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저니스 엔드’, 밀도감이 돋보이는 전쟁영화

[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저니스 엔드’ 포스터

1918년 봄, 프랑스 북부의 어느 최전방 참호로 앳된 얼굴의 롤리 소위(에이사 버터필드)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스탠호프 대위(샘 클라플린)가 입대하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한 말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한 것이다. 그러나 스탠호프는 자신을 반기지 않고, 술에 절어서 전장을 지키고 있다. 스탠호프가 전적으로 의지하는 오스본 중위(폴 베타니)만이 롤리를 따스하게 맞이한다.

윗선에서 스탠호프 대위를 향해 무리한 적진 침투 명령이 내려진다. 부대원들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탠호프는 맞서지만, 현실은 따를 수밖에 없다. 오스본 중위는 전쟁 경험이 없는 롤리 소위의 불안함까지 다독이며 부대원들과 함께 독일군이 있는 적진으로 침투한다. 참호에 남아서 부하들을 지켜보는 스탠포드의 불안함과 공포가 최고조에 달한다.

영화 ‘저니스 엔드’ 스틸컷

‘저니스 엔드’는 영국의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인 로버트 케드릭 셰리프가 제1차 세계대전에 장교로 복무했던 경험담을 바탕으로 1928년에 발표한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이후에도 꾸준히 공연이 된 스테디셀러 희곡으로서 고전으로의 가치가 증명된 작품이다.

사울 딥 감독은 “배경이 100년도 더 된 옛날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대극이라고 느껴지지 않아 신선했다. 그것은 진짜였고, 인간적이었으며, 진실되었고, 사람이 어떻게 참을 수 없는 두려움과 압박을 느낄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가 대본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을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가 스크린으로 담아낸 전쟁의 무게감이 묵직하다는 증명이다.

전쟁이라는 생지옥을 온몸과 온 마음으로 견디는 샘 클라플린의 연기는 영화에 방점을 찍었다. 로맨틱한 영화의 단골 남주인공일 만큼 수려한 외모에 가려졌던 그의 매력적인 민낯을 마주했다. ‘아이언맨’ 시리즈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 역과 ‘어벤져스’ 시리즈의 비전 역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폴 베타니는 신뢰를 불러오는 특유의 목소리가 더해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남겼다. 또한 ‘휴고’ ‘엔더스 게임’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서처럼 에이사 버터필드의 ‘성장+연기’를 이번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니스 엔드’는 제1차 세계대전 속 최전방 참호에 놓인 세 남자의 운명과 선택을 그린 단 4일 간의 전쟁 드라마다. 총성과 피로 범벅된 여타의 전쟁영화와 달리 삶을 무너뜨리는 전쟁의 민낯을 마주하게 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상당 부분이 술을 포함한 차 같은 음식과 관련된 대화다. 일상적인 대화로 극한의 두려움을 달래는 것이다.

‘저니스 엔드’는 단연코 밀도감이 돋보이는 전쟁영화다.

11월 28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