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데뷔 2000일①] 방탄소년단, 2000일의 여정

[텐아시아=김명상 기자]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연설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 RM. / 사진제공=유니세프

“방탄소년단(BTS)은 ‘21세기의 비틀스(the Beatles for the 21st century)’다!”

영국의 BBC는 방탄소년단을 소개하며 이렇게 극찬했다. 세계 최대 대중음악 시장인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BTS 파워 덕분이다. 1960년대 빌보드를 강타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비틀스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에 비유하기도 한다. 방탄소년단이 전설적인 그룹 비틀스와 비교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방탄소년단의 비약적 성장과 확산은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다. 2013년 싱글 앨범 ‘2 COOL 4 SKOOL’로 데뷔한 지 5년 만에 미국의 ‘빌보드 200’ 1위를 두 번이나 차지했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 그룹 최초로 수상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연설까지 할 만큼 영향력 있는 그룹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를 무대로 매일같이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12월 3일로 데뷔 2000일을 맞았다. 쉽지 않았던 그 2000일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방탄소년단,대중문화예술상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이승현 기자 lsh87@

◆BTS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성경의 이 구절처럼 방탄소년단의 현재 모습을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방탄소년단은 멤버들의 빼어난 외모, 작사․작곡이 가능한 자체 제작 능력과 최고의 댄스 실력,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내는 높은 음악성과 무대에서의 열정 등을 두루 갖춘 그룹이다. 하지만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도 실패하는 아이돌도 수두룩하다. 방탄소년단은 어떻게 스스로를 단련하며 성장해왔을까.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중소 기획사다. 그래서 이들은 전폭적인 마케팅을 통해 혜성처럼 등장하는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소속사의 규모, 인지도, 자금력, 인맥이 대형 기획사보다 부족했다. 먼저 활동 중인 유명한 선배도 없었다. 처음부터 ‘흙수저’ 출신이라는 한계와 주목 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공중파 TV 등 주요 매체를 통해 알릴 기회가 적다 보니 초반 성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2013년 데뷔 음반 판매량은 2만4000여 장에 그쳤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음원 사이트 성적도 평범했다. 멜론 주간차트에서 데뷔곡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의 발매 첫 주 성적은 99위에 머물렀다. 지난 5월 발매된 정규 3집 ‘러브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의 판매량과 ‘음원차트 올킬’을 기록한 것과는 거의 천지 차이다.

방탄소년단,지니뮤직

그룹 방탄소년단. / 이승현 기자 lsh87@

◆소셜미디어로 역전시킨 ‘흙수저’ 출신의 한계

방탄소년단의 여러 인기 요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소셜미디어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중소 기획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방송국을 통하지 않아도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공식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올렸고, 현란한 퍼포먼스를 담은 그들의 영상은 전 세계에 전파됐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이유다.

2018년 방탄소년단은 1억 뷰가 넘는 뮤직비디오를 15편 갖고 있다. 지난 8월 방탄소년단의 ‘아이돌(IDOL)’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4시간 16분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건을 넘었다. 국내 팬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또한 멤버 개개인은 적극적으로 개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다. 네이버의 실시간 개인 방송인 V라이브에서는 멤버 지민이 지난 4월 방송한 ‘오랜만이에요!’ 영상이 6개월여 만에 1억뷰 를 돌파하기도 했다.

아이돌그룹 중에는 휴식이나 신비주의 전략 등을 이유로 팬들과 소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대기실, 숙소, 무대 뒤, 해외투어 등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며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방탄TV의 유튜브에는 약 900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고, 이들의 트위터에는 약 1만개의 트윗이 있다. 이처럼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팬들은 언제나 방탄소년단과 함께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됐고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그룹 방탄소년단. / 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높은 음악성, 강렬한 메시지로 열광적 지지를 얻다

칼군무로 대표되는 강렬한 퍼포먼스와 어우러진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키는 가장 큰 이유다. 힙합을 큰 줄기로 EDM부터 라틴 팝, 신스 펑크, R&B, 하우스, 랩 등을 접목해 글로벌 트렌드에 딱 맞는 음악을 선보였다. 현재 서구권에서 가장 인기 높은 장르 중 하나가 힙합 기반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에는 ‘10~20대들이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받는 것을 막고 음악으로 그들의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강렬하다. 특정 팬만을 위한 진부한 사랑 타령이 아니라 각종 사회적 이슈, 젊은 세대의 고통과 고민,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 등을 노래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 번째 미니 음반 수록곡인 ‘쩔어’에서는 ‘3포세대? 5포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라며 저항 의식을 표현했다. ‘아이돌(IDOL)’에서는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우리 인생은 길어’라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고 말한다. 시대상을 적극 반영한 방탄소년단의 메시지는 불안하고 지친 젊은 세대의 심정을 대변하고 위로하며 공감과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2018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앨범상, 아티스트상으로 대상을 차지한 그룹 방탄소년단. / 제공=카카오

◆그들의 날갯짓은 멈추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누리는 큰 인기는 사실 뜻밖이다. 다른 그룹에는 흔한 외국인 멤버도 없고, 가사도 대부분 한국어 위주다. 그런데도 콘서트장은 한국어로 떼창을 하는 전 세계 팬들로 가득하다. 언어가 인기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해외 시장을 의도적으로 공략한 적이 없다. 처음 방탄소년단이 만들어졌을 때 K팝의 고유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방탄소년단의 미래는 현재로선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인기와 영향력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서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2017~2018년 2년 연속 미국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톱 소셜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2018년 11월 현재 ‘빌보드 소셜 50’에서 72주 이상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장기록을 갱신 중이다.

팬층도 강력하다. 충성도 높은 공식 팬클럽 아미(ARMY)의 지원은 그야말로 전폭적이다. 1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미의 활동은 음반을 사고,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영상을 번역해 SNS에 올리고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직접 2차 창작물을 제작하고 이를 다시 홍보해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며 ‘방탄 제국’을 건설해 나가고 있다.

외모, 음악, 퍼포먼스의 삼박자에 글로벌 팬덤, 소셜미디어 시대라는 특이성이 합쳐져 세계적인 아이돌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 그들의 발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혹시 성공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불안하지는 않을까. 방탄소년단은 이미 이에 대한 답을 온 세상에 들려줬다.

“믿지 못하실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에게 희망이 없다고 얘기했죠. 때로 전부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우리는 이처럼 계속해서 넘어지며 실패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방탄소년단의 UN본부 연설문 中에서)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