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공연] god, ‘와썹맨’이 100살 되더라도 이 길을 계속 걷길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콘서트 ‘그레이티스트’를 연 그룹 god. 사진제공=싸이더스HQ

셋리스트의 전 곡이 히트곡이자 타이틀곡이었다. 세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은 1위곡이었다. 데뷔 후 20년 동안 1년에 한 곡씩 히트곡을 만들어 낸 것과 다름없는 1세대 아이돌 그룹, god의 콘서트는 공연장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여운으로 물들였다.

3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god의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 ‘GREATEST'(이하 ‘그레이티스트’)의 첫 공연이 열렸다. 이 콘서트는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멤버 손호영이 총 감독을 맡아 무대 동선과 높이부터 영상, 셋리스트 등까지 멤버들과 팬들의 시선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다.

‘그레이티스트’의 첫 날 첫 곡은 ‘길’이었다. god가 발매한 한 곡 한 곡에 추억을 갖고 있는 팬들은 ‘다시’에서 멤버들이 지팡이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떼창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다시’에서 돌출 무대로 나온 god는 1990년대 K팝 역사에 레전드로 기록되는 ‘애수’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영상 화면이 19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흑백 배경에 가사로 채워져 추억을 더했다.

‘애수’까지 부른 후 god가 단체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데니가 이날 공연의 진행을 맡아 ‘MC 데니’를 줄인 ‘맥디’로 불렸다. JTBC 예능 ‘와썹맨’에서 ‘와썹맨’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박준형은 안데니에게 “네가 맥디면 태우는 ‘빅맥'”이라는 개그를 하는 등 콘서트 내내 큰 웃음을 줬다.

전곡 떼창을 이끌어 낸 국민그룹 god. 사진제공=싸이더스HQ

‘손 감독’ 손호영은 20주년 기념 콘서트의 제목을 ‘그레이티스트’로 지은 이유로 “여러분과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나눠보고 싶었다. 20년이 우리 멤버들만의 ‘그레이티스트’가 아니라, 팬들과 함께한 시간이 ‘그레이티스트’인 것 같아서 이렇게 지어봤다”고 설명했다.

손호영과 윤계상은 서로를 감싸주며 god 활동기에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호상커플'(호영+계상 커플)의 추억을 소환했다. 윤계상이 손호영이 준비한 오프닝 순서를 수정했다는 것이 밝혀지자 손호영은 “원래 오프닝이 더 좋아진 거죠”라고 했고, 김태우는 “역시 호상커플은 서로를 많이 위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멤버들 각자 뮤지컬부터 연기, 예능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기에 모처럼 재현된 god 완전체는 멤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팬들은 god의 모든 곡을 따라불렀다. ‘떼창 애드리브’를 해 데니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다. ‘관찰’의 핸들 춤과 같은 god만의 트레이드 마크 춤을 따라 추는 것은 물론이었다. 앵콜만 한 시간 가량 이어져 세 시간이 걸려 끝난 콘서트 내내 스탠딩석이 아닌데도 서서 소중한 순간을 즐긴 팬들이 많았다.

손 감독은 이러한 팬들의 마음을 배려해 god 고유의 하늘색으로 꾸민 리프트를 2, 3층 관객석 바로 앞까지 설치해 팬들과 가까이 호흡하고자 했다.

god의 히트곡들 중에서도 명곡인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를 부를 때는 안데니조차 팬들 쪽으로 마이크를 넘기며 눈물을 글썽였고 감동이 차올랐다. ‘거짓말’ 순서에서 영상 화면에 가사가 나오지 않았을 때도 팬들은 마음 속에 새겨진 가사를 멤버들과 주고 받으며 추억을 함께 만들었다. 영상 화면에서는 팬들의 하늘색 야광봉을 가득 비추며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했다.

‘투 러브’에서는 화면에 별이 천천히 움직이고 은하가 도는 우주를 비추는 영상이 나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수많은 응원봉들과도 조화를 이뤘다. 이때 윤계상이 탈퇴했을 당시 발표했던 ‘투 러브’를 네 명이 부르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완전체로 등장하자 감동이 더해졌다.

멤버들은 각자 20년 동안 활동해오며 가장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지 털어놓는 시간도 가졌다. 김태우는 1999년 1월 13일 SBS ‘한밤의 TV연예’를 통해 데뷔했을 때를 꼽았다. 김태우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꿈꿔오던 것을 실현시켜 준 첫 무대였다. 저는 되게 멋있게 나오는 줄 알았다”고 웃었다.

손호영은 “1998년 7월 21일 태우가 합류해 처음으로 다섯 명이 온 날”이라고 말했다. 이에 멤버들도 각자의 기억을 꺼냈다. 전날이 박준형의 생일이라 케이크가 있었는데 김태우가 다 먹었다는 에피소드로 웃음을 자아냈다. 윤계상은 2014년 god 재결합 콘서트를 이야기했다. 윤계상은 “그때 많이 울기도 했고 지금도 그 장면을 보면 눈물이 맺힌다”고 했다.

박준형은 처음 앨범이 나왔을 때 너무 가난해 자신들의 앨범을 살 돈조차 없어 강남역 타워레코드에 다섯 명이 다같이 가서 매장 안의 이어폰으로 1집을 들었던 때를 회상했다. 박준형은 “동생들이 ‘우리는 앨범 언제 나와? 사람들이 언제 우리한테 사인받으러 올까?’라고 물었을 때마다 나도 미래를 모르면서 ‘될거야, 될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타워레코드에서 너무 오래 있으면 눈치 보이니까 가야 하는데 동생들이 너무 행복해보였다”고 덧붙였다.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시작될 때는 흥겨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손호영은 “우리가 또 언제 놀아보겠어. 모두 나이 든다고 안주하지 말고 계속 가보자”라고 외치며 에너지를 하얗게 불태우듯 무대 위를 날아다녔다. 안데니의 랩은 더욱 폭발했고, 박준형은 무대 위에서 푸시업을 보여줬다.

앵콜만 한 시간에 달한 콘서트 내내 감동을 준 그룹 god. 사진제공=싸이더스HQ

약 두 시간으로 예정된 공연이 끝나가자 안데니는 “내년이면 저희 god가 스무살이 된다. 일산 숙소에서 고생할 때는 이렇게 20주년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진짜 꿈도 못 꿨다. 이제는 꿈이 아니다”라며 팬들에게 “제 온몸을 다 바쳐 사랑한다. 감사하다”고 사랑을 표현했다.

손호영은 “오프닝 곡을 ‘길’로 시작했다. 앞으로 숨이 닿는 한까지 여러분과 계속 같은 길을 걷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윤계상은 “앞으로 20년 더 사랑해달라”고 덧붙였다. 박준형은 팬들에게 “너희는 나의 자존심이자 힘이다. 어떤 무대에 서 있든 변하지 않는다. 이제 내 나이도 오십이지만,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 god가 없었다면 ‘와썹맨’도 없다”며 “앞으로 매번 찬란한 순간이 되는 god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god는 이날 신곡 ‘눈이 내린다’도 공개했다. god의 데뷔곡 ‘어머님께’를 부른 후 신곡을 선보이며 김태우는 “오랜만에 형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뜻깊었고, 작업은 계속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1분 1초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앵콜의 앵콜까지 끝난 후에도 팬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러한 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손 감독은 자장면을 먹는 god의 쿠키 영상을 준비했다.

영상 후에는 2집의 마지막 곡 ‘다섯 남자 이야기’가 흘러나와 팬들을 배웅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다 그 때 우리 힘들었던 그 때가 있기 때문이지’라는 가사는 마지막 트랙으로 완벽한 선택이었다.

‘그레이티스트’는 이날을 시작으로 12월 2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며, 22일 부산에 이어 25일 대구에서 개최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