나는 사이인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다짜고짜 재희(지진희)가 탄 택시에 밀고 들어오는 문정(엄정화)의 아버지 봉수의 행동에 대해서. 아무리 재희가 제대로 된 대답 한 번 해주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저런 호구조사를 하고, 막무가내로 술 한 잔 하자는 모습도 불편했다. 아버지 때문에 재희에게 사과하는 문정 역시 주책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재희의 치료를 마지막으로 30년 이상 해오던 치과 일을 그만두는 것을 알게 된 문정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버지를 꼬옥 안고 치과 간판 내려오는 것을 볼 때, 그리고 남이야 울건 말건 신경 쓰지 않을 재희가 현장의 작업반장에게 순댓국집을 물어볼 때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로소 드러났다. 재희가 바라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이 서로 참견하지 않고 공적인 관계로만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일견 깔끔해 보일 수 있다. 적어도 그런 관계에선 문정 아버지처럼 불편한 오지랖을 보이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쿨하지 못하다. 사람에 대한 안쓰러움과 측은지심과 호기심과 분노 등등 여러 감정 속에서 필요 이상의 접근을 하고 상대방을 불편하게도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란 바로 그 필요 이상의 접근 속에서 만들어진다. 재희가 굳이 문정에게 치과 폐업 소식을 알리고 그녀의 바람대로 맛있는 순댓국집을 찾는 것도 결국 일종의 오지랖이다. 물론 문정 아버지의 경우처럼 약간의 폭력이 생길 수도 있지만, 드라마 마지막에 재희가 부모와 아들 가족이 사는 집에 공통의 거실과 부엌을 만든 것처럼 서로의 부딪힘을 피하는 건 결코 방법이 아니다.
글 위근우

<생활의 달인> SBS 화 오후 8시 50분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의 개수만큼 <생활의 달인>의 아이템은 존재한다. 평범한 시민들이 각자의 직업에 숙련된 정도를 보여주는 <생활의 달인>은 독특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이다. 이 프로그램이 찾아내는 직업군은 때로는 보통의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한 영역에 존재하는 인력들인데, 이들의 등장은 공산품이 만들어 지는 과정이나 세상이 질서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한 작은 비밀을 풀어주는 것과 같은 놀라움을 선사하고는 한다. 어제 방송된 ‘고지서 접기의 달인’이나 ‘(권장 음용기한이 지나 폐기하기 위한)맥주 병따기 달인’의 경우는 그에 해당되는 예다. 단순한 일이지만 꼭 필요한 직업에 대한 발견은 단순한 소개로 끝나지 않고 리와인드, 초고속 카메라, 안구 추적 장치 등 다양한 기법을 통원하여 원리를 분석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재연까지도 불사한다.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이 달인의 비법을 전수받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세밀한 분석은 적어도 달인에 대한 존경을 보다 객관화 시킬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존중과 애정의 시선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단순한 정보 전달 방송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10년간 무만 손질했다는 ‘깍두기의 달인’이 그 세월을 버틴 힘으로 자부심을 꼽는 순간에 엿보이는 진정성이나 207개의 실 가닥을 한눈에 관리하는 ‘모기장의 달인’이 자신의 능력을 시간이 만들어 낸 힘이라고 설명할 때의 숭고함을 포착하는 눈을 잃지 않는 한 적어도 <생활의 달인>은 <세상에 이런 일이>보다 더 놀라운 방송이다.
글 윤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