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데뷔 2000일②] “어서와 방탄은 처음이지?”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지난달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를 연 그룹 방탄소년단. / 제공=방탄소년단 공식 SNS

그룹 방탄소년단 뷔(왼쪽부터),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 이승현 기자 lsh87@

2013년 데뷔하면서 “네 꿈은 뭐니?”라고 물었던 그룹 방탄소년단. 이후 청춘의 아픔을 어루만졌고, 다음은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다독였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녹인 노래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뷔 3년 만에 초등학생 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초통령’으로 떠올랐고, 금세 ‘대세돌’로 거듭나 마침내 ‘기존에 보지 못한 아이돌’로 우뚝 섰다. 음악 하나로 ‘최초’ ‘최단’ ‘최다’ 기록은 모두 보유하고 있다. 2014년, 2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첫 콘서트를 연 방탄소년단은 2018년, 5만 명을 동원하는 공연장에 서는 가수로 성장했다. 미국에서는 빌보드 1위와 뉴욕 시티 필드(Citi Field) 공연장에 오르면서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영국 문화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미국 음악계를 흔든 현상)이라고 불린 영국 그룹 비틀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전 세계 17개 도시에서 32회 공연을 펼치며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방탄소년단의 꿈은 현재 진행 중이다. 방탄소년단이 3일 데뷔 2000일을 맞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뻔하지만 ‘개성’이 가장 중요하다. 남들과 같아서는 눈에 띄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기간 잘 짜인 시스템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연습했기 때문에 실력이야 모두 출중하다. 그렇다면 주목받기 위해서는 ‘다름’을 내세워야 한다. 뭔가 다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냉정한 아이돌의 세계에서 방탄소년단은 ‘대체불가’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시작부터 ‘힙합’이란 장르를 앞세워 다른 팀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고, 처음부터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쏟아내며 메마른 땅에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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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RM이 지난 10월 2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이승현 기자 lsh87@

◆ RM, 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팀의 리더다. 내뱉는 말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말솜씨가 좋다. 어린 나이지만 하는 말이 꼭 통달한 것 같은 사람 같아서 ‘애늙은이’라는 별명도 있다. 그룹을 이끄는 역할을 하면서 항상 차분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방탄소년단의 중심을 잘 잡는다. 데뷔 초에는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해 시선을 끌었었는데, 무대 위와 아래에서 모두 묵직하게 자신만의 분위기를 유지한다. 노래에는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데 막힘이 없는 그는 어린 시절 공부도 잘했다. 중학생 때 토익 850점을 받을 정도로 명석했고, 학교 성적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학교에서 검사한 IQ 테스트에서 148이 나왔다고 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문제적 남자-뇌섹남’의 초창기 멤버로 발탁돼 현재 그룹 블락비 박경의 자리에서 똑똑한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RM은 2013년 데뷔 당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기 위해 뉴스의 시사·사회는 챙겨본다”고 말했다. 그 때문인지 그가 쓴 노래에는 사회 문제가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현재의 고민과 심경도 솔직하게 담겨있다. 거부감이 들지 않고 같이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게 작사가로서 그의 장점이다.

지난 10월 23일 아이튠즈 등 유료 음악 사이트, 방탄소년단 공식 사운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7곡을 눌러 담은 솔로 음반 ‘모노.(mono.)’를 발표한 RM은 2015년 믹스테이프 ‘RM’ 이후 3년 만에 홀로 완성한 음악으로 변화를 드러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의 리더로서, 또 평범한 청년으로 지내면서 느낀 감정을 가식 없이 담았다. 그의 진심은 통했다. 공개 직후 미국·태국·스페인·영국·칠레·독일 등 88개 국가·지역의 아이튠즈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 ‘빌보드 200’에도 26위로 진입했다. 한국 솔로 가수로는 신기록이다. RM은 이번 음반에 대해 “2016년 초부터 2018년까지의 RM을 정리하는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힘은 뺐지만, 음반의 완성도를 재현하고 싶어 열과 성을 다해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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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슈가가 지난달 6일 오후 인천 수산동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GA (MBC플러스 X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승현 기자 lsh87@

◆ 슈가, 남의 일기장이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

낮은 목소리에 꾹꾹 눌러 담은 묵직한 고백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다. 방탄소년단 음반에는 물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낸 믹스테이프에서는 더 숨김없다. 꼭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아서 괜히 주위를 살피게 되지만, 듣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다. 바로 그게, 슈가가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다.

게다가 유난히 하얀 피부와 잇몸이 다 드러나도록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까지 방탄소년단 팬들이 자주 언급하는, 정반대 매력의 온도 차이, 이른바 ‘갭(gap)’ 중 하나다. 무대 아래에서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이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다가도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날카롭고 거친 얼굴로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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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진이 지난달 6일 오후 인천 수산동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GA (MBC플러스 X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승현 기자 lsh87@

◆ 진, 천의 얼굴

방탄소년단이 되기 전, 연기자를 꿈꾼 진은 무대 위에서 표정이 무척 풍부한 멤버다. 곡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얼굴로 홀로 무대에서도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도는 월드투어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에서 그는 솔로곡 ‘에피파니(Epiphany)’로 표정 연기의 달인임을 증명했다.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등장하는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피아노 연주를 익혔다. “소리가 나는 게 신기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니까 얼마나 연습했을지 예상 가능하다. 익숙하지 않은 피아노 연주와 달콤한 음색은 아미(ARMY)의 환호를 이끌어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여기에 애처로운 멜로디와 노랫말을 표정의 변화로 잘 살렸다. 고음을 따뜻하게 내는 것도 진이 가진 기술 중 하나다. ‘에피파니’를 부르면서 끝난 것처럼 뒤돌았다가 차가운 얼굴로 다시 돌아보는 표정과 이후 쏟아내는 애절한 노래는 압권이다. 무대 위, 4분 남짓한 시간 동안 기승전결까지 표현하는 건 분명 그가 가진 특별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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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지난달 6일 오후 인천 수산동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GA (MBC플러스 X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승현 기자 lsh87@

◆ BTS의 희망, 제이홉

제이홉이 마이크를 잡는 순간, 관객석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팬들의 기대에 찬 눈빛을 찬찬히 훑으며 씩 웃는 그는 어느새 무대 위에서만큼은 베테랑이 다 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5만 명 가까운 관객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버린다.

공연장은 말할 것도 없고 공식 행사의 분위기가 온화해지는 것도 모두 그 덕분이다. “저는 여러분의 호프(hpoe)”라는 말에서 상대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다. 그러다가 진지한 얼굴로 “꿈에 그리던 일이 현실이 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라고 할 때는 ‘순수 청년’이 된다. 이게 바로 그만의 매력 온도차, ‘갭’이다. 솔로곡 ‘트리비아 기 : 저스트 댄스(Trivia 起 : Just Dance)’를 부를 때는 무대를 거침없이 활보하며 역동적인 안무를 보여준다. 진정 춤을 즐기고 있다는 깊은 인생을 새기며, 제이홉은 그 순간을 축제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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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지민이 지난달 6일 오후 인천 수산동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GA (MBC플러스 X 지니뮤직 어워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승현 기자 lsh87@

◆ 지민, 눈을 뗄 수 없잖아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춘다”라는 표현이 꼭 어울리는 멤버다. 팀 대열 정중앙에 서 있는 지민의 춤사위를 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칼리드(Khalid)는 지민의 솔로곡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듣고 “곡이 좋아서 멈출 수 없이 듣게 된다”고 극찬했다. 보고 듣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게 바로 지민의 경쟁력이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노래하고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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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뷔가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2018 아시아아티스트어워즈(2018 Asia Artist Awards)’에 참석했다. / 이승현 기자 lsg87@

◆ 압도하는 카리스마, 뷔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 추는 가수는 많을지 몰라도, 공연장에 정적이 감돌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가수는 드물다. 모두의 기운을 뛰어넘고, 자신의 끼로 상대를 압도해야 가능한 일인데, 방탄소년단 뷔는 할 수 있다.

이번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솔로곡 ‘싱귤래리티(singularity)’를 부르는 무대 의상을 펄럭이며, 흰색 가면을 손에 쥔다. 짧은 뮤지컬을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흡입력이 강하다. 미국 LA타임즈 역시 이런 뷔의 모습을 보고 “숨도 못 쉴 공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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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정국이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이승현 기자 lsh87@

◆ 다정한 정국

방탄소년단의 막내. 여섯 명의 든든한 형들이 있지만 마냥 어리광만 피우는 철없는 동생이 아니다.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이어서 오히려 형들을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RM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정국의 솔로곡 ‘비긴(Begin)’은 정국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긴 곡이다. RM은 ‘비긴’에 대해 “이 곡을 만들 때 정국이 울면서 말했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춤과 노래였다. 형들이 힘든 게 내가 가장 힘든 것’이라고 해 모두 울었다”고 설명했다. 정국의 마음이 ‘아무것도 없던 열다섯의 나, 세상은 참 컸어 너무 작은 나…참을 수가 없어 울고 있는 너, 대신 울고 싶어 할 순 없지만’라는 가사로 완성됐다.

정국의 다정함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팬들 앞에서다. 프랑스 파리에서 월드 투어 공연을 하던 도중 실신한 팬을 경호원이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보고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 중앙까지 걸어와 물병을 건네는 모습이 한 팬이 촬영한 영상을 통해 공개된 뒤 한동안 주목받았다. 그렇다고 막내만의 풋풋함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솔로곡 ‘유포리아(Euphoria)’로 사랑에 빠지기 직전의 감정을 노래했다. 스스로도 “내 목소리의 풋풋함이 어우러져서 만족스럽다”고 했을 만큼 청량한 목소리와 한 마리 나비 같은 모습으로 희열을 표현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