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로 여행한 일본 – ① 오사카·고베] 역사의 감흥과 로맨틱한 야경에 빠져들다

오사카성에서 가슴아픈 과거사 떠올리고
아베노하루카스에서 휘황한 야경에 빠져…
청량한 바람의 고베 크루즈에 상쾌함까지

아베노하루카스의 야경을 바라보는 관광객

깜빡 잠이 들었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 곧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인천에서 1시간 40분. 오사카가 참 가까운 도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피곤했는데 공항에 내리니 없던 힘이 솟는다. 몇 번을 와도 오사카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매력이 있다. ‘먹다가 망한다’는 식도락의 천국이자 특유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살 것 가득한 쇼핑가 등이 언제나 여행객을 유혹한다. 저가항공사가 취항하면서 항공편도 싸고, 캡슐 호텔부터 5성급 호텔까지 숙소도 다양하다. 게다가 근교의 명소 교토, 고베, 나라까지 연결하는 접근성까지 갖춰 선택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이 오사카 여행의 장점이다.

오사카성 – 천수각에서 마주한 허망한 꿈
따뜻한 날씨와 청명한 하늘. 오사카에서 인상적인 것은 쾌적한 환경이었다. 한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데도 이렇게나 달라지나 싶어 의아할 정도다. 교통비가 높기로 소문난 일본에서 자유여행객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할 것은 교통 패스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용한 것은 자유 승차권 개념의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였다. 오사카, 교토, 고베를 지나는 한큐전철 전 노선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어서 일일이 표를 살 필요가 없고, 가격도 저렴해 합리적이다. 많이 다닐수록 본전을 찾는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사카성

오사카에 간다면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있다. 일본을 거머쥔 자의 야망이 녹아 있는 오사카성은 도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오사카성공원 역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성에 도착한다. 일본인보다는 전 세계인이 다 모인 듯한 국제적인 분위기에 몸을 맡기면 금방이다.
유려한 건축미를 갖추고 있으며 관광객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오사카성의 현재 모습은 1931년에 복원된 것이다. 과거에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본거지였다. 1583년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권력을 과시하고자 10만 명의 인부를 동원해 오사카성을 지었다. 그의 욕심은 일본 통일에 그치지 않고 바다 건너 명나라와 조선을 향했다. 임진왜란의 시작이었다. 천하를 손에 쥐려던 욕심은 정유재란이 한참이던 1598년에 그가 사망하며 덧없는 꿈이 되어버렸지만.

1615년 벌어진 ‘오사카 여름 전투’를 표현한 미니어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로는 그리 좋지 못했다. 일설에 따르면 그의 사망 후, 측근들은 전쟁 중에 발생할 혼란이 두려워 죽음을 비밀로 했다. 한동안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려고 시신의 배를 갈라 소금으로 채워 썩지 않게 처리한 뒤 관복을 입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군의 코나 귀를 베어 소금에 절인 뒤 본국으로 보내라고 명령한 것을 생각하면 사필귀정이라고 해야 할까.

오사카성 천수각에서 바라본 시내

오사카성의 하이라이트는 지상 약 50m 높이의 천수각 전망대(8층)다. 오사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생각보다 높아서 꽤나 가까운 시내부터 멀리 떨어진 산맥까지 보인다. 7층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대기를 담은 입체 영상을, 5층에서는 전쟁 상황을 다룬 미니어처 모형과 파노라마 비전을 볼 수 있다. 3~4층에서는 황금다실, 옛 갑옷, 칼, 전국시대 자료 등이 있다.

오사카성의 고자부네 뱃놀이

오사카성은 멋진 건축물이자 관광 명소인 동시에 역사적인 사실을 되새길 수 있는 현장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곳이다. 오사카 초행이라면 꼭 들러볼 만한 곳. 성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 공원에서 쉬면서 산책하거나 뱃놀이를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아베노하루카스 – 지상 300m의 일본 최고층 빌딩
이곳에 오르면 높다던 오사카성의 천수각도 발아래 놓인다. 오사카 덴노지 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는 300m 높이의 ‘아베노하루카스’가 있다. 지하 5층, 지상 60층 건물로 빌딩 중에서는 일본 최고층이다. 범위를 대형 구조물까지 확대해도 도쿄 스카이트리, 도쿄 타워 다음으로 3번째로 높다.

아베노하루카스의 58층 전망대

빌딩의 자랑은 전망대인 ‘하루카스 300’이다. 전망대는 58~60층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다. 1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50초 만에 지상 60층 전망대에 닿는다. 빌딩이 워낙 높다 보니 교토, 고베, 롯코 산맥 등 간사이 주요 지역을 360도 전망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변 명소인 오사카성, 시텐노지, 츠텐카쿠 등 유명 랜드마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관람객들이 서로 모여서 아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주는 모습이 정겹다. 날씨가 좋으면 동쪽에서 남쪽으로 뻗은 요시노야마, 이코마 산맥, 서쪽의 아와지시마과 세토 내해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아베노하루카스에서 내려다 본 오사카의 화려한 야경

아베노하루카스에 방문하기 좋은 때는 일몰 전이다. 잠시 기다리면 온 세상이 노을에 붉게 물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온 도시가 어둠에 잠기면 보석 같은 야경이 펼쳐진다. 하늘 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오사카의 야경은 도시를 묶은 리본처럼 보이는 고속도로부터 은은하면서도 로맨틱하다. 전망대 유리에 투사하는 영상쇼 ‘시티 라이트 판타지아 바이 네이크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포토존 ‘하루카스 하트’

그래서인지 하루카스 300에는 ‘연인들의 성지’가 있다. 58층에 마련된 포토존 ‘하루카스 하트’에는 사랑의 결합을 상징하는 자물쇠를 거는 공간이 있어서 연인끼리 낭만적인 추억을 남기기 좋다. 59층에는 아베노하루카스에서만 판매하는 기념품 등 각종 제품을 파는 매장이 있다. 화장실에도 시원한 유리 벽을 설치해 압도적인 바깥 전망을 쉴 틈 없이 마주하게 된다. 58층의 천장이 뚫린 옥외광장에서는 바깥 공기를 느끼며 음료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전망대 유리에 투사하는 영상쇼 ‘시티 라이트 판타지아 바이 네이크드’

내년 봄부터는 지상 300m의 빌딩 맨 위 데크를 걷는 ‘엣지 더 하루카스’를 즐길 수 있다. 폭이 60㎝, 길이 20m의 데크 위에서 생명줄을 장착한 채 손 놓고 뒤로 기대기 등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어트랙션이다. 눈 앞을 가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찔한 고도와 함께 펼쳐지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

고베 – 고베규 즐기고 바다 위에서 여유로운 크루즈를

맛 좋기로 유명한 고베 스테이크

오사카의 근교 여행지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고베다. 일본 3대 항구 도시 중 하나인 고베는 지난해 개항 150주년을 맞이했다. 외국인과 문물이 들어오며 형성된 이국적인 문화가 오롯이 남아 있는 것이 매력. 일본 내에서도 고베규로 만든 스테이크, 빵, 디저트와 같은 음식이 발달해 미식가들에게 좋고, 크루즈와 야경도 무척 유명해서 하루로는 다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다.

고베 베이크루즈 – 개항장의 낭만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1963년 건설된 고베 포트타워

오사카에서 탁 트인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고베로 가면 된다. 오사카 우메다에서 고베 산노미야역까지는 기차로 30분 정도면 닿는다. 고베항 개항 120주년을 맞아 조성된 메리켄 파크는 크루즈 여행의 시발점이다. 공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108m 높이의 고베 포트타워다. 모래시계처럼 가운데가 잘록한 외관이 특징이며 건립 이후 고베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베 포트터미널 전경

여기서 가까운 터미널에서 베이크루즈가 운항 중이다. 옛날 범선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형태의 유람선을 타고 45분 동안 항구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느긋하게 바닷바람을 쐬며 푸른 바다와 주변 풍광을 감상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쇼핑과 위락 시설이 들어선 고베 하버 랜드를 지나 복합 쇼핑몰 모자이크 가든의 관람차를 바라보며 배를 만드는 조선소, 길이 4㎞의 아카시 해협 대교, 일본 최초의 인공 섬 도시인 포트 아일랜드, 2층 구조의 붉은 고베 대교, 반 타원형의 메리켄파크 오리엔탈 호텔 등을 지난다.
안이 답답한 사람들은 3층 전망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선내에 있는 이들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경치를 즐긴다. 분위기 있는 크루즈의 낭만이 모두의 가슴을 채울 무렵, 항해는 끝이 난다. 밤에 타면 야경을 즐길 수 있으니 탑승 시간은 일정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

고베 슈신칸 – 노벨상 수상자도 마시는 청주
일본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곤란한 것이 양조주인 청주(사케)다. 서양의 와인과 마찬가지로 요리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곁들여 먹기에 좋다. 오사카와 고베 사이의 해안 지역은 일본 최대의 청주 생산지로 꼽힌다.

고베 슈신칸의 고풍스러운 외관

청주 제조 과정을 보고 싶다면 고베의 ‘슈신칸’에 가보면 된다. 1751년에 창업한 양조장으로 지금까지 13대에 걸쳐 ‘후쿠주’를 만들고 있다. 후쿠주는 노벨상 수상식 만찬회에 등장하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청주 브랜드다. 슈신칸에서는 옛날부터 전해져 온 전통 양조법을 알리는 양조장 견학 투어를 운영한다. 후쿠주의 역사와 주조에 대한 철학을 담은 영상부터 발효장 투어, 시음, 쇼핑도 할 수 있다.

슈신칸에서 청주 시음을 하는 관광객들

시음장에서는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을 선보이고 있으니 꼭 마셔볼 것. 이밖에 공장 내 레스토랑에서는 일본식 요리와 청주를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고베 이시야가와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된다.

여행팁

오사카, 고베, 교토를 둘러볼 때 일일이 승차권을 사면 불편한데다 교통비 부담도 커진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교통 패스다.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는 오사카, 고베, 교토를 연결하는 한큐전철 전 노선의 승하차가 무제한 제공되는 자유 탑승권이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하며 내년 3월 31일까지는 1일권 700엔(정상가 800엔), 2일권 1200엔(정상가 1400엔)에 판다. 오사카 난바와 우메다, 고베 관광에 좋은 것은 한신 투어리스트 패스다. 오사카 난바를 기점으로 고베로 이동할때 사용하기 좋은 패스로 1일권이 500엔이다. 오사카 시영 지하철이나 트램, 버스까지 하루 종일 탈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오사카·고베=텐아시아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